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탄생, 정리해고에 맞선 한 노동자의 이야기

가수로 유명해진 동서공업 해고자 황영수 씨

거리로 내몰린 수많은 사람과 오늘도 여전히 불안한 사람들
모두들 제각기 제 길을 가지만 난 아직 오늘도 간절히 원하지
내 할 수 있을 때 일하는 세상 내 일한 만큼만 갖는 세상 - <간절히> 연영석 -


동서공업 해고자 황영수 씨가 부르는 노랫소리가 수원역 앞을 지나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길을 가던 이들은 가수 못지않은 노래실력에 걸음을 멈추고 노동조합 조끼를 입은 채 부르는 그의 ‘간절한’ 노래에 잠시 귀를 기울인다.

[출처: 뉴스셀]

10일 오후 수원역 앞에서 매주 진행되는 ‘화요공동실천’에 참가한 황영수 씨는 “공장에서 해고된 한 노동자의 인생 이야기”라는 주제로 길거리 특강을 진행했다. 특강 이후 그는 <간절히>,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등 민중가요와 대중가요를 넘나들며 1시간 가량의 길거리 노래 공연을 펼쳤다.

황영수 씨의 출중한 노래실력은 이미 익히 알려져있다. 그는 6년간 일해 온 (주)동서공업에서 지난 2009년 정리해고를 당한 이후 투쟁사업장을 돌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전부터 공연을 하고 다닌 경험은 없었지만 집회현장에서 노래를 부른 이후 그의 노래실력이 알려지며 여기저기서 공연요청이 끊이지 않았고, 이젠 명실공히 유명한 ‘가수’가 됐다.

황영수 씨를 ‘가수’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어 준 건 지난 2009년의 정리해고였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동서공업은 지난 2009년 4차례에 걸친 희망퇴직으로 36명을 퇴직시킨 후 3월에는 황영수 씨를 비롯한 15명에게 정리해고를 단행해 51명의 노동자를 해고한다. 당시 생산직 노동자의 약 25%에 달하는 인원이었다.

이보다 앞선 2008년에는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노조가 파업을 벌이자 사측은 직장폐쇄로 맞서는 등 사측과 노조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황영수 씨는 2009년 해고가 노동조합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2008년 파업 당시 끝까지 강경하게 버티던 조합원이 약 50여 명이었는데 다음 해 해고된 인원과 거의 비슷하다. 파업 이후 사측은 생산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근속연수와 부양가족 등의 항목으로 점수를 매기는 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는 노조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젊은 조합원들에게 불리한 내용이었다. 사측은 고의로 이런 조사를 실시한 후 그 점수를 근거로 우리에게 나가라고 통보했다”

또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단행된 정리해고에 대해서도 황영수 씨는 “정리해고를 3월 31일에 단행했는데 4월에 현장의 잔업과 특근이 늘어났으며 1년도 안되어 사측은 생산직 인원을 충원했다. 이는 당시 생산량 증가로 매출이 상승했다는 것을 말한다”며 사측의 해고가 고의적이라 주장했다.

2009년 정리해고자 15명 중 14명은 현재 해고무효 소송을 진행중이며 지난 2011년 7월 서울고등법원의 2심 판결에서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과 2심에서 승소한 경우 대법원에서도 판결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이들은 대법원 판결 이후 현장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고등법원의 판결에도 황영수 씨는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콜트, 콜텍의 경우 대법원 판결만 2년이 넘게 걸렸는데 앞으로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도 모르고, 사측이 무슨 치사한 짓을 벌일 지 모른다. 사측은 당시 지회장 등 노조 간부 3명에게 각각 3억 원씩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황이다. 그리고 현재 현장에 있는 노동조합은 지난 해 금속노조를 탈퇴한 후 해고자들의 농성 천막을 빼앗고, 지난 금속노조 당시 노조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조합원에게 특근을 배제시키는 등 사측의 탄압에 동참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현장으로 돌아가더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현재 해고무효 소송을 진행중인 해고자 14명 중 황영수 씨를 제외한 13명의 해고자들은 생계활동으로 인해 적극적인 활동은 참여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들은 1주일에 한 번 공장 앞 텐트 노숙 농성과 아침 출근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황영수 씨는 “대법원 판결 일정이 잡히면 다 함께 사측의 탄압에 어떻게 맞설지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주변 투쟁사업장들과 함께 싸울 것이며, 노래 역시 계속 부를 생각이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기사제휴=뉴스셀)

[출처: 뉴스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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