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허가받는 집회시위, 이번에는 신고제로 바뀌나

인권단체, 경찰의 집회 시위관리 지침 변화 요구

사실상 허가제로 관리되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하 집시법)에 대한 최근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집회시위 자유 확보운동이 활발해질 조짐이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인권단체연석회의,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등 집회시위 보장을 위해 활동해온 단체들은 13일 오전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집회시위 자유 보장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문제가 된 미신고집회에 대한 해산명령과 형사처벌의 문제와 함께 경찰의 차벽설치 등을 통한 원천봉쇄 그리고 이동제한 등의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신고제로 바꾸기 위해선 집회시위 금지와 해산명령을 단지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적용할 수 있는 형사처벌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애초 대법원은 지난 2010년 4월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회원들에 대한 서초경찰서 기소 후 잇따른 1, 2심에서의 벌금형 선고에 대해 “미신고라는 사유만으로 그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산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사실상 집회의 사전신고제를 허가제처럼 운용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게 되므로 부당하다”며 4월 26일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한 바 있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타인의 법익침해나 공공질서에 대한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의 금지통고나 해산명령을 대법원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이상 부당한 금지통고나 해산명령은 집시법 위반사항이 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또한 박경신 교수는 최근 집회시위 자유 보장에 의미를 갖는 일련의 대법원 판결들을 주목하며 결국 이는 집회시위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임을 분명히 하려는 대법원의 입장이라고 보았다. 즉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계속된 판례는 신고, 완전신고 또는 금지통고되지 않은 신고를 집회 주최 여부의 조건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집회 신고, 사실상 허가제...해산명령 불응시 형사처벌

그는 또한“경찰관직무집행법처럼 경찰관이 그러한 위험을 방지할 수 있도록 단지 법적 공간을 열어두면 되는 것이지 경찰이 해산을 명령하자마자 이에 따르지 않는다고 형사벌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해산명령을 따르지 않는다고 형사벌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집회참가자들에게는 엄청난 위축효과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진정한 신고제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집회시위에 대한 금지통고와 해산명령 제도에 대한 형사벌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월 13일 민주노점상전국연합의 대한문 행진을 막기 위해 경찰이 차벽을 세우고 집결해 있다


차벽은 국민의 자유를 봉쇄하는 '철의 장막'
국민들은 언제나 독재에 저항할 수 있어야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근거로 경찰이 차벽 등을 통해 원천봉쇄하는 것은 자유권을 제한하고,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는 문제를 가진다고 밝혔다. 그는 “차벽은 국민의 자유를 봉쇄하는 ‘철의 장막’이다.

이러한 차벽을 걷어내는 것은 인권을 넘어 주권 회복을 향한 헌법적 과제의 상징이다”라고 지적하고 “국민들은 언제나 독재에 대해 저항할 수 있어야 하고 이는 기본권이자 주권의 행사”라고 강조했다.

이동제한 조치 당장 금지돼야

또한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의 이동제한조치가 허용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집회 자체가 폭력적이어서 집회의 금지와 해산 등의 조치만으로는 그 폭력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명, 신체, 재산에 대한 실질적인 위험을 방지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뿐”이라며 “지금까지 경찰이 집회 제한을 위한 이동제한조치는 그 어떤 경우에도 이런 요건에 합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는 “이동제한조치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한 공권력행사로서 당장 금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를 마련한 최은아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경찰이 “자의적인 집회불허 통보, 금지통고를 일삼는다”며 “집시법의 사전신고제와 금지통보는 불법집회와 처벌자만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희망버스, 파병반대촛불문화제, 용산철거민범국민대책위원회 집회 등에 대한 광범위한 탄압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랑희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팀 활동가는 이명박 정권 이후 “기자회견, 문화제, 삼보일배, 퍼포먼스 등을 모두 불법집회로 간주하면서 참여자들을 압박하는 경찰의 관행이 심화됐다”며 집회시위 자유권의 전면적인 후퇴를 우려했다.

인권 단체들은 우선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와 질의서를 경찰청에 접수하고 추후 이에 따라 관련 활동을 벌여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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