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 살이 다 들어낸 깨끗한 빈 집 같은 날들이었다
귀를 씻고 또 씻어도 비수처럼 맺혔던 눈물 같은 날들이었다
더욱 힘들었던 건 날씨 탓도 거리의 낯설음도 아니었다
타협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노총 의결단위로부터 배제됐고
투쟁했기 때문에 더욱 고립됐다는 것이다
눈물의 무수한 연뿌리로 세워진 재능 시청 노숙농성장에서
난 참 무례하게도 이 답 없는 싸움의 동력은 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유명자 동지는 “왜 답이 없냐? 방법을 찾기 위해 싸운다”고 말했다
난 너무 쉽게 답 없는 계절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쁜 기후변화를 예측했다
특권 없는 비정규직 노조관료 생활도 벌써 8년,
반복되고 익숙해지는 것들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난 재능 시청 노숙농성장처럼 방법을 찾는 투쟁하는 삶을 살겠다고
그녀 앞에서 다짐했다
“여기 사람이 있다”
그녀는 배제와 고립 속에서
노동자의 자존심을 움켜쥐었기 때문에 인간일 수 있었고
노동자의 자존심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급일 수 있었다
기억하라!
우리는 따뜻한 웃음을 꿈꾸었기에 이 세계로부터 추방된 자들이며
바람의 대지를 따라 웃음의 군락을 이루는 이 시대 난민들이다
; 난 내 삶에 찾아온 바람의 기원에 대해 여기에 기록해둔다
우리의 전망은 스스로 움직이고 흐르는 것이며 흐름의 속도를 강하게 하는 것이다
잠시 정체되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대의제도에 의탁하거나 타협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닐천막조차 강탈당하고
텅 비어 있는 이 거리를 베고 누운 자리로부터
종종 다른 삶은 시작되고
폭포처럼 정직한 맨 몸들이 이뤄가는 인간의 시간이 오고 있다
이것은 새로운 시대의 관문,
때로 부재했던 삶들이 갑자기 지층에서 솟구쳐 올라
내전의 시작을 알릴 때가 올 것이다
뿌리까지 내려가 방법을 찾을 것이다
초대 받은 곳이 폭설이라면 기꺼이 폭설이 되어 내릴 것이고
때로 비바람의 안내를 받아 흐르기도 하다가
완전하지는 않지만 이미 충분한
투쟁하는 동지들의 웃음에 도달할 것이다
이 웃음을 가능한 멀리까지 밀어가는 것,
지금 우리가 이야길 할 수 있는 최선이다
텅 빈 거리의 특강 속에서 태어난 미래의 삶,
우리는 이 세계에 대한 새로운 번역을 시작할 것이고
더 이상 불가능한 싸움이란 없다
재능투쟁 1,500일은 불가능하다고 강요됐던 것들에 대한 과감한 도전,
인간의 존엄함이 가 닿은 시간이었다
부재했던 삶이 투명한 인간의 몸으로 솟구쳐 올랐던 존재의 시간이었다 (2012년3월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