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화물노동자 ‘김 사장님’의 하루
새벽 6시, 알람소리가 시끄럽게 울려댄다. 컨테이너 운송을 담당하는 화물노동자 김현성(47)씨는 세 시간 남짓의 부족한 수면에 온 몸이 찌뿌둥하다. 특히 고질적으로 통증이 오는 목과 어깨, 무릎이 어김없이 시큰거린다. 어제 저녁 새로 붙인 파스는 이미 약효가 떨어져 너덜거린다.
몸이 너무 피곤해 깜박 다시 잠이 들었다 깨 보니 벌써 시계바늘은 오전 7시를 가리키고 있다. 공장에서 컨테이너를 하차시키고, 적어도 10시에 물류기지에 도착해야 12시에 기지를 빠져나올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빨리 움직여야 11시에 기지에 도착할 듯하다. 오늘도 고단한 하루가 될 것 같은 불안함이 스친다.
결국 공장에 들렀다가 부곡 컨테이너기지에 도착하니 오전 11시가 돼 있다. 예상대로 큰일이 났다. 이곳 사원들은 11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 점심시간이라 꼼짝없이 발이 묶이게 생겼다. 점심시간동안 김 씨도 차에서 버너를 꺼내 라면을 끓여 먹는다. 정상적으로는, 기지에서 12시 쯤 빠져나와 공장 도착한 뒤, 짐을 실을 동안 끼니를 때워야 한다. 약 2시간을 길에서 버린 셈이다. 갑자기 초조함이 밀려온다.
기지에서 컨테이너 교체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2시간. 3시 경, 겨우 기지를 빠져나와 물류를 실을 공장으로 이동했다. 컨테이너에 짐을 상차할 때 소요되는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 30분. 이 과정이 끝나면 김 씨는 물류를 싣고 부산으로 출발한다. 부산까지는 약 6시간이 걸린다. 원래는 밤 9시면 부산에 도착해야 하는데, 오늘은 악재가 끼어 10시나 돼야 도착할 듯싶다.
오후 7시 경, 휴게소에 도착해 저녁을 먹는다. 웬만하면 부실한 휴게소밥 대신,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식당을 찾아 먹고 싶지만 시간도 없고 돈도 아까워 그냥 휴게소에서 먹기로 한다. 휴게소 밥값은 평균 6,500원 선. 기름 값이 1,600원이던 시절, 휴게소 밥값은 5,500원 정도였지만, 기름 값이 1,800원으로 오른 현재 휴게소 밥값도 덩달아 1,000원이 뛰었다.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인데, 먹는 것조차 그의 삶을 짓누른다.
띵동. 밥을 먹는데 문자가 도착한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캐피탈에서 온 문자다. 간당간당했던 통장 잔고를 캐피탈에서 몽땅 꺼내갔다. 잔고는 0원. 게다가 잔고가 없어 캐피탈에서도 55만원 밖에 못 꺼내갔다. 나머지 돈은 또 빚이다. 갑자기 식욕이 떨어져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당장 도로비 5만원과 기름 값이 걱정돼 영 입맛이 없다. 하지만 6,500원이 아까워 다시 숟가락을 들어 밥을 퍼먹는다.
밤 10시 경, 부산항에 도착에 짐을 상하차하고, 컨테이너를 교체한다. 일은 11시 30분 경 끝났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새벽 4시쯤 될 터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3시간의 선잠을 자겠구나, 생각하니 갑자기 피로가 몰려온다. 그저 도로에서 졸음운전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화물연대 파업 이틀째인 26일 오후 의왕ICD. 이봉주 화물연대 서경지부장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의왕 ICD 교통 철탑 밑으로 수 십 개의 깃발들이 펄럭이고 있다. 약 100여 명의 조합원들은 그 곳에 천막을 치고 지회별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단박에 거부 의사가 돌아왔다. 인터뷰를 할 만 큼 다 했는데, 자신들의 목소리를 실은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워 더 이상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겨우 한 가지만 물어보고 돌아가겠노라고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장장 2시간에 걸쳐 이어졌다. 그 만큼, 그들은 절박했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 했다.
