발전·철도·가스 공동파업 10년...계속되는 공공부문 민영화

가속도 내는 민영화, “2.25 공동파업 뛰어넘는 공세적 투쟁 만들어야”

2002년 2월, 김대중 정부의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에 맞서 철도, 발전, 가스 노동자들이 공동파업을 벌인 지 10년. ‘2.25투쟁’으로 불리는 3개 산업 노동자들의 공동파업은 당시 공공부문 사유화 정책을 사회공론화 시켰으며, 결국 정부의 민영화 추진을 지연시키거나 일부 수정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정부의 국가기간산업 전면, 전격, 일방적 민영화는 막아냈지만, 지난 10년 동안 정부의 민영화 정책은 물 밑에서 또는 각개전으로 이뤄져 왔다. 노동자들은 ‘Again 2.25 투쟁’을 준비하며 정부의 민영화 정책 저지에 나섰지만, 여전히 KTX민영화, 공항 민영화 등 정부의 민영화 정책은 지속되고 있다.


때문에 공공운수노조 부설정책연구원은 지난 29일, ‘사회화와 재공공화의 현재적 의미’에 대한 창립기념 토론회를 열고 2.25 사유화 저지 투쟁의 성과와 계승 지점과 관련해 논의했다.

투쟁 10년, 멈추지 않는 민영화 정책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사유화 추진에 반발해 2002년 2월, 투쟁을 전개한 3개 산업 노동자들은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입법과 매각을 유보시켰다. 이후 공투본과 단위노조는 대선투쟁을 통해 각 후보로부터 민영화 정책의 철회와 재검토를 약속받았으며, 그 해 대선에서는 네트워크 사업의 민영화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건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다.

노무현 정부는 네트워크 산업의 분할매각을 일시 중단했지만, 공공부문 상업화 구조조정 정책을 제도화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갔다. 공공기관운영법을 제정하고, 상업적 경영평가제도를 정교화 함으로써 공공기관의 상업적 운영을 강제하고 노동자에 대한 BSC, ERP등 통제기제를 강화했다.

각종 지침과 필수업무유지 제도 도입을 통해 공공부문 노동자의 교섭권과 쟁의권을 대폭 후퇴시키기도 했다. 조상수 공공운수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이는 상업화 구조조정과 노조무력화를 통해 이후 사유화를 예비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꾸준한 민영화 추진 움직임에 비해, 노조의 대응은 개별적이거나 산별적으로 이루어지는 한계를 드러냈다. 조상수 수석부위원장은 “국가기간산업 노조들의 대응은 ‘소유에서 운영으로’ 이동하는 공공부문의 공동대치전선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보다는 업종과 산업 수준의 운영문제로 안주하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따른 비정규직화에 따라,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일정한 조직화 노력과 성과가 있었지만, 외주화 된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조직화 시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문제도 있었다.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는 집권 초기부터 공기업 사유화 추진이 예상됐다. 하지만 촛불시위를 통해 공공부문 민영화의 반대여론이 높아지면서, 정권은 공공기관 ‘사유화’에서 ‘선진화’로 한 발 물러난 정책을 취하게 됐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은 2만 여 명의 대규모 인력감축, 임금동결 및 초임삭감, 성과연봉제 도입 및 경영평가 성과급 차등폭 확대 등 노무현 정부에 비해 강도 높은 상업화 구조조정으로 진행됐다.

그 과정에서 2008년 철도, 가스, 가스기술, 발전, 한국전력기술, 서울지하철, 부산지하철, 한국공항공사 등은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저지 공투본’을 구성해 2차례 대규모 집회 등을 개최하는 등 공동투쟁을 전개했다.

조 수석부위원장은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Again 2.25투쟁은 과거와 같은 아래로부터의 역동성이나 위력적인 투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이는 그 동안 상업화 구조조정에 대해 공동투쟁전선이 약화돼 온 결과이며, 필수업무유지제도 도입 적용과 외주화 확대, 현장통제의 강화로 투쟁력과 현장 조직력 역시 약화돼 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가속도 내는 민영화, “2.25 공동파업 뛰어넘는 공세적 투쟁 만들어야”

2012년 이명박 정권 말기에 들어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올해 초, 청주공항이 국내 공항중에는 최초로 민간기업에 매각됐으며, 동시에 KTX민영화가 전격 추진되고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민영화 추진이 속도전을 내는 만큼, 여론 악화도 만만치 않다. 올 1월, 원혜영 의원과 참여연대가 실시한 공동여론조사에 따르면, KTX민영화 추진에 대해서는 반대가 65.5%로, 찬성인 22.6%보다 세 배가량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동통신 요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작년 하반기의 기본요금 1천원 이하에 이어, 추가로 요금 인하가 있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90%에 달했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국가기간산업 민영화 저지를 위한 통일적 대응전선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배경석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 부지부장은 “노동조합이 2002년, 강력한 2.25 투쟁을 전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오랫동안 지속된 구조개편과 민영화의 본질, 그리고 문제점에 대한 학습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이후 투쟁은 여전히 계속되는 정부와 자본의 분할과 경쟁 도입 시도에 대한 저지투쟁, 저지를 넘어 실현가능한 산업구조 대안과 정책의 제시 및 현실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영근 전국철도노동조합 조직강화특위장은 “2012년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해, KTX민영화 저지 투쟁과 그 성과를 기반으로 철도의 공공적 발전을 추동할 것”이라며 “또한 철도의 공공적 운영을 위한 공공철도이사회 구성과 철도 관련 대체입법 마련, ‘교통기본권’ 제정과 법제화, 철도안전을 위한 철도관련 외주업체의 직영화 등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철도노조는 오는 3월 중으로 철도 안전에 필요한 인력규모 조사와 외주화 실태조사 영향분석을 시작으로, 4월 총선 공약으로 정책협약을 진행하고 6월 임시국회를 통해 해당 상임위에서 법안상정과 법제화를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또한 지영근 조직강화특위장은 “이후로도 계속 정치적으로 쟁점화하고 아울러 단협의 핵심의제로 삼아 총력투쟁을 통해 쟁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호동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대표 역시 “2.25 동맹파업은 공투 조직화의 주요 사례로 분석돼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공투의 설계, 조직화, 돌입, 마무리, 평가의 전 단계에서 2.25 동맹파업을 뛰어넘는 새로운 공투가 조직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의제의 선점에 따른 공세적인 투쟁 태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영화 정책의 대안으로 국가기간산업의 국유화, 사회화 등의 재공공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부 주도의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재공공화 방법 역시 제기되고 있다.

우선 사회화, 재공공화의 방안과 관련해 김철 공공운수노조 부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사회화는 한국 민중들의 필요에 의해 검토되고 제기돼야 한다”며 “사회화 프로그램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형식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실제적 내용이며, 누가 누구를 위해 어떤 목표 하에서 어떻게 사회화 프로그램을 실행하는가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김철 연구위원은 △공공기관의 범위 재설정 △민간투자법 규정의 활용 △재공공화를 위한 특별법의 제정 △기금의 활용 △금융기관의 재공공화 △노동조합을 비롯한 이해관계자의 민주적 통제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공공기관의 범위 재설정과 민간투자법 규정의 활용 뿐 아니라, 사유화된 기업의 재공공화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공적 통제를 가할 수 있다”며 “또한 사회화가 단순히 소유권의 변화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만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사회화된 기업과 조절기구에서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참여와 민주적인 통제기제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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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성

    사회화와 재공공화는 지금 시기에 꼭 필요한 운동적 의제인 것 같습니다. 이론화와 확산에 힘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