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교육, 1600일 간의 ‘불편한 진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에 맞서 바깥으로 나온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줄잡아 그의 재산이 5조원을 넘는단다
그 돈은 일년에 천만원 받는 노동자
50만년 치에 해당한다
한 인간이 한 세대에
50만년이라는 인간의 시간을 착취했다
50만년! -백무산 시 “자본론”-



서울시청 앞 재능교육 농성장에서는 매주 화요일 저녁 “학습지선생님들의 투쟁, 재능농성장에서 세상을 말한다” 거리강연이 진행된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지부가 거리농성을 시작한지 1678일째인 24일 저녁, 31차로 진행되는 거리강연에 고정갑희 한신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강연자로 나섰다.

  강연중인 고정갑희 교수 [출처: 뉴스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와 글로컬페미니즘학교의 집행위원장을 맡고있는 고정갑희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백무산 시인의 시를 인용해 “노동자의 시간을 착취해 이윤을 얻는 게 자본주의 생산방식이다. 그리고 더 많은 이윤을 얻게 위해 노동자 앞에 ‘특수고용’과 ‘비정규’라는 말을 붙여 더 많이 착취하고 쓸모가 없어지면 거리로 내모는 것이 지금 현실이다”며 자본주의 생산방식에 대해 비판했다.

또한 “학습지교사, 골프장 캐디, 승무원 등 대부분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는 여성들로 채워져 있다. 이는 생산의 주체를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짓는 가부장제 문화에 의한 것으로 자본주의 모순과 함께 가부장적인 차별이 우리 사회에 동시에 존재한다. 인간의 시간이 자본가에 의해 착취된다면 그 안에 또한 여성의 시간은 누구에 의해 착취되는지 우리는 고민해봐야 한다”며 가부장제에 의한 여성노동의 차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재능지부는 지난 2007년 임금삭감에 반대하며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이후 사측은 학습지교사의 신분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개인사업자로 변경시킨 뒤 이들의 노동조합을 인정할 수 없다며 단체협약을 맺지 않고 노동조합 조합원과의 계약을 해지한다. 이에 조합원들은 “단체협상 원상회복과 해고자 전원복직”을 요구하며 1인시위와 집회, 기자회견, 선전전 등 1600일이 넘게 농성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조합원들에게 고소와 손해배상, 재산 압류 등으로 대응했으며 용역직원의 욕설과 성추행, 미행, 협박 사실 등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날 강연에서 고정갑희 교수는 참가자들에게 “얼마 전 현대차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바깥으로 끌고나와 1년이 넘게 싸운 끝에 성희롱으로 인한 피해를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이는 갇혀있어야만 했던 여성의 피해를 풀어낸 것으로 여기 재능 노동자들의 싸움이 특수고용노동권의 문제와 함께 여성노동자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재능지부의 농성에 대한 의미를 덧붙였다.

강연이 끝난 후 유명자 재능지부장은 “생각해보면 사측은 우리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용역들을 통해 성적인 폭력을 일부러 자행한 것 같다. 처음 그런 일들을 당했을때 우리 조합원들은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숨고만 싶었다. 피해자 진술서를 쓰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 당시엔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회사에 돌아가야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비참하고 한심했다”며 당시의 괴로운 심정을 얘기했다.

이어서 “나도 여성이지만 내가 이런 피해를 받고 살고있다는 것과 왜 우리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생각해본적이 없다. 나뿐 아니라 우리 노동계 내에서도 여성의 차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할 것이다. 앞으로는 특수고용, 비정규직 문제와 함께 여성차별에 대한 구조적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이다”며 이날 강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기사제휴=뉴스셀)

[출처: 뉴스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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