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56번째 피해자 故 윤슬기 씨 산재신청

“근로복지공단은 언제까지 산재신청만 받을 것인가”

삼성전자 LCD 사업부에서 일하다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려 사망한 故 윤슬기 씨의 49재에 맞춰 윤 씨의 유가족들과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근로복지공단에 윤 씨의 산업재해인정(유족급여)을 신청했다.

윤 씨의 유가족들과 반올림은 20일 오후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에서 일하다 쓰러진 윤 씨의 산업재해를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중증재생불량성 빈혈에 의한 폐출혈과 장출혈로 사망한 윤 씨는 지난 1999년 삼성전자의 천안 LCD공장에 입사했다. 그녀는 5개월여의 재직 중 LCD 공정에서 액정을 절단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이 공정에서 윤씨는 기계에서 작은 크기로 잘라진 LCD패널에 흠집이나 파손이 있는지 육안으로 검사하고 완전히 잘리지 않은 판넬을 손으로 조각내 잘라 다음 공정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자른 LCD패널을 옆에 쌓아두는 일을 맡았다.

이후 윤 씨는 5개월여만에 심각한 빈혈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고 중증재생불량성 빈혈 판정을 받았다. 이후 13년 동안 수혈에 의존해 연명하다 지난 6월 2일 사망했다.

유가족들은 화학물질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에도 공장안에는 환기구가 없었고, 사망한 윤 씨가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면장갑 외의 보호 장구 없이 작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윤 씨가 생전에 LCD를 자르는 과정에서 미세한 유리가루가 날린다는 말도 했다는 증언도 덧붙였다.

  故 윤슬기 씨 어머니인 신부전 씨 [출처: 다산인권센터]

유가족들과 반올림은 윤 씨의 사망원인인 재생불량성 빈혈이 벤젠, 포름알데히드, 방사선, 산화 에틸렌같은 화학물질에 노출되면 발병할 수 있는 병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윤 씨에게 가족력이나 선천적 건강문제가 없었다는 점, 입사당시의 건강상태가 매우 양호했다는 점, 윤 씨가 LCD절단 공정외의 업무를 수행 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며 공정과정에서 화학물질에 노출된 윤 씨가 병을 얻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씨의 어머니인 신부정 씨는 기자회견에서 “이 사회가 슬기를 무참하게 버리고 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언젠가는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산재 인정을 반드시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반올림활동가인 이종란 노무사는 “윤슬기씨가 생전에 공정과정에서 검은 유리가루가 날린다는 얘기를 했었다”면서 “그 과정에서 그녀가 많은 발암물질에 노출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가족들과 반올림은 이어 “삼성은 기업비밀이라고 공개를 거부하는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성분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진행된 산재신청서 접수에는 또 다른 삼성 산업재해 피해자 故 황유미 씨의 부친인 황상기 씨를 비롯한 삼성 산업재해 피해자 유가족들이 함께했다. 이 곳에서 이들은 “언제까지 산재신청만 받을 것이냐”면서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승인을 확실히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산재신청을 완료한 유가족들과 반올림은 이 날 저녁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 앞에서 삼성 백혈병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삼성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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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호

    수고했어요!!....정부의 산재승인이 하루 빨리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