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그리스 총선,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투쟁하는 세계노동자](8) 그리스 총선과 노동자 투쟁

지난 5월 6일 의회 선거에서 긴축반대를 표방한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는 중도우파 신민주당에 거의 근접한 득표로 제2당이 되었다. 오는 6월 17일 치러질 그리스의 2차 총선에 모든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유럽인들이 오는 2차 총선에서 긴축반대 세력이 트로이카(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의 지배에 실질적인 파열구를 낼만한 표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목요일 총선을 진행해야할 지자체 공무원들이 6월 16~17일 파업을 예고하였다.

POE-OTA 소속 조합원인 이들 공무원들은 선거 절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투표소를 만들고, 기표 부스와 기표함을 설치하고, 마지막까지 유권자 등록을 받는다. 이들의 요구는 명확하다. 임금인상이다. 이들은 내무부를 비롯한 다른 공무원은 월 2,300달러의 임금을 받는데 비해, 자신들의 임금은 지난 2년간 긴축을 통해 몇 차례 삭감을 거쳐 1/3로 줄어들었다며, 이는 공정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한다.

지자체 공무원들의 파업은 지금 그리스를 뒤덮고 잇는 수많은 사업장별 투쟁의 하나일 뿐이다. 전 그리스의 민간 및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임금삭감(평균 22%), 해고, 복지혜택 무력화에 맞서고 있다. 많은 노동자들이 점점 더 급진적인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엘레프테로티파아 신문사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신문인 엘레프테로티피아(Eleftherotypia)의 노동자들은 2011년 8월부터 4개월 간의 임금체불을 견디다 12월 22일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자들은 지난 2월부터 파업 기금을 마련하고 신문사를 점거한 후 그리스 경제위기에 대한 대안적인 입장을 내놓기 위해 엘레프테로티피아를 파업신문으로 새롭게 발행했다.

킬키스(Kilkis)지역에서 공공지출 삭감과 해고에 맞서 파업에 나선 의사, 간호사와 보건의료노동자는 병원을 점거해 지역 보건의료센터로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은 투쟁을 통해서 그리스 노동자는 대안 사회를 모색하고 실천하기 시작했다.

사업장 단위 파업은 전 사회에 걸친 긴축재정 반대 대중운동으로 고무되고 있다. 지난 2년간 두 차례에 걸쳐 제공된 구제금융 및 그에 따른 긴축프로그램에 대한 분노가 노동자, 학생, 청년, 실업자 연금수령자 등 모든 계층의 대중이 참여하는 강력한 긴축반대 운동을 촉진하였다. 그리고 노동자의 투쟁은 그 핵심 축이 되었다. 전 여당인 사회당(PASOK)이 선출된 2009년 총선 이후 긴축반대 총파업이 모두 17번 일어났다.

총파업을 위한 추진력은 노조지도부보다는 아래로부터 형성되었다. 그리스의 최대 민간부문 노총인 GSEE와 공공부문 노총인 ADEDY의 집행부는 전통적으로 친사회당 계열이다. 사회당은 2009년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한 후 총파업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했었으며, 두 노총의 집행부는 40% 이상의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정부에 반대하는 것은 정세에 부적합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2010년 초 긴축정책이 심화되는 가운데 조합원의 자발적인 조직화와 총파업 요구가 크게 일어나기 시작하자 압박을 느낀 두 노총의 집행부는 입장을 바꿔 2010년 2월 첫 공동 총파업을 선언했다.

2010년 상반기 총파업이 여러 차례 진행되면서 조합원들의 참여도 늘어났다. 총파업 초기만 하더라도 출근거부 투쟁 수준이었지만, 이후 총파업이 진행되면서 현장에서의 결의대회, 파업위원회 구성 등의 과정을 통해서 현장 지역 차원의 조직화와 대규모 가두시위가 동반되었다.

