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전국 주택매매 거래건수가 다시 6만 7500여건으로 추락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경매가 60% 이하 속출과 전국 거래건수 6만 여건 수준으로 줄어든 거래침체 속에 이대로 놔두다간 부동산시장이 붕괴할 거 같고, 그렇다고 DTI(총부채상환비율) 금융규제를 풀자니 폭발하는 가계부채를 더 이상 감당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 이 말이 정확히 들어맞는 상황이 바로 지금의 부동산 시장일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자 실수요자를 위한 거래활성화 대책이니 뭐니 하면서 국토부가 나서 18대 국회가 마지막 임시국회를 열어 부동산시장 부양책을 통과시켜 줄 것을 외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민생법안이라 포장하고 있지만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불과하고 누가 보더라도 붕괴수준으로 치닫는 부동산 시장을 빚을 내서라도 부양하기 위한 정책임이 명백합니다. 오늘의 경제기사읽기에서는 최근 위기감이 고조되는 부동산시장의 동향과 금융위기로의 전이에 대해서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건1. 경매 매각율 ‘LTV 60%도 깨져...대출원금 회수 경고등, 부동산 침체 금융부실로 전이되나 - 2012.04.15. 서울경제신문
사건2. 담보 부동산 경매서 반토막...채권자 떼인 돈 4년간 5조원, 불황여파 헐값 낙찰 속출 미회수 채권 매년 눈덩이 - 2012.03.20. 세계일보
사건3. 깁값 추락에 쪼그라든 대출한도...‘하우스 푸어’ 파산 속출. 은행 만기연장 안되자 ‘울며 겨자먹기’식 고금리 저축은행 대출로 최악땐 경매로 집날려 - 2012.04.04 매일경제
최근 의미심장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바로 경매 매각가율이 60%를 밑도는 상황이 인천중구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대부분의 지역도 70%를 밑돌고 있어서, 만약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주택가격대비 대출금의 상한선을 결정하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의 비율이 법정한계선인 60%를 잠식하는 사태가 일반화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LTV 한계선까지 대출금을 받은 주택이 경매 매각과정에서 60% 미만으로 결정될 때, 채권자인 은행이 그 부족분을 손실처리 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 각 은행들이 현재 담보로 잡고 있는 주택들의 담보가치를 재측정해서 추가담보를 잡든지 혹은 대출금을 상환하도록 독촉해야만 하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경매시장이 아닌 일반적 매매시장에서는 아직 급격한 붕괴의 위험은 보여 지지 않고 있지만,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올해와 내년 대출만기 및 거치기간이 종료되는 주택들(25.6%)이 대거 몰려 있고 연체율이 다시 급증하고 있는 추세를 볼 때 경매건수가 폭증할 위험은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과거 2006-07년 부동산 투기열풍이 불었던 시기에 대출 받았던 주택들이 3년의 거치기간 후 경제위기를 명분으로 2년 추가연장을 받았으나 더 이상 연장이 되지 않아 과도하게 몰린 이유도 있습니다. 만약 정상적인 거래가 원활히 이뤄진다면야 집을 처분해서라도 대출금을 무리 없이 상환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현재 주택거래건수가 금융위기 수준으로 급락할 정도로 찾는 사람이 없다는데 있습니다.
아래 김광수연구소에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가 폭발한 2008년 하반기 수준으로 거래지수가 폭락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09년과 2010년 말,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추진했던 약발이 6개월 남짓 효과를 보다 재차 하락하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만큼 이제는 더 이상 쥐어짜낼 수요도 없다는 것이지요. 팔고 싶은 물건은 있어도 살 사람이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출처: 김광수 경제연구소] |
그래서 할 수 없이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손절매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도대체 자신의 적정주택가격을 알 수 없기에 그리고 대출금 이하로 처분하기엔 그동안 자산가치에 기대했던 이익에 미련이 남아 어찌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는 것이죠. 바로 장부상 가치에 대한 신뢰가 흔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채권자인 은행에서도 기존 대출금에 대한 리스크관리를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 다시 대출자들의 목을 옥죄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되는 것입니다.
