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코리아 “정리해고 대신 개성, 인도네시아로 가라”

국내 아웃도어브랜드 K2코리아의 ‘황당한’ 정리해고 방법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 K2에서 신발을 만드는 생산직 노동자 조경순(52)씨는 회사의 해고통보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패혈증에 걸린 아이의 손 한번 제대로 못 잡아주고 14년간 헌신적으로 일해 왔던 회사가 차마 ‘해고’라는 칼을 빼들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집회에 참석한 K2코리아지회 조합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회사에서 평소처럼 작업을 하고 있던 작년 어느 날, 급성 패혈증으로 아들이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심각한 소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눈물을 삼키고 업무를 마쳤다. 퇴근 후 들른 병원에서는 조 씨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청천벽력같은 말이었다.

“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어요.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아들은 중환자실에 있고, 면회는 하루에 두 번 밖에 안돼요. 아들 옆에 있어줘야 하는데, 회사는 회사대로 지각이나 결근을 하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중환자실 앞에 박스를 깔아놓고 거기서 밤을 해고 다시 아침에 출근을 하고... 한 달 반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그런 생활을 했어요.”

K2코리아 생산직 노동자들에게 지각이나 결근, 조퇴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조 씨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아이들의 졸업식도 한 번 참석해 보지 못했다. 아파도 업무 시간에는 병원에 갈 수 없다. 김선자(64) 씨는 “회사는 매일 조회에서 죽으나 사나 일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며 “특히 지각이나 결근, 조퇴 등을 하면 월급인상에 영향을 줄 거라고 으름장을 놓는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조경순 씨는 면회시간에 맞춰 아들의 손 한번 변변히 잡아주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지난 달, 해고 통보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가슴을 싸하게 만든 것은 아들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이렇게 회사에게 버림받을 줄 알았다면, 그 때 아이 손이나 한 번 더 잡아줄걸... 엄마로서 너무 미안하고, 한스럽기도 하고...그래서 더욱 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어요. 99년, 30대에 이 회사에 들어와서 그렇게 성실하게 일했어요. 아픈 자식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 지금도 기본급 86만원을 받으면서요. 그런데 하루아침에 해고라니요. 그럴 수는 없는 거예요.”

2010년, 조 씨는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 그 때도 한 달 반의 휴식 후 바로 업무에 복귀했던 그였다. 수술 후유증으로 목소리를 내기조차 힘든 조 씨는, 인터뷰 내내 갈라지는 울음소리를 멈추지 못했다.

비약적인 성장 K2, ‘이윤극대화’위해 신발생산직 노동자 전원 해고

국내 토종 아웃도어 용품 3위의 생산기업 K2코리아. 2010년 매출액 2,600억 원, 작년 한해만 4,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매년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하는 기업. 지난 1월에는 아웃도어 업체 중 유일하게 고용노동부터 ‘고용창출 100개 기업’으로 선정 돼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상과 세금조사면제 혜택을 입기도 한 곳이다.

그런 K2코리아가 지난 3월 8일, 신발사업부 생산직 노동자 93명 전원을 해고했다. ‘고용창출 100대기업’ 표창을 받은 지 두 달 만이었다. 해고 통보는 문자메시지와 문서를 통해 이뤄졌다. 대부분 근속년수가 10년 이상 되는 40~50대의 노동자들은 3월 15일, 노조를 결성하고 대응에 나섰다.

회사 측의 해고이유는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올 6월부터 신발생산부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하겠다는 것이었다. 콜트, 콜텍등에서 번번이 이뤄졌던 ‘해외 공장이전’의 악몽이 K2에도 덮친 격이었다. 회사는 5월 31일부로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생산부서 공장을 폐쇄하고, 희망퇴직을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K2코리아의 정리해고는 회사의 재무상태를 보더라도 현재 정리해고법 요건에 해당하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회사는 매출신장과 순이익 등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일궜지만 인건비 비율과 노동소득분배율은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2007년, K2의 당기 순이익은 198억이며, 이익 잉여금은 783억, 주주 배당금은 20억으로 집계됐다. 이후 2010년 들어 당기 순이익은 438억으로, 이익 잉여금은 1,762억으로, 주주 배당금을 100억으로 증가했다.

반면 총 인건비는 2007년 9.0%에서, 2011년 5.4%로 감소했다. 생산제조 인건비는 2007년 3.5%에서, 2011년 1.9%로 대폭 줄었다. 노동소득분배율 역시 2007년 79.0%에서 2011년 66.3%로 하락했다.

때문에 노조 측은 회사의 생산공장 이전과 생산직 노동자 정리해고가 이윤 극대화를 위한 것이라며, 신발사업부 유지 등의 고용보장안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지영식 K2코리아지회장은 “회사가 부득이하게 정리해고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아니고, 단지 100의 이윤을 150으로 가져가기 위해 노동자들을 집단해고 했다”며 “K2측은 회사의 법이 이러니, 무조건 관두라고 이야기 한다”고 비판했다.

K2의 황당한 고용보장 방안, “개성, 인도네시아 공장으로 가라”

K2코리아 생산직 노동자의 해고소식이 알려지자, 회사 측은 여론을 의식해 3월 22일, ‘생산부서를 폐지하고 생산직 전원 개별면담 후 인력을 재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3월 26일 열린 노사 교섭에서 회사는 ‘황당한’ 고용유지방안을 내놓았다. 인도네시아 개성공장 등으로 인력을 배치하겠다는 것이었다. 4월 4일에는 인도네시아, 개성공장, 행랑, 신발A/S, 의류A/S, 의류검사, 신발개방, 직영매장판매 등의 추가 인력배치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사측은 개성공장으로 배치될 경우, 벽지수당 20만원과, 기본급의 1.2배를, 인도네시아로 배치될 경우 월급의 1.2배 인상을 제시했다. 현재 60여 명의 여성노동자들의 기본급은 77만원~80만 원 선이다.

지영식 지회장은 “10년 이상 일한 50대 노동자들에게 내놓은 회사의 고용보장안이 고작 개성공장이나 인도네시아 공장으로의 배치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또한 10년 넘게 신발만 만들어왔던 노동자들에게 옷 만드는 곳에서 가위질을 하고 판매를 하라는 것은 그냥 그만 두라는 이야기와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지금까지 5차례의 노사교섭에도 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자, 전국화학섬유산업노조와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은 19일 오후, 성수동 케이투코리아 본사 정문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사측에 정리해고 철회와 현실적인 고용보장을 요구했다.


노조는 “K2코리아가 신발생산부서를 현재대로 유지한다 하더라도 회사 경영에 손실이 나지 않는다”며 “신발생산부서 노동자들에게는 지금의 생산부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일자리 보정의 조건이자 환경”이라고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집회 참가자들은 투쟁 결의문을 통해 “회사의 정리해고 철회와 인력재배치 방안은 노동자를 속이기 위한 눈가림에 지나지 않는다”며 “K2코리아의 정리해고가 완전히 철회되고 고용이 보장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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