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과 김동현을 위한 변명

[기자칼럼] 비난을 넘어 ‘병역의무’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자

6월, 2014년 월드컵 최종예선이 시작됐다.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박주영은 뜨거운 감자였다. 병역기피 의혹 속에 ‘국민적 정서’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박주영은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다. 축구 국가대표팀은 황선홍 이후 대형스트라이커를 갈망해왔다. 여러 선수들이 포스트 황선홍으로 거론됐지만 어느 누구도 그 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이 때문에 박주영 논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과 더불어 얼마 전 축구계를 놀라게 한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지난달 29일 부녀자를 납치해 강도행각을 벌인 전 축구선수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한 때 축구유망주였으나 상무 시절 승부조작 혐의로 축구선수에서 제명된 김동현이었다. 그는 2002년 아시아 청소년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는 베스트 11과 최우수 선수를 차지하며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었다.

박주영과 김동현은 한때 한국축구를 이끌어갈 공격수로 기대를 모았다는 점 이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박주영은 1985년 생, 김동현은 1984년 생으로 대구의 청구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기자도 근거리에서 이들을 보았었다. 한 때 축구선수를 꿈꾸던 시절, 차원이 다른 플레이를 하던 두 선수의 경기 모습을 직접 보고 꿈을 접었다. 때때로 그들의 훈련을 지켜본 적도 있었다. 수능시험을 치루기 위해 하루 일찍 방문한 청구고 교문에는 박주영을 응원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

뉴스거리가 되는 이유는 다르지만 이들에게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병역의무’다.

박주영과 김동현, 그들의 현재

김동현은 청구고 재학 시절인 2002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33회 20세이하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대회 우승의 주역이었다. 이후 2004년 K리그 명문구단인 수원 삼성에 입단하고 A매치 경기에도 뛰었다. 2005년~2006년에는 포르투갈과 러시아 프로 무대에서 뛰기도 했다. 하지만 K리그 복귀 후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하다가 2010년 ‘병역의무’를 해결하기 위해 상무에 입단 했고 2011년 승부조작 혐의로 K리그에서 영구제명 당했다.

지난 5월 범행 직후 김동현은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빌린 1억 원의 빚과 이자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부조작 혐의로 징역3년, 집행유예5년을 선고받은 터에 저지른 범행이라 징역형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은 길게 말하지 않아도 알만한 이들을 다 알만큼 유명한 선수다. 2005년 서울FC 입단과 동시에 신인왕을 차지하며 큰 기대를 모았다. 2006년, 2010년 월드컵에도 출전했다. 2008년 프랑스 리그앙 AS모나코에 입단해 좋은 활약을 펼치며 2011년 명문구단 아스날에 입단했다. 소속팀에서 많은 출장을 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국가대표팀의 해결사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 3월 16일, 박주영이 2011년 8월 18일 병무청에 모나코의 영주권에 해당하는 이주 및 장기체류권을 주 프랑스 대사관을 통해 신청하여 2011년 8월 29일 허가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박주영은 만 38세가 되기 전인 2022년 12월 31일까지 병역을 연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병역을 연기할 시 국내에 6개월 이상 머물거나 또는 국내에 60일 이상 체류하면서 영리활동을 하게 된다면 병역 연기가 취소된다.

국가대표 경기도 영리활동으로 간주되므로 사실상 국가대표 경기를 뛰는 게 불가능하지 않냐는 지적이 있다. 또한 병역의무를 미루기 위해 편법을 이용한 박주영이 국가대표 자격이 있냐는 논란이 일었다. 올해 5월 국가대표팀 최강희 감독이 그에게 “공식적으로 국민들과 팬들에게 지금의 상황과 입장을 밝혀라. 그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으나 그는 응답하지 않았고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공통적 고민 '병역의무'

국가대표 선수까지 지냈던 한 선수는 죄인이 되었고, 한 선수는 언론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 두 선수에게 공통적인 고민은 ‘병역의무’였다. 병역의무에 대한 논란은 스포츠스타 뿐 아니라 연예스타들도 겪었다.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수의 20대 남성은 모두 병역의무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이 두 선수 개인을 위한 변명을 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단지 두 선수가 처한 환경, 20대 비장애인 남성이라면 겪어야 할 고통의 원인을 한 번쯤 생각해보자는 이야기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군대 가지 않는 이’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고는 한다. 더불어 병역의무는 ‘신성한 의무’라고 여긴다. 박주영 논란의 근거는 ‘국민적 정서’가 크다.

김동현 선수의 승부조작과 강도사건의 모든 원인이 ‘병역의무’ 때문은 아니다. 이 병역의무 해결을 위해 상무 입단과 동시에 그의 임금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승부조작 사건으로 제명된 후 ‘엘리트 운동부 양성’에 키워졌던 그가 택할 수 있는 반경은 좁았다.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었음은 분명하다.(엘리트 체육의 문제점과 부족한 사회보장제도의 문제도 함께 제기될 필요가 있다)

사회 고위층 자녀들의 군복무 기피현상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이 경우 문제의 핵심은 ‘탈법적 권력 남용’이지 군복무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병역의무’가 청년기 걸림돌이라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병역의무’가 없는 모습을 상상할 수는 없을까. 지난 4월 26일에도 한 청년이 양심적 병역거부로 1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국가인권위도 7년 전 양심적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했다.

양심적병역거부로 인한 대체복무 도입을 넘어 징병제 폐지를 상상할 수는 없을까.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대부분의 청년들은 병역 미이행으로 인한 사회적 불이익이 두렵기에 끌려간다. ‘군대를 다녀오면 어른스러워진다’고 하는 말은 ‘군대에 가야 사회적 복종을 배울 수 있다’는 말과 같다. 군 복무 후 진로에 대한 두려움을 한가득 안고서.

진보신당이 ‘사병월급의 현실화’에 대한 소송을 한 적이 있다. 이를 두고 “그러면 군대 망한다”, “그럴 거면 왜 사병을 뽑냐”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그렇다. 군대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것, 징병제 폐지, 군 사병 월급 현실화, 대체복무제 도입 등등. 박주영 병역기피 논란과 김동현 사건이 던져주는 것이다. 개인에 대한 비난을 넘어 ‘병역의무’를 다시 의논하는 사회적 진보의 고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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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 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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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도...

    결론에서 서두로 다시 돌아가면, 병역의무 때문에 김동현은 범죄를 저질렀고, 박주영은 법의 헛점을 노렸다. 이런 논리가 나오는데, 이게 정당하다고 생각하면 뭔가 어긋나있는 겁니다.
    개인의 비도덕성과 병역의무를 엮는 논지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어처구니

    이딴 초딩 일기장에 끄적일법한 글을 인터넷기사로 보게되다니 세상 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