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통합진보당의 퇴행적 정파주의는 구 민노당 시절부터 존재했다. 그때도 당은 민주집중제 얘기를 많이 했지만 투표집중제였다. 모조리 손을 들어 결정했다”며 “다수결이야 말로 민주주의에서 가장 지양해야 할 점인데 투표에서 이기는 것이 정파의 모든 목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정파의 패권이 진보정치에 대한 헌신이 중심이 아니었다는 것이 폭로됐다. 대중적 진보정당은 국민적 사기가 됐다”며 “과거 민노당도 민심에 들어가 국민적 소통을 필요로 하지 않고 당 내부 권력장악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여 이런 사태가 났다. 지금도 국민과 호흡하는 능력은 파산했다. 향후 진보정치 추진을 위해선 가치와 비전 못지않게 정치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치열한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근식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경선 논란에 대한 구당권파 대응은 명백히 잘못됐다”며 “다소 억울하더라도 민주주의의 핵심인 당의 공직후보자 선출과정에 문제가 드러났다면 상대의 기획이든 아니든, 조중동이 노리든 아니든, 초기 대응에서 깨끗이 사퇴하고 매듭졌어야 한다. 그랬다면 색깔론까지는 안 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창언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교수는 “통합진보당 문제 해결과정에서 당이 어떻게 거듭날 것인가로 가야 하는데 조중동의 마타도어나 NL-PD 노선전쟁, 미 제국주의의 분열공작의 결과란 글을 많이 본다”며 “이렇게 위기를 타자화시키려는 모습에서 진정한 해법을 찾을 수 있나하는 고민이 든다. 피해자 의식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 새누리당의 극악함이나 조중동의 사악함을 얘기하는 속에 기생하는 진보는 너무 위태하다. 그런 식으로 문제를 환원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적 성찰에 기반한 자기 혁신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창언 교수는 또한 “정파문화를 혁신하고 책임 있게 민주적 조직으로 당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지도집행력을 만들어 내는 게 필요하다”며 “중요한 것은 대중들로부터 권위를 인정받는 지도집행력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통합진보당을 대중이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혜정 전 환경운동연합사무처장은 “통합진보당은 관행적인 집회용 연대에는 익숙하지만, 내부 정책적 고민이나 실행의지 없이 환경단체가 반대하면 우리도 반대하는 식의 대응만 했다”며 “통진당의 정치에는 생활 정치가 없다. 지금까지는 국민의 실생활에서 피부 깊숙히 느끼는 의제를 다루려고 하지 않았다. 향후 시위장이나 집회장의 집단적 연대를 지양하고 생활 속 정책적 연대가 실현 됐으면 좋겠다”고 제시했다.
반면 박경순 통합진보당 진보정치연구소 부소장은 “당이 새로 나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간 활동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 기초해야 한다”며 “진보대통합이 이뤄지고 야권연대를 실현해 4.11총선에서 13석을 차지한 것도 당 활동에 대한 국민의 긍정적 평가가 있어 가능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성공을 거둔 것도 자주와 평등의 가치에 중심한 지금까지의 활동이 국민에게 긍정적인 평가와 박수를 받았다는 데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당내 구 당권파를 중심으로 한 주요 인사들의 대북관 논란을 두고는 더욱 쓴 소리가 쏟아졌다.
김근식 교수는 “80년대 어두운 쪽방에서 읽었던 팸플릿적 사고로는 진보정당을 발전시킬 수 없다”며 “친북으로 오해를 받는 대북관과 정세인식은 결코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근식 교수는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여전히 북핵, 3대 세습,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애정 과잉이 보인다”며 “북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지만 용납은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근식 교수는 “북을 어떻게 보고 북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냐의 논의는 부질없는 짓”이라며 “과거에 가졌던 북에 대한 애정과 짝사랑이 잘못되면 반북주의 선봉의 애증이 되지만 집착도 있다. 그 애증과 집착에서 벗어나 북이란 실체를 어떻게 대하고 다룰지 대북정책 수준에서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종북 논쟁은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경순 부소장은 “대북관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접근에는 문제가 있다. 우리는 대북 정책에 대한 기본 입장을 수없이 토론했다”며 “우리는 한 번도 친북정책을 발표한 적이 없으며, 자주적 태도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 민노당 때는 가장 높은 수준의 격렬한 규탄도 했다. 북 추종세력이라면 어떻게 그런 활동하느냐”고 반박했다.
박경순 부소장은 또 “그런 부분은 당의 정책과 활동을 보는 게 아니라 집단의 성격과 성향을 규정하는 전형적인 색깔론적 접근 방식”이라며 “당권파가 언제 북을 찬양하는 말을 했고, 누가 스스로 주사파라고 했나. 80년대에 주체사상 학습 한 번 안 한 사람이 누가 있나. 그들은 현재 합법적으로 활동하고 당 강령에 따라 활동한다. 강령을 위반하면 제지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천호선 새로나기 특위 위원은 “권력세습, 북핵문제에 대해 다수 진보정치는 분명한 반대 입장”이라며 “현실에서 문제는 이런 원칙의 제시가 남북관계 근본을 파탄낸다고 걱정하는 시각이다. 그러나 과잉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천호선 위원은 “북측도, 남측의 진보정치 세력이나 국민다수가 이해 못한다는 것은 외교적 현실로 인정할 필요가 있고, 북한에 대한 평가와 북에 대한 당의 전략은 다른 문제”라며 “정권을 잡고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와 정당이 공세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것은 남한의 평화와 북의 인권 증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