2011년 5월부터 노동자 투쟁은 그리스 ‘분노하는 사람들’ 운동과 결합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2011년 초 튀니지와 이집트의 혁명에 영감을 받은 스페인의 ‘분노하는 사람들’에 고무된 그리스의 ‘분노하는 사람들’ 운동은 SNS를 통해서 5월 26-27일 여러 지역에서 최초로 대중 시위를 조직했다. 이 투쟁들은 아테네의 신타그마 광장과 테살로니키의 백탑광장 점거로 이어졌다. 광장 점거운동은 2011년 8월까지 지속되었는데, 노조나 좌파 정당과 같은 전통적인 조직 외부에서 자생적으로 조직된 긴축반대 대중운동의 새로운 형태의 상징적·물질적 근거지가 되었다. 2011년 5월 이후 ‘분노하는 사람들’은 총파업 때마다 가두에서 적극적으로 연대했다.

그리스의 긴축조치가 원활히 이행되지 않음에 따라 2011년에 1차 구제금융 기금 제공이 중단될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그리스 정부는 다시 더욱 강력한 긴축조치를 발표하였다. 그러자 그리스 노동자들은 이에 항의하여 10월 19-20일 이틀에 걸쳐 총파업을 진행하였다.

  그리스 노동자 총파업

그리하여 지난 5개월 동안 발전된 노동자와 ‘분노하는 사람들’의 동원력이 결합되어 강력한 투쟁이 펼쳐졌다. 아테네에서만 30만 명이 가두시위를 펼쳤고, 그 외 지역에서도 20만 명이 총파업 및 가두시위를 전개하였다. 대부분의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사업장이 총파업으로 가동이 중단되었다. 시위대오가 정부 부처를 포함한 공공건물을 점거하고 정부가 재정건전화 방안으로 도입한 세금 인상에 반대하는 운동이 진행되었다. 10월 20일 일부 노동자와 활동가는 의회를 봉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파판드레우 수상은 2차 구제금융에 관련한 국민투표를 제안하고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이진 이후 사임했다.

새로운 구제금융안이 의회에서 통과된 2012년 2월에도 이와 유사한 규모로 파업과 시위가 펼쳐졌다. 이것은 파판드레우 사임 이후 구성된 과도 연정에 대한 대대적인 반발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극우 세력인 국민당은 연정에서 물러나게 되었고, 신민주당 내부의 분열을 촉발하며 사회당이 지지기반으로부터 소외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이러한 강력한 계급투쟁이 시리자가 선거에서 선전한 배경이다. 시리자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는 의회나 선거운동 중심의 전략이 가져온 성과라기보다는 긴축반대 대중운동의 결과다. 지배계급과 유럽연합, IMF와 유럽중앙은행(소위 '트로이카')이 강요하는 긴축정책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2년간의 운동을 통해서 대안 사회를 꿈꾸기 시작한 많은 대중은 자본이 아니라 민중을 중심으로 경제위기 탈출을 추진하겠다는 시리자에서 희망을 찾았다. 지난 2년 간 시리자에 참여하는 많은 정당과 정파가 현장과 지역에서 노동자, 이민자, 학생 청년의 투쟁을 지지하고 지원해 왔기 때문에 더 그렀다.

3일 뒤인 6월 17일 2차 총선이 실시된다. 그리스 사회에서 지방공무원의 파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지켜보는 사람이 많다. 물론, 그것보다 시리자와 중도우파 신민당 중에 어떤 당이 득표율 1위를 기록할 것인지가 주된 관심사다.

그러나 시리자가 제1당이 되더라도 그것이 바로 긴축정책 중단, 경제위기 탈출과 그리스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어떤 정부가 수립되더라도 노동자와 대중의 투쟁이 이어지고 강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리스가 트로이카의 긴축명령을 거부하고 인간 중심 사회를 건설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이 시기에 아래로부터의 조직화와 현장 중심의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스에서 계급투쟁이 진행 중이다. 이 투쟁은 유럽전역 나아가 전 세계에 큰 영향을 기칠 것이다. 그리스의 노동자·민중이 트로이카에 도전하고 새로운 사회를 아래로부터 건설하기 시작한다면 전 세계 노동자·민중에게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지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