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작은 마을 강정의 전쟁, 제 2의 4.3 항쟁이다

문정현 신부 "우리를 모두 죽이고 구럼비에 콘크리트를 부어라"

3월 7일 오전 4시 강정마을에 비상 사이렌이 울리고 이어 다급한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터져나왔다.

“강정마을 주민 여러분, 비상 사태 발생입니다. 모두 해군기지 사업장 앞으로 모여서 강정마을을 지켜 주십시오.”

3월 6일 저녁 구럼비 바위에 대한 발파 허가가 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강정마을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갖고 의례회관과 평화의 집 등 곳곳에 모여, 대책과 계획을 논의하고 공유하는 등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새벽 4시. 해군기지 사업장 앞에 모여든 주민들 [출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그러나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주민들의 논의란 그저 “온 몸으로, 온 힘을 다해, 결사적으로 막아내겠다”는 자기 다짐을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애초 폭파를 위한 화약류 운반은 오전 6시부터 12시 이전에 완료하고 일몰 전까지 사용하지 못한 화약류는 다시 반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이나 경찰이 이런 원칙을 지킬지 의문이라면서 언제 어떻게 화약을 반입해 터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었다.

  그들에게 아름다운 강정이란 어떤 강정을 말하는 것일까? [출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강정을 지킵시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생명과 평화를 생각하는 마음이 두려움 앞에서도 그들을 춤추게 한다. [출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지킴이들과 마을 주민들이 각자의 거처로 돌아가지 못하고 함께 모여 밤을 보내던 새벽 4시. 마을에는 비상 사이렌이 울렸다. 마을 주민들은 계획대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자동차, 경운기 등 모든 것을 동원해 출입로를 차단하고 해군기지 사업장 앞으로 모였다. 같은 시각, 포구쪽에는 천주교 사제 10여명과 마을 주민 10여 명은 포구 곳곳에서 발파를 막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어떻게든 발파를 막기 위함이며, 우리의 절박함을 알리기 위함이다. 끝내 발파가 된다면 폭발이 일어나는 곳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결심을 전했다.

  네 명의 여성 활동가들은 조금이라도 차량 진입을 늦추기 위해 쇠사슬로 몸을 묶었다. [출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문정현 신부는 “살아있는 한 구럼비를 파괴하고 콘크리트를 붓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오늘 그 시점이 왔다. 그 심정은 지금 현재 옥중단식 29일째 하고 있는 양윤모 선생의 행동과 일치한다. 이 혹독한 경찰, 해군, 국무총리, 이명박 우리를 모두 죽이고 구럼비를 폭파하라. 우리 모두를 죽이고 우리와 함께 구럼비에 콘크리트를 부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예전에 읽었던 4.3항쟁의 정신이 지금 나에게 되살아났다. 우리들의 이 투쟁은 우리 후대의 정신을 살려주는 힘이 될 것이다. 자부심을 갖고 구럼비 폭파를 막자”고 독려했다.

[출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이와 함께 해군기지 사업장 앞에서는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 3명과 마을 지킴이 1명이 마을 입구를 막아놓은 차량에 쇠사슬로 자신들의 몸을 묶었다. 이들은 “쇠사슬이라도 끊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만이라도 화약 이동을 지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구럼비 발파 허가로부터 꼭 12시간째인 오전 6시 50분. 해군기지 사업장 앞으로 경찰병력이 도착했다. 약 100여명의 주민들은 평화시위를 원칙으로 하는 주민들은 “제발 마을에 들어가지 말아달라, 함께 살자”고 호소했으나 400여명의 경찰병력은 약 20여분 만에 모여있던 주민들을 고착시키고 해군기지로 들어가는 입구를 막아섰다.

[출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순식간에 자신들을 에워싼 경찰들에게 제발 돌아가달라고 호소하는 마을 주민. [출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곧이어 차량에 몸을 묶고 있던 4명의 여성 활동가들과 이들을 보호하려던 예수회 김정욱 신부와 주민 3명, 그리고 폭력적인 진압에 항의하던 마을 주민과 활동가 등 총 20여명을 연행했다.

12시 현재, 해군기지 앞에는 여전히 주민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으며, 구럼비 포구에는 20여명중 2-3명이 남고 모두 연행됐다. 또 이들에게 음식과 의복을 전하기 위해 카누를 타고 포구에 접근하던 벤자민, 주플린도 해경에 의해 카누가 뒤집혀 연행되는 등 곳곳에서 경찰과 마을 주민들의 충돌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기사제휴=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활동가들과 그들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을 무차별 연행하는 경찰. [출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연행당하는 예수회 김정욱 신부. [출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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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욱 신부님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