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약, 50년 지나서 전문의약품 되나”

여성단체, 여성 의료현실 무시한 피임약 전문의약품 반대

경구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식약청 공청회를 앞두고 15일 오전 관련 단체들이 보건복지부 앞에 모여 자신들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들은 피임약 재분류가 다양한 계층의 여성이 갖는 의료 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진행된다며 보건복지부가 여성의 사회문화적 환경을 고려한 의료체계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식약청이 피임약 재분류 입장을 밝혔지만 사회적으로 억압적인 피임문화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산부인과는 여성을 대상화하고 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성의 결정권과 의료권을 중심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송은정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여성부장은 “여성 노동자에게 임신과 출산은 해고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임에도 이러한 현실은 주목되지 않는다. 특히 여성 노동자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처방전을 받기 위해 근무시간에 병원에 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식약청의 입장을 비판했다.

쥬리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활동가는 “학교에서 청소년의 성적 권리는 금기시 돼 있다. 이런 상황에 청소년들이 처방전을 받기 위해 산부인과에 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청소년들이 성적 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자신의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지성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는 “이번 식약청의 경구피임약 전문의약품화는 피임에 대한 장애여성들의 접근권을 보다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신체적 장애에 맞는 피임약을 연구하고 의료적 상담을 받길 원한다. 그러나 제반 조건의 변화 없이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임신과 출산의 위험을 높인다”고 비판했다.

경구피임약 전문의약품 전환 반대 온라인 서명운동을 제안했던 문계린 씨는 “호르몬 주기 조절과 피임을 위해 경구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다. 6개월마다 한 번 씩 정기검진을 받고 있는데 이후 진료비와 약값까지 따로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약을 먹는 당사자들의 의견을 먼저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계린 씨는 온라인 서명을 제안한 뒤 약 1400개의 리플을 받은 바 있다.

연대단체들은 이날 오후 식약청, 보건복지부 그리고 여성가족부에 여성의 임신 및 출산 결정권과 의료접근권을 고려한 의료 체계 마련을 위해 의견을 개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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