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첫 산재인정, “삼성이 발뺌할 수 없는 상황”

림프조혈계 질환 산재인정 길 열려...산재신청 노동자 22명 판결 영향 미칠까?

지난 10일, 근로복지공단이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재생불량성빈혈을 앓게된 김지숙(37) 씨를 산업재해로 인정하면서, 이후 반도체노동자들의 림프조혈계 질환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종란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상임활동가는 “근로복지공단에서는 번번이 삼성 반도체 백혈병 등 반도체 재해 피해 노동자에 대해 산재신청을 모두 불승인 해 왔다”며 “이번에 동일한 내용에 대해서 처음으로 산업재해가 인정된 것으로, 림프조혈계 질환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김지숙 씨가 앓아온 재생불량성 빈혈은 백혈병, 림프종 등과 함께 림프조혈계 질환의 하나로 포함된다. 특히 백혈병이나 림프종, 재생불량성 빈혈은 중증 혈액질환으로, 이종란 활동가는 “발병 원인도 방사선에 노출되거나, 벤젠 등 발암물질에 노출됐을 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하겠다고 밝힌 삼성 측의 입장에 대해서는 ‘발뺌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종란 활동가는 SBS라디오 [김소원의 SBS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처분은 근로복지공단이 내린 처분으로, 법원의 결정과는 달리 삼성전자가 제3자여서 이 처분에 대해 수용을 하거나 말거나 할 여지가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분”이라며 “삼성이 더 이상 발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한 직업성 암과 백혈병, 재생불량성 빈혈, 뇌종양 등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삼성전자 노동자만 22명이 달하는 상황에서, 이번 김지숙 씨의 산재인정이 이후 승인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종란 활동가는 “승인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은 들지만, 백혈병이나 혈액질환 이외의 뇌종양, 다른 희소 질환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판단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적어도 림프조혈계 질환에 노동자들의 산재 인정의 길은 열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활동가는 “사실 진작에 산재승인이 나와야 하는데, 더뎌진 것이 정부가 노동자의 눈치보다는 대기업의 눈치를 살피는 정책을 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지숙 씨는 삼성전자 기흥공장과 온양공장 반도체 조립공정 등에서 약 5년 5개월간 일해오다 혈소판감소증 및 재샐불량성 빈혈을 앓게 됐다. 그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재생불량성 빈혈 등으로 산재 신청한 노동자는 총 22명이지만 이 중 단 한 명도 산재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 18명중 10명이 다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 씨는 22명 중 18번째로 산재 신청했고, 1년가량 공방이 오가다 산재로 인정됐다.

공단은 근무 과정에서 벤젠이 포함된 유기용제와 포름알데히드 등에 간접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99년 퇴사 당시에 빈혈과 혈소판 감소 소견이 있었던 점 등이 고려돼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태그

삼성 , 산업재해 , 반도체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지연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손예지

    삼성반도체로 인해 고생하는 사람들이
    이걸 계기로 해서 더 많이 보상받고 길이 열렸으면 좋겠어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