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노조, 사측 입 닫아도 끝가지 간다”

유성기업 서울 농성 17일 차... 공동순회투쟁단 방문

지난 9일 서울 대한문 쌍용자동차 분향소에서 출발한 "No! 정리해고, 비정규직, 국가폭력! 공동순회투쟁단"(공동투쟁단)이 전국의 투쟁 사업장을 돌아 14일, 마지막 일정으로 서울에 도착했다. 2개의 팀으로 나누어 출발한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합류해 기자회견을 가진 뒤 삼성동에 위치한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앞 농성장을 찾았다.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와 영동지회의 조합원들은 사측에 '△노동탄압 중단 △해고자 복직 △완성차 지배개입 분쇄 △심야노동 철폐' 등을 요구하며 지난 6월 28일부터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을 진행 중이다.

농성천막 바로 옆에 위치한 유성기업 서울사무소로 들어가는 건물 입구에는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휴일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항상 셔터가 내려와 있으며 건물 입주자들이 출입할때만 셔터를 올렸다 다시 내린다고 한다.

공동투쟁단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1시부터 농성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셔터를 내린채 노동자들과 대화조차 하지 않는 유성기업 사측을 규탄하며 “끝까지 함께 싸울 것”을 결의했다.

  셔터가 내려진 건물 입구 [출처: 뉴스셀]

유성기업 노동조합은 지난 해 5월 노사가 합의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사측이 실지하지 않자 이에 항의하며 파업에 돌입했지만 사측은 직장폐쇄와 공권력 투입으로 맞섰고, 이 과정에서 용역직원의 폭력과 뺑소니 차량사고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노사는 법원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업무를 재개했다. 하지만 사측은 곧바로 쟁의행위를 사유로 27명의 조합원을 해고시켰고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부당해고 판결이 났지만 사측은 여전히 이들을 복직시키지 않고 있다.

또한 복수노조법 시행 이후 새로 생긴 노동조합에 관리자 50여 명이 가입하면서 과반수 이상의 조합원 수로 교섭대표권이 넘어갔으며 여전히 사측은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탈퇴를 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궂은 날씨보다 힘든 건 야박한 서울인심

공동투쟁단과 농성중이던 유성기업 해고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다음 행선지인 서울시청 앞 재능 농성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으며 이날 농성장은 유성기업 해고자 김풍년 씨와 신기병 씨가 지키기로 했다.

최근 청주에 문을 연 ‘희망식당’ 3호점 셰프로 유명한 김풍년 씨는 “지역에선 이렇게 노숙농성하는 일이 있으면 주변에서 걱정도 해주고 격려도 해주는 편인데 서울에선 좀 야박하다는 생각도 든다. 사측의 압박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주변 상인들이 장사에 방해된다고 생각하는 지 언제 가냐고 묻기도 하고 화장실 쓰는 것도 항의하는 등 서운한 경험들이 있다”며 농성생활의 고충을 털어놨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전거를 타며 농성장 앞을 지나던 한 시민이 자전거에서 내리며 “누가 여기에 차를 세웠냐”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농성장 앞은 인도인데 승용차 한 대가 길 한 가운데에 주차되어 있었다. 김풍년 씨는 그 차량을 가리키며 “이 차도 이 건물 커피숍에서 우리 불편하라고 일부러 이렇게 주차한 것 같다. 이 주변 땅값도 비싸서 다들 돈도 많을텐데 마음은 왜 이렇게 좁은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어서 그는 “그래도 우리에게 호의적인 주변 상인들도 있다. 우리가 밥을 대놓고 먹는 식당이 있는데 밥값도 깎아주고 화장실도 이용하게 해줘서 고마움의 표시로 우리가 손님을 몰고 찾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인근 발전노조 사무실에서 잠자리도 제공하고 씻을 수 있게 해줘서 신세를 많이 지고 있다. 이렇게 도와주는 이들도 있고 같이 싸우고 있는 동지들도 있으니까 계속 싸워갈 수 있는 것이다”며 웃음을 보였다.

공권력 투입, 어용노조, 현장통제... 대자본의 개입과 준비된 노동탄압

지난 해 5월 18일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사측은 ‘기다렸다는 듯’ 2시간 만에 직장폐쇄로 맞섰고 6일만에 전투경찰을 투입했다.

유성기업 해고자 신기병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내가 알기로 경찰 지휘체계 상 공권력을 투입하는 데 최종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소한 5일은 걸린다고 알고있다. 그런데 당시 500명 모여있는 공장에 경찰병력 3,000명이 그렇게 빠른 시간에 투입되고, 헬기로 선전물을 뿌리는데 그런 건 본 적도 없다.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지방 공장이 뭐라고 대통령이 나서서 귀족노조 운운하고 언급했겠나. 이건 분명 대자본과 정권이 함께 개입한 것이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해 유성기업 파업 이후 현대자동차 측에서는 유성기업에 납품 단가를 23% 올려준 것으로 알려져 사측의 노조탄압을 지원한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으며 파업 당시 현대자동차 간부의 차량에서 유성기업 노조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 문건이 발견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기병 씨는 “지난 해 파업 이전에 쟁의행위가 있었을 때에도 사장은 ‘난 너희가 두려운게 아니라 현대차가 두려워서 사태를 빨리 끝내는 것이다’라고 대놓고 말했다. 이는 현대차와 유성기업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것으로 작년 파업이나 현재 현장통제 등 모두 현대차의 개입이 있는 것이다”며 현대자동차의 개입에 더욱 무게를 실었다.

직장폐쇄와 공권력 투입이후 지난 해 7월 복수노조법이 시행되자 유성기업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새로운 노동조합이 생겨났다.

신기병 씨는 “새로 생긴 기업노조는 어용노조다. 현장에선 기업노조와 금속노조 조합원에 대한 관리자들의 차별이 심각한 상황이며 얼마전에는 기업노조가 사측과의 단협을 개악했다. 임금인상이나 정년연장 같은 떡고물을 받아먹고는 고용안정은 사측에 양보하는 등 사측의 노동탄압에 동조하고 있는 꼴이다”며 새로 생긴 노조에 대해 평가했다.

  농성장을 지키는 신기병 씨(왼쪽)와 김풍년 씨(오른쪽) [출처: 뉴스셀]

현재 김씨와 신씨를 비롯한 해고자 27명은 두 개의 조로 나눠 1주일마다 돌아가며 서울 농성장과 공장에서의 조합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부와 법원, 현대자동차 본사, 국회 등에서 1인시위를 벌이는 한편 국회의원과의 면담 등을 통해 유성기업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씨와 신씨는 서울과 공장을 오가는 와중에 희망식당 운영까지 겹쳐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희망뚜벅이, 희망광장 등에서 함께 해온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싸움을 멈출 수 없다고 한다. 서울 농성장에서는 매일 조촐하지만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으며 매주 화요일을 집중문화제의 날로 진행하고 있다. (기사제휴=뉴스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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