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교육 노사, 교섭국면 1달...교섭 난항

사측 전향적 태도보여 교섭재개 됐지만...‘노조 불인정’, ‘순차적, 선별적 복직’ 주장

5월 말부터 교섭에 돌입한 재능교육 노사가, 쟁점사항 등에 관한 이견으로 합의지점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월 22일, 첫 상견례를 시작으로 6월 14일 7차 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단체협약 원상회복’과 ‘해고자 동시 전원복직’ 등의 핵심적 쟁점에 대해 여전히 노사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단체협약 원상회복을 포함한 노조인정과 해고자 전원복직은 노조가 1600여일간 농성을 이어오며 요구했던 핵심 사안이다. 특히 해당 요구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사업장 안에서 노조 존립 자체가 불가능해 질 수 있어 노조 측에서는 물러설 수 없는 쟁점이기도 하다.

때문에 노조 측은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겠다며 교섭을 요구했던 회사가, 결국 기존과는 다를 바 없는 ‘노조 불인정’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아직 교섭이 진행 중인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단체협약, 해고자 복직 등 쟁점사항 이견차이 여전해

재능교육 노사 교섭은 사측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회사는 노조 측에 교섭을 요구하며 20억 손해배상소송과 노조 차량 가압류를 철회하는 등의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혜화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하기 위해 고용했던 용역직원들도 철수시켰다. 첫 상견례 자리에서도 사측은 ‘20억 소송 철회로 사측의 진심을 보여주고 싶다’는 입장을 내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부적으로 재능교육 교섭이 어느 정도 타결 가능성을 안고 진행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그간 노조를 ‘임의 불법단체’로 규정했던 회사가, 첫 상견례 자리에서 노조인정 가능성을 내비친 것 역시 기대감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7차례의 교섭을 거치면서, 노사는 다시 한 번 서로의 입장차이만을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핵심적 쟁점인 단체협약 원상회복, 노조인정, 해고자 전원 동시복직에 있어서도 여전히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단체협약 원상회복과 노조인정과 관련해 회사는 여전히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는 만큼, 회사가 노조를 인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측은 여전히 단체협약을 인정할 이유가 없다고 이야기 한다”며 “대신 현장에 복귀한 뒤에 회사에 교섭을 요구하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재능교육 노동자들을 비롯한 학습지 교사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돼, 노조 결성을 비롯한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하지만 재능교육의 경우, 1999년 노동부로부터 노동조합설립필증을 교부받았으며, 재능교육 노사는 2007년까지 임단협 갱신체결로 노사관계를 유지해 왔다. 때문에 재능교육 노조는 임단협 원상회복을 통한 노조인정을 회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

해고자 복직 문제역시 이견을 보이고 있다. 노조 측은 그간 12명의 해고자 전원 동시복직을 요구해 왔다. 11명의 해고자와 지난 1월 사망한 고 이지현 조합원의 명예회복을 위한 복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측은 10명에 대한 순차적, 선별적 복직을 주장하고 있다. 황 모 조합원의 경우, 2007년 임단협 문제 등으로 발생한 해고 사태와 상관이 없으며, 고 이지현 조합원의 명예 복직도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쌓여온 민형사상의 소송취하 문제에 대해서는 노사 모두 동의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일부분의 소송은 남겨두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이후 노동조합이 도발을 할 수도 있으니, 그것을 견제하기 위해 일부분을 남겨 두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난항 겪는 교섭...작년에도 두 차례 교섭 파행

현재 노조는 사측의 단협 불인정과, 순차적, 선별적 복직안이 사실상 ‘노조 깨기’와 다를 바 없는 요구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의 안은 만약 단계적 복직 약속이 어겨진다 해도, 남겨둔 민형사상 소송으로 노조의 도발적인 행동을 막을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또한 복직이 된다고 해도, 단협 논의를 회사가 거부하면 그만이고 해고도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현재 회사 측은 임시방편적으로 이 문제만 마무리 짓고, 이후에는 아무것도 해 주지 않아도 상관없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럴 경우, 회사는 사회적 여론이 식어버린 후 또 다시 해고 등을 마음대로 진행할 수 있고, 현재와 똑같은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사측은 아직 교섭이 진행 중인 만큼, 노사간의 최종안이 나올 때 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사측 관계자는 “아직 노사는 안건에 대한 기본입장만 밝힌 상황이며, 본격적인 이야기는 진행된 바 없다”며 “회사는 가능하면 이번 기회에 서로 양보해서 끝내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이 제기하는 우려에 대해서는 “노조 입장에서는 회사를 불신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노조가 회사와의 합의를 담보할 수 있는 조치나 방법을 찾으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노사 교섭이 더뎌지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 또 다시 교섭이 파행에 이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재능교육 노사는 작년 4월과 11월, 두 차례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단체협약 원상회복과 해고자 복직 문제와 관련해 이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파행을 맞았다.

작년 11월에 진행된 교섭에서도 사측은 12명의 해고 조합원 중 1명을 제외한 11명의 순차적 복직과, 2007년 임단협 원상회복 불가를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임단협 원상회복을 포함한 노조인정과, 12명에 대한 동시복직을 요구하면서, 교섭이 결렬됐다.

특히 사측이 노조 농성장 앞에서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하고 나서면서 노사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사측은 최근 노조 농성장 앞에 ‘11명의 농성자들이 단체협약을 주장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라는 등의 입간판을 설치하고, 직원들을 동원해 ‘11명의 농성자들은 노동조합이 아닌 임의단체이며, 불법농성을 벌이고 있는 11명은 해고자가 아닙니다’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하며 선전전에 나섰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 쪽에서도 계속해서 집회신고가 들어오고 있고, 우리도 회사 입장을 담은 것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노조 측은 “노조는 회사 측에 성실교섭을 요구하고 있으나, 오히려 직원들을 동원해 노조 비방 선전물을 배포하고 있어 회사가 진정 문제를 해결할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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