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원전 “나비효과”, 밀양 이어 청도 주민에도 대못 박아

주민 의견 무시한 채 송전탑 공사 강행...용역직원 욕설, 무력 행사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 건설현장 [출처: 뉴스민]

원자력발전소 건설 폐해가 심상치 않다.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송전하기 위한 송전탑 건설이 지역 주민의 삶에 대못을 박고 있다. 송전탑 건설로 터전을 잃게 될 처지에 놓인 밀양 주민의 싸움이 6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번에는 경북 청도다. 공사현장에서는 '씨X, X같은' 등의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100가구도 안 되는 이 작은 마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한국전력은 지난 7월 2일부터 청도 각북면 삼평1리에서도 고압송전탑 공사를 강행해 현재까지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다. 삼평1리 주변을 지나는 송전탑 5기와 주민들이 거주하는 집 사이의 거리는 200m에 불과하다.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을 중단하고 백지화, 선로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한전과 시공사는 묵묵부답이다. 주민들은 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시행사 한전과 시공사 동부건설, 서광ENC는 벌목과 기초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공사장 주변에 투입된 경비용역업체 직원들은 욕설과 무력행사를 통해 공사장의 주민 출입을 막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용역업체 직원들은 기자, 환경운동가의 출입도 막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주민 이차연(75) 씨가 이 과정에서 실신해 단기 기억상실증으로 6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주민 동의 없는 공사 강행...욕설 난무하는 공사장은 무법천지

  공사가 완료된 송전탑 [출처: 뉴스민]

2006년 1월 한국전력공사는 '345kv 북경남 분기 송전선로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료를 보면 부산 신고리원전에서 생산한 전기 송전을 위한 송전탑 41기가 경남 창녕군과 경북 청도군을 지난다. 하지만 삼평1리 주민들 대다수는 이 주민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했고 2009년에서야 송전탑 건설 사실을 알았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곽태희 전 이장은 주민의견서를 위조해 한전에 제출했고, 청도군청 담당 공무원들은 법령에 따른 주민설명회 공고조차 하지 않았다.

부녀회장 이은주(45) 씨는 "우리는 주민설명회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위조된 주민의견서가 제출된 경위를 모르겠다"며 "이 주민의견서에는 연도 표기도 없어 2006년에 작성한 것인지조차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김 씨의 말처럼 주민의견서에는 연도와 날짜 란이 비어 있었다. 이 때문에, 주민 58명은 2011년 곽 전 이장을 포함한 7명을 집단 고소했다. 하지만 재판 결과 곽 전 이장에 대해 '사문서 위조는 맞으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판결이 났고, 주민설명회 공고를 하지 않은 군청 공무원들의 잘못이 밝혀졌으나, '생소한 업무라 고의적 직무유기가 아니'라고 판결났다.

  굴삭기가 논을 가로질러 공사현장으로 진입한 흔적 [출처: 뉴스민]

9일 오전 기자가 찾은 공사현장은 무법천지였다. 굴삭기는 벼가 자라는 논 한가운데를 밟고 지나가 공사현장에 다다라 있었다. 이에 대해서 한국전력 측은 "공사 진행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후 보상할 계획"이라는 말로 일축했다.

  시공사 직원들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공사현장 진입을 막고 있다. [출처: 뉴스민]

공사장으로 올라가는 길은 경비용역 업체 직원 20여 명이 주민과 기자, 환경단체 활동가들을 막고 서 있었다. 욕설과 무력을 행사한 이들은 경비용역업체 TPS 소속이다. 현장을 찾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국장은 "그들 중에는 지난 2008년 대구 앞산터널 공사강행을 위해 투입된 용역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인지 정수근 국장은 진입 자체를 차단당했고, 이들의 무력행사로 산길에 내동댕이쳐졌다.

  경북 청도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 건설부지는 경찰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주민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출처: 뉴스민]

  정두세(90)는 공사현장 부근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출처: 뉴스민]

공사현장 아래 중턱에는 7~80대 주민 10여 명이 공사강행을 반대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두세(90) 씨는 "억울하다 억울해. 우리 보고 나가 죽으란 말이가. 협상하자면서 공사 계속하는 게 어딨냐. 공사부터 중단해 달라"고 하소연하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다른 주민들의 요구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요구는 공사강행을 우선 중단하자는 이야기였다. 주민들은 예상부지대로 공사하려면 이주계획을 세워주고, 아니면 송전선로 변경을 요구했다.

용역직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지는 현장에 있던 청도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는 "지금 협상이 잘 돼 가고 있는데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말은 다르다. 빈기수(49) 삼평1리 반장은 "공사 강행하면서 협상이 잘 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며 "평생 마을에서 살아온 할머니들 목소리를 외면하고 용역직원들 폭력을 가만두는 경찰도 한 편"이라고 꼬집었다.

신고리원전, 송전선로 건설, 이대로 좋은가

한국전력은 "주민들 요구를 다 들어주면 여러 기관에 다시 허가를 받아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송전탑 공사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정수근 국장은 "부산 정관, 밀양, 청도까지 다 신고리원전 1호기 건설 탓에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고리원전 전기 송전 계획으로 부산 정관마을, 밀양, 청도까지 주민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지난 1월 밀양에서는 송전탑 건설강행으로 이를 반대하던 故 이치우 씨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로 원전 건설 중단 요구가 이어져 왔다. 원전 사고의 위험성 때문에 독일 등은 신규원전 건설 없는 탈 핵발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고리 1호기 정전사고와 재가동 결정은 원전에 대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더불어 원전은 특성상 바다를 인접한 곳에 건설해야 해 전기 사용량이 많은 대도시에 대한 송전 부담도 크다. 이 때문에 밀양과 청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사실상 원전의 '나비효과'로 볼 수 있다.

그로인해 송전탑 건설 반대 싸움을 6년 째 이어온 밀양 주민들은 한 발 더 나아가 원전 자체의 건설을 반대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밀양 부북면 주민 박정호(59)씨는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핵발전 수송과 연관된 문제”라며 “고리 원전 사고 난 후에 에너지 정책 전환하면 늦다.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전환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사제휴=뉴스민)

  지난 3월 밀양에서는 송전탑 건설 중단, 탈핵발전을 요구하는 탈핵희망버스 행사가 열렸다. [출처: 뉴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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