무더기 신용불량, 빚에 허덕이는 가난한 ‘사장님’들
그래서 가장 절박하고 힘든 점은 무엇이냐 물었다. 여기저기서 중구난방으로 대답이 돌아온다. 열악한 임금과 야간노동, 산업재해 등 각양각색의 어려움이다. 그 중 단연 그들의 생존에 직격타를 날리는 것은 ‘돈’이다. 김석웅(가명, 47)씨는 대뜸 캐피탈에서 온 자신의 문자를 꺼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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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늘 캐피탈에서 온 문자 보이죠? 통장에 있는 돈을 다 빼가서 잔고가 0원이야. 이마저도 다 못 빼가서, 나머지는 고스란히 빚이 됐어요. 자세히 보면 한 달에 기름 값으로만 7백 27만원, 도로비가 400만원, 밥값이 60만원, 차 넘버 사용료 25만 5천원, 화물차 보험료 25만원, 적재 보험료 월 5만원, 차량수리비 월 80만원, 타이어 교체비 55만원 등 다 빠져나가요. 그러면 내 손에 남는 돈은 70만 원 정도야.
지금 보증금 500에 월세 40만원 집에 세 식구가 사는데, 월세 값이랑 차량 할부금도 계속 빠져나가. 돈을 아무리 벌어도 빚만 늘어나는 거죠.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 운임료가 약 80만 원이예요. 여기서 기름 값 60만원 빼고, 밥값 1만 5000원, 도로비 5만원을 제하면 이틀에 13만 5000원을 버는 거야. 근데 이마저도 각종 보험료와 수리비, 차량유지비 등으로 쓰는 거지”
생활고와 빚에 허덕이는 화물노동자들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인터뷰에 모여든 10여 명의 노동자들 중 신용불량자가 아닌 이는 2명뿐이다. 실제로 노동자들 중 70%이상이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파산신청을 한다.
하지만 정부든 자본이든, 무더기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이들의 삶을 책임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에게 법적으로 ‘개인사업주’라는 지위를 부여하고, 삶을 방치한다. 그래서 조합원들을 서로를 ‘이사장’, ‘김사장’이라 부르며 자조 섞인 웃음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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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들은 삶을 파산시키는 다양한 제도에 노출 돼 있다. 그 중 열악한 임금의 결정적인 원인인 ‘다단계 하청구조’는 화물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다. 최대 3~4차 하청을 거치고 나면 그들의 손에 쥐어지는 임금은 처음 운임료의 63%에 불과하다.
“다단계 하청구조요? 내가 이 일을 24년 했는데, 그때도 있었어. 한 30년 정도 이어져온 악습이지. 우리가 거의 초대 하청노동자일걸요?. 하청노동자이기도 하고, 특수고용노동자이기도 하고, 자영업자기도 하지. 근데 그 30년 된 악습이 절대 안 없어져. 그 하청구조가 문제가 많다는 걸 알면서도 왜 정부가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지, 그리고 왜 문제 해결을 하지 않는 이유를 밝히지 않는 건지 너무 궁금해요.
하청구조에서 중간 알선수수료를 가져가는 운송사는 사무실에 전화하나 차려놓고 돈을 벌어. 대기업에서 운송사까지 그냥 앉아서 돈 버는 거지. 근데 우리는 1억 5천이 넘는 차량비 부터 기름 값, 도로비, 보험료 등 다 내야 하잖아. 그러니까 우리는 돈이 없는거죠.
