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될 뻔한 고리원전 가동중단 은폐...“사회 분위기 안좋아서”

12분간 냉각기 중단 “블랙아웃” 상태...한수원, 한 달간 은폐

고리에서 후쿠시마 원전참사가 재현될 뻔 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월 9일 고리원전 1호기에서 전력공급이 비상 전력 공급 장치까지 완전히 중단되는 ‘블랙아웃’상태가 12분간 지속돼서 냉각장치가 멈추는 사태가 벌어졌다. 냉각장치가 멈추면 원자로의 핵붕괴 열에 의해 냉각수가 끓어올라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핵 연료봉이 녹아내려 마침내는 폭발에 이르게 된다.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폭발사건도 같은 경위로 일어났다.

  고리 원자력 발전소 [출처: 한수원]

1978년에 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이번 사고가 129번째로 국내 원전 중 가장 높은 고장률을 보이고 있다. 고리 1호기는 30년의 수명을 다 채운 2008년에 수명연장에 들어갔다. 원전 노후화에 따른 잦은 고장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욱 큰 문제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원자력 안전위원회가 가동 중지 명령을 내릴때까지 사고 사실을 숨긴 채 원전을 가동했다는 점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사회적 분위기가 좋지 않아 보고를 하지 못했다”고 사건발생 사실을 숨긴 이유를 설명했다. 또 “사고당시 계획 예방 정비기간이라 원자로가 가동중이지 않았다”고 말해 위험성이 생각보다 높지 않았음을 주장했다. 원자력 안전법 92조는 고장이 발생한 즉시 지체 없이 사고 사실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117조는 보고를 하지 않은 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국장은 14일 아침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후쿠시마 4호기도 가동 중이 아니라 핵연료가 장전돼 있지 않았지만 사용 후 핵연료의 핵붕괴 현상에서 발생한 열에 의해 폭발이 일어났다”며 ‘블랙아웃’ 현상의 위험을 경고했다. 그녀는 원전의 노후화에 따른 잦은 고장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녀는 “원전의 설계상 수명이 30년이고 세계적으로 원전의 평균수명은 23년”이라며 “고리 1호기의 원자로가 이미 연약해져서 차가운 물이 닿으면 곧 깨져버릴 상태”라고 지적했다.

원전의 경제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수명이 연장돼 가동 중인 고리 1호기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전체 전력의 1%정도이고, 수명 연장이 논의 중인 월성 1호기도 비슷한 양의 전력을 생산한다. 사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수명연장이 필요할 만큼의 전력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20년 남짓한 수명의 원전을 짓는데 드는 비용과 수명이 다한 원전을 폐로하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양이원영 국장은 원자로 하나를 폐로하는데 드는 비용만 1조원 이상이라고 전했다. 방폐장 시설 하나 없는 우리나라에서 최고 24만년이나 보관해야 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처리하는데 드는 돈도 천문학적인 액수다. 양이 국장은 “우리나라는 발전단가내용이 공개되지 않아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MIT공대의 연구보고나 일본에서의 연구 보고에 의하면 원전의 생산성이 석탄 화력 발전보다도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녹색당은 이번 사건에 논평을 내고 고리 1호기의 즉각 폐쇄를 요구했다. 녹색당은 논평에서 “늦장 보고 책임자를 엄벌하고, 크고 작은 잦은 사고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고리원전 1호기의 수명연장을 취소하고, 즉각 폐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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