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괴담’이라더니...이번엔 ‘젖소안전 괴담’

박원석 “정부는 미국 눈치 보느라 강조하던 ‘선조치 후보고’ 안하는건가”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된 것이 알려진 가운데 정부가 검역 중단 조치조차 내리지 않고 있어 논란이다.

정부는 지난 7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6년 만에 4번째 광우병 소가 발견된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미국과의 통살 마찰을 우려해 미국이 자세한 정보를 알려줄 때까지 검역을 강화하는 선에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 운동본부’와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전문가자문위원회’, ‘광우병위험감시국민행동’은 26일 오후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즉시 미국 쇠고기의 수입과 유통을 중단하고 수입조건 재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정부가 수입중단은 커녕 검역중단조차 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식품 안전성과 건강권을 무시하며 검역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발견된 광우병 소는 캘리포니아의 랜더링 공장(소의 사체를 분쇄해 동물성 사료를 만드는 공장)에서 검역한 젖소다. 이 젖소는 식별표시가 따로 없어 어느 농장에서 사육됐는지, 생후 몇 개월이 지난 소인지 알 수 있는 정보가 하나도 없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기자회견에 참석해 광우병의 심각한 위험성과 전염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3400만 마리를 도축하는 랜더링 공장에서 고작 4만 마리의 샘플만을 검역하는데 그 중에서 아주 우연적인 확률로 광우병 소가 걸려든 것”이라면서 “이 소의 나이가 얼마인지, 어느 농장에서 자랐는지는 미국정부도 모르고 있고 어떤 경로로 광우병에 감염됐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역학검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닭의 분뇨와 털이 그대로 들어간 육골분 사료를 그대로 소에게 먹이는 과정에서 광우병이 발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 내 광우병 소의 위험이 예상보다 훨씬 더 클 수 있음을 강조했다.

정부와 판매단체들의 ‘젖소는 식육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주장과 ‘비정형성 광우병’에는 감염위험이 없다는 주장에도 본격적인 반박도 이어갔다. 박 국장은 “젖소도 거세한 수소와 우유를 생산하지 않는 소들은 식용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미국은 유통과정에서 황우인지 젖소인지를 구분하는 시스템도 갖춰져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캐나다에서 발생한 18마리의 광우병 소중 10마리는 젖소였고 일본에서 발병한 광우병 소는 모두 젖소였다”고 밝히며 “젖소라 안전하다는 정부의 주장은 식품안정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비과학적 견해”라고 비판했다.

‘비정형성 광우병’이라는 미국정부의 발표역시 안정성 우려를 완화시키지 못한다는 주장도 계속됐다. 그는 “비정형성 광우병이라는 것은 프리온의 분자량이 일반적인 분자량과 다른 것일 뿐”이라면서 “여러 나라에서 이미 발견되고 있는 형태로 동물실험을 통해 전염성이 확증됐고, 영장류에게도 전염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사료규제만 가지고는 전염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부가 2008년 광우병 위험이 발견되면 곧바로 수입을 중단하고 수입된 물량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박석운 범국본 공동대표는 “선조치 후보고를 강조하던 정권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미국의 연락만 기다리는 것은 국가의 주요한 기능을 포기한 사대주의에 다름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시급한 수입중단을 요구했다.

민변의 송기호 변호사도 “수입중단을 할 수 있는 국내법, 국제법이 다 갖춰진 상태에서 정부가 검역주권을 포기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진상을 밝히기 위해 미국정부에 요청한 자료가 무엇인지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2008년의 촛불집회에서 제기된 의혹과 주장이 옳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당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을 맡았던 박원석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당시 촛불집회를 난동이라고 표현하며 명예를 훼손한 정부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화풀이로 하는 말이 아니라 사찰 등 국민을 기만하는 정부의 태도를 그냥 보아넘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수입중단을 하지 않으면 농림수산부 장관 등의 책임자들을 직무유기로 고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FTA 범국본의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번 사태가 광우병 쇠고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한미 FTA전반에 연관된 문제라고 지적했다.그는 “이번 사태를 통해서 FTA의 불합리한 조항들의 재협상을 이끌어내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저들이 말하는 국익을 이끌어 낼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한미 FTA 범국본을 중심으로 이후의 투쟁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당장 5월 2일에 촛불 집회 4주년을 맞아 당시 촛불 집회를 주도했던 시민과학생들이 모여 4주년 기념 촛불 문화제를 연다. 범국본은 이들과 결합해 대규모 촛불집회를 만들어 투쟁해 수입중단 조치와 FTA 재협상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