기름 값 낼 돈이 없을 때도 많은데, 만약 기름 값 할부를 캐피탈에 1회 지불 못하면 카드가 정지돼요. 요즘 금융 전산망이 통합돼 A캐피탈에 돈을 못 갚은 것이 기록되면, B캐피탈에서도 재제를 받잖아요. 그 때마다 고스란히 빚내야지 어떡해. 여기 있는 노동자 대다수가 사업자 명의를 친척이나 지인에게 대여해서 살아요. 그리고 평균적으로 한 사람 당 1억 이상의 빚을 안고 살고 있고요”
‘도로위의 삶’ 화물노동자
장시간노동, 산재에 시달리지만...목숨은 ‘파리목숨’
화물노동자들의 삶은 ‘도로 위의 삶’이다. 하루 종일을 도로 위에서 일하고, 3시간 남짓한 토막잠 역시 도로 위에서 해결할 때가 많다. 매일 야간노동, 장시간노동에 시달리고 산업재해도 빈번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들의 노동과 산재를 보장 할 최소의 방어막도 마련해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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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되면 새벽 1시나 2시에 경부고속도로나 중부내륙고속도로 휴게소에 가 보세요. 화물차가 가득 차 있을 거예요. 다 그렇게 차 안에서 자는 거예요. 완전하게 도로 위의 삶이죠. 저희도 잠 좀 자고 싶어요. 하지만 월요일에 나오면 토요일에 집에 들어갈 때가 많아요. 아내가 해 주는 따뜻한 밥 한 끼가 그립고, 아이랑 눈 맞출 시간이 없다는 게 안타깝죠.
그렇게 일하다보니 몸도 많이 아파요. 하루 기본 13~18시간 운전을 하니까, 관절이랑 어깨, 허리, 목은 으레 아파요. 위장병도 심하고요.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사고가 나는 거예요. 도로에서 과로사하거나, 교통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보험혜택을 받지 못해요. 산재 혜택도 받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화물노동자 목숨을 파리 목숨이라고 해요. 보험사에서는 생명보험도 잘 안 들어주려고 하는 정도니까요.
뿐만 아니라, 적제보험이 평균 1억~3억이예요. 근데 사고가 나서 10억짜리 물건이 파손됐다고 하면, 보험금 최대 3억이 나오고, 나머지 7억은 빚더미에 앉는 거예요. 그 뿐이예요? 차량 파손부터 내가 다친 병원비까지, 차라리 죽는 게 낫죠”
화물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면, 정부와 여론은 공세적인 여론전을 펼친다. 개인사업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공성을 훼손하고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비난이다. 또한 그렇게 더럽고 힘든 일이면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 라는 목소리도 커진다. 실상이 잘 알려지지 않은 채, ‘개인사업자’로 규정되는 화물노동자들에게 여론은 언제나 불리하다.
“24년간 이 일만 했어요. 보세요. 머리가 다 하얗게 새 버렸잖아요. 근데 지금 와서 누가 받아주겠어요. 직종을 바꾸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죠. 아직 차 할부도 70만원씩 빠져나가고 있고, 빚도 많은데 갑자기 일을 바꾼다고 나설 수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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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람들이 우리가 파업을 하면, 외제 화물차를 모는 귀족들이 파업을 한다고 손가락질을 해요. 근데 그건 진짜 남의 속도 모르고 하는 소리예요. 국산 화물차와 수입화물차의 가격 차이는 4000~5000만원 가량 되거든요. 근데 수입차가 연비를 훨씬 적게 먹어요. 차량을 한 번 구입하면 수명은 8년에서 10년 정도인데, 계산 해 보면 연비를 적게 먹는 게 더 손해가 안나요.
그러면서 우리는 평생을 차 할부 값의 노예로 사는 거죠. 차량구입비로 1억 3천만 원을 대출 받으면, 한 달에 70만원이 빠져나가요. 이자랑 원금이랑 다 갚을 때가 되면, 화물차 수명이 다해 또 바꿔야 하는 거죠. 평생이 빚의 노예예요. 그런 사람들을 ‘귀족’이니 ‘사장’이니 하고 부르는 거죠. 정말 다른 것은 다 필요 없고, 인간답게만 살고 싶어요. 아내가 지어주는 따뜻한 밥 먹고, 아이랑 매일 눈도 맞추고, 사고 공포도 없고, 빚에 시달리지도 않는 그런 삶 말이예요”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