주식시장에서 일반적으로 많이들 하는 말중에 “가격을 속일 수 있어도 거래량은 속일 수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르는 가격을 높여서라도 겉으로 보기에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거래량은 조작할 수 없는 것이라 거래가 미미한 상태에서는 협상과정에서 실거래가격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주택시장이 바로 그러한 상태에 빠져든 것입니다. 거래량이 급감하다 보니 무엇이 정상적인 가격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죠. 보통 급매물로 나온 것들은 정상적인 거래가격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금의 거래침체 시기에는 경매가격과 같은 급매물들의 거래가격이 바로 그와 유사한 자산들의 실질가치로 사용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부동산시장 부양책의 최종 종착지 DTI,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정부 주무부처인 국토부를 비롯한 여러 정치권에서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막자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발표했던 세제혜택과 같은 것으로 도저히 해결의 기미가 안보이다 보니, 부동산 전문가들을 앞세워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완화를 전격적으로 시행해 급한 불이라도 꺼보자는 선동이 각종 경제일간지에서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DTI 규제완화가 불러올 가계부채의 폭발성을 의식한 듯, 그 책임은 국회의 몫으로 돌리고 있는데 참으로 안쓰러운 생각마저 드네요.
사건4. 총선 끝나자마자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추진...정부 “19대 국회 구성 전 부동산 대책 발표” - 2012.04.12. 경향신문
사건5. 부동산대책 고민이네...“DTI는 겁나고 국회는 요원하고” “DTI규제완화로 인한 가계부채 감담걱정” 부동산 대책 대부분이 ‘국회 처리’에 달려 - 2012.04.18
이런 상황에서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중지, 다주택 양도세 완화 등등... 각종 부동산 부자들의 혜택에만 매몰된 대책들이 국회처리 요구목록에 오르고 있습니다. 각종 부자감세라 일컬어지는 이런 부동산 대책들이 거래활성화라는 명분으로 말이죠. 이미 세제 혜택은 이명박 정부 내내 시행되었던 터라 이제 더 이상 기대도 안하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토해내지 않은 그 많은 세금으로 인해 지방정부들은 재정난에 빠지고 있는데 이런 문제들은 도외시 한 채 여전히도 세제혜택과 금융규제완화를 외치고 있으니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라는 문구가 새삼스레 떠오릅니다.
문제는 이들도 두려워하는 DTI 규제완화를 건들일 것이냐 라는 점입니다. 일단 여론 분위기를 떠보기 위해서 인지 몰라도 권도엽 국토부 장관이 인터뷰를 핑계로 몇 마디씩 흘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과 시장분위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이죠. 하지만 한국은행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정부부처에서도 가계부채의 위험이 이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며 대출억제 강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사건6. 가계부채 얼마나 심각하길래 한국은행까지 나서나...‘가계빚 눈덩이’ 이젠 2금융권까지 번져 소득절반 빚 갚는데 급급 악순환 - 2012.0323. 매일경제
이미 몇몇 전문가들은 DTI를 완화해도 지금의 침체를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DTI가 소득대비 대출금의 상한선을 규제하는 것인데, 실질가계소득이 수년째 정체되어 있고 이미 집을 살만할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지난 부동산 폭등에 다 사뒀기에, 말 그대로 부동산 알부자들 말고는 더 이상 매수자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현재 DTI 규제 완화도 강남과 같은 고가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중상위층 이상의 계층을 겨냥한 것이며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와 연동되어 효과를 발휘할 뿐, 전반적인 침체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최근 재건축 침체와 더불어 폭락하고 있는 강남의 주택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심리적인 효과밖에 없을 것이라 분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DTI를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침체가 지속된다면 그땐 부동산 시장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투매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며 역효과를 진단하기도 합니다.
다음 주 4월 26일 임시국회에서 어떤 민생법안들이 처리될지 요즘 뉴스에 자주 오르고 있습니다. 과연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어떤 내용으로 처리될지 혹은 19대 국회로 미뤄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동안 금융위기 이후에 수차례 이어졌던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모두 자산가 계급의 이해에 충실했다는 점을 볼 때, 금융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는 DTI완화에 대해서 적극 반대하고, 이제는 부동산 경기부양이 아니라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는 혹은, 경착륙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를 고민할 때라 생각됩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미국의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가 모두 부동산 버블붕괴가 방아쇠로 작동했다는 점을 다시 상기해야 합니다. 장기적 하락추세에 진입한 한국의 부동산 시장의 자산가치 하락과 부채의 악순환이 가져올 다음 위기에 대해서 그 심각성을 직시할 순간임을 다시 한번 강조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