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노동자 복직, 원빈보다 유명해져야 하는 싸움

파업 중에도 공장은 돌아가...“이젠 대중들이 이 싸움 잘 알아줘야”

“다음주에는 K2 사업장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지난 번 식사를 마치고 짐을 꾸리고 있는 밥셔틀에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이 건넨 말이다.

“쌍차같은 경우는 워낙 규모가 큰 회사고 사회적으로도 관심을 비교적 많이 가져주시지만 K2, 포레시아, 동서공업 같은 사업장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노동자들이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거든요. 그런 사업장들과도 함께 연대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이 얘기는 사회 명사들과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함께 진행하는 거리강연회 ‘시대를 묻다 톡톡톡’을 보고 있던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27일, 밥셔틀은 성수동 K2 본사 앞 농성장을 찾았다.


그만두던가, 인도네시아로 가던가

K2는 국내 굴지의 아웃도어 의류 생산업체다. 아웃도어 의류시장의 팽창과 함께 회사 규모가 거대해졌다. 2011년에는 매출 4천억 원을 달성했다. 아파트형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던 회사는 서울 성수동에 번듯한 본사 건물을 지었다. 사세 확장에 따라 지난해에는 70여 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하면서 올 1월, 정부로부터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고용창출 우수기업으로 선정된지 2달만에 K2는 공장 해외이전을 이유로 본사 생산라인을 폐지하고 본사 생산직 직원 93명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이후 K2는 정리해고에 대한 여론의 시선에 정리해고를 ‘철회’했다. 해고는 철회됐지만 생산라인 폐쇄는 철회되지 않았다. 갈 곳이 없어진 생산직 노동자들에게 회사는 ‘희망퇴직’과 ‘전환배치’를 제안했다. 인도네시아, 개성공단의 해외 공장으로 가라는 것이다. 십 수 년 동안 옷을 만들던 직원들을 영업점 판매직으로 배치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희망퇴직을 권고하기도 했다. 1년 치의 임금을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해줄 테니 자진해서 사직서를 쓰라는 요구였다.

생산직 노동자 중 일부는 희망퇴직을 받아들였고, 일부는 전환배치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전환배치를 신청한 이들에게도 회사는 집요하게 희망퇴직을 권유하면서 업무 배치를 해주지 않았다. 현재 전환배치를 신청한 이들은 모두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고 발령만을 기다리고 있다.

희망퇴직과 전환배치를 받아들이고 빠져나간 이들을 제외하고 40여명의 조합원들은 지난 3월 민주노총 화학섬유노조 K2지회를 결성했다. 부당한 정리해고와 인사배치에 맞서 싸우고 있다. 성수동 K2본사 건물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며 고용보장과 생산부 존속을 요구한다.


“관심 갖고 찾아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많아요”

K2 조합원은 여성이 다수다. 그리고 그녀들 대부분 짧게는 수 년, 길게는 십 수 년 K2에서 의류와 신발을 만들며 아이 한 둘쯤 거뜬히 길러낸 ‘엄마’다. K2 농성장을 찾은 밥셔틀을 만나러 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든 것은 밥셔틀을 따라온 아이들과 놀아주는 그 ‘엄마’들의 모습이었다. 노조결성 4개월 차, 노조활동에는 신출내기지만 베테랑 엄마들의 솜씨는 금세 연대의 물꼬를 튼다. ‘밥’과 ‘육아’. 이보다 서로의 마음과 관심을 이어주는 소통의 소재가 또 있을까.


“관심 갖고 찾아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많아요”

‘연대가 잘 이루어지고 있냐’는 질문에 조합원들은 이렇게 표현했다. K2 노조는 매주 목요일마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연다. 이 집회에는 화섬노조 노조원들 뿐 아니라 JW지회, 쌍차지부 같은 또 다른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줄이어 찾아온다. 뿐만 아니다. 인근 지역 교회의 신자들과 목사님이, 인근 대학의 학생들이 심심치 않게 찾아 ‘관심 갖고 찾아주는 고마움’을 전달한다.

“며칠 전에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는데 음료수를 사들고 와서는 자기가 잠시 피켓 들고 있을 테니까 그늘에서 음료수 마시면서 쉬었다 오라는 분도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힘이 납니다.”

밥셔틀도 그 관심 갖고 찾아준 고마운 이들이다. 밥셔틀 ‘판권보유자’인 토맘은 “친 언니가 K2 대리점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언니는 “청계천 미싱공 출신”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언니와 K2 이야기를 나누다 갑갑한 마음을 느꼈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해 줄 수 있는 것은 따듯한 밥 한 끼. (그녀는 이 가뭄에 비오면 그 많은 농성장들 어쩌나 하는 생각에 비오기를 바랄수도 계속 가물기를 바랄 수도 없다는 말로 우리 사회의 이 기묘한 현실들을 표현했다)

“밥이 맛있네요. 멀리서 오시느라 힘들었을 텐데...”

‘맛있다’는 말과 겸연쩍은 웃음으로만 고마움을 표현하는 ‘아저씨’ 조합원들은 밥셔틀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겠다면서 트위터 사용방법을 물어온다. 이메일 주소도 없는 조합원들에게 급작스런 트위터 사용설명회를 개최하다가 앞으로 트위터의 사용 용도를 물었더니 “K2의 소식을 보다 많이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쌍용이나 한진중공업 같은 데는 트위터로 소식도 많이 알리고 어려운 상황도 사람들하고 많이 나누잖아요.”

K2의 싸움은 원빈과 소녀시대를 앞지르는 것


현재 K2 노동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K2 사측의 부당한 태도와 지금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우리는 해고자가 아니에요. 해고는 철회됐으니까요. 다만 전환배치 신청을 하지 않고 있는 파업중인 노동자가 가장 정확한 상황이겠네요.”

그러나 사실 이들의 파업도 그다지 큰 위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회사는 인도네시아나 부산공장에서 원하는 만큼 물량을 생산해 내고 있어요. 우리가 파업한다고하더라도 사실 생산에 차질이오고 경영이 어려워지는 건 아닙니다.”

파업의 위력은 공장을 멈춘 노동자들의 힘을 사용자가 절감하는 순간부터 발휘되는 것인데, 상황이 이렇다면 싸움이 어렵지 않겠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사측은 갖은 핑계를 대며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K2의 부당함을 알리는 활동을 계속하는 겁니다.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에서 매일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주말에는 아웃도어 의류 구매자들인 등산객들을 상대로 선전전을 하고 유인물을 뿌려요.”

1인 시위를 위한 몸 피켓에는 K2 투쟁 상황이 실려 있는 노조 카페 주소가 가장 크게 들어있다.

“이제 대중들이 K2의 부당함을 알고 불매운동을 해주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K2 조합원들이 시민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말은 “포털에서 K2 정리해고를 검색해 주세요”다. 그들의 투쟁은 거액을 들여 원빈과 소녀시대를 앞세운 K2의 광고보다 더 많이 사람들에게 K2의 노동자들을 알리는 싸움이다.

회사가 미울 법도 한데 조합원들은 K2신발을 신고 있다. 왜 아직도 K2신발을 신냐고 묻자

“우리는 K2 직원이기 때문”이라고 그들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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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 , 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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