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서울역 집들이...여기도 사람이 있다

“우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받기 위해 싸울 것”

서울역 노숙인들이 집들이를 열었다. 장소는 그들이 ‘살고 있는’ 서울역이다.

서울역 노숙인들과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방침 철회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서울역 공대위)는 3일 저녁, 서울역 광장에서 집들이 문화제를 열고 서울역에 노숙인들이 살고 있다고 선언했다.


서울역 공대위는 지난달 25일, 서울역에 노숙인들이 살고있음을 알리기 위해 서울역을 주소지로 노숙인 2명의 전입신고서를 남영동사무소에 제출했다. 그러나 남영동사무소는 노숙인들이 건물주의 거주 승인을 받지 않았고, 취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입신고를 반려했다. 서울역 노숙인들은 집들이 인사말에서 “전입신고는 여기서 눌러앉아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를 인정받고 노숙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입신고를 했다가 반려된 노숙인은 “우리나라는 헌법으로 거주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철도안전법이니 하는 법들이 우리같은 노숙인들을 헌법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삶에 겁박받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만, 참혹하고 가난한 삶에도 꿈, 희망, 미래가 있다고 믿고싶다”면서 앞으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갈 것임을 다짐했다.

사회를 보던 이동현 홈리스행동 집행위원장은 이 노숙인이 “바로 얼마전까지 출판사에서 글을 쓰던 작가였다”고 밝히면서 “홈리스가 되는 것은 게으르거나 도덕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노숙인 생활에도 즐거움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함께 손을 꼭 붙잡고 나선 두 남녀 노숙인은 ‘연인’임을 공개했다. 둘은 힘겨운 생활에도 서로 위로해주고 살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들은 “오늘 우리는 서울시민 된 것”이라면서 “혼인신고도 할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동시에 여성으로 노숙을 하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성폭력의 위협에 수시로 노출되고, 건강과 안전의 문제가 더 쉽게 찾아들기도 한다고 그들은 전했다.

문화제에선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의 안일한 노숙인 지원 정책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집행위원장은 “긴급지원제도를 만들어 놓고 시설에서 노숙인임을 증명 받아야 하거나, 부양가족이 있어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등 까다로운 조건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노숙인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역이 노숙인 20명을 선발하여 고용하는 일자리 지원 사업이라는 것은 서울역의 강제퇴거 조치의 폭력성을 은폐하는 수단이며 월 급여 40만원 - 6개월 고용 형태의 저질일자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역에서 살고 있는 노숙인은 250여 명을 상회한다.

‘손님’으로 집들이를 방문한 이들의 축하발언도 있었다.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인 정록은 “세상이 자꾸 더 잘하고 말끔하고 깨끗한 것들만 찾고 있다. 미숙하거나 밀려났거나 상처받은 사람들을 소외하고 배제하지만 그들은 쫓겨났어도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못나고 가난하고 누추한 사람들을 배제하는 것은 가난을 죄악시 하는 것”이라며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강제퇴거가 250일을 넘겼고 계속 투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저 우리가 여기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선언하고 인정받는 것이 이 투쟁의 의의”라고 설명했다.

노숙인들은 향후에도 집회와 문화제를 통해 노숙인들의 존재를 인정할 것을 서울역과 정부당국에 요구하며 시민들에게 알려나가는 활동을 이어나간다.

  여는 공연, 전형권무용가의 사자춤
태그

빈곤 , 노숙인 , 서울역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성지훈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