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제명 부결...‘혁신’은 끝났다

심상정 원내대표 등 지도부 3인 사퇴...하반기 혼란 예고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제명징계가 부결됐다.

통합진보당은 26일 오전 8시, 국회에서 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의 건을 놓고 4차 의원단 총회를 개최했다.

오후 3시 다시 속개된 자리에서 의원들은 두 의원의 제명을 놓고 표결을 진행했으며, 13명 중 제명 찬성 6명, 무효 1표, 기권 5표로 최종 제명이 부결됐다. 정당법 33조에 따르면, 의원제명의 경우 소속 제적의원의 2분의 1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강기갑 대표를 중심으로 한 혁신파의 첫 번째 당 쇄신 작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혁신파는 지도력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심상정 원내대표와 강동원 원내수석부대표, 박원석 원내대변인 등 지도부 3명은 의원총회 결과의 책임을 지겠다며 총사퇴를 발표했다.

[출처: 진보정치]

13명 중 6명 찬성으로 제명 부결...심상정 원내대표 등 사퇴

오전 8시부터 진행된 의원총회는 오전 10시 30분 경 정회됐으며, 오후 3시에 속개됐다. 이날 의원총회에는 지난 23일, 구당권파가 의총 제명 결정을 중앙위원회 뒤로 미루는 대신 26일 의총에 전원 참석하기로 한 약속에 따라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포함해 13명의 의원 전원이 참석했다.

어제(25일)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구당권파의 필리버스터로 양 세력간의 갈등이 고조 돼 있는 만큼, 의원총회는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구 당권파 측 김미희, 김재연, 오병윤, 이석기, 이상규, 김선동 의원과 신 당권파 측인 박원석, 강동원, 심상정, 노회찬, 서기호, 정진후 의원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전선을 형성했다. 그간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아왔던 김제남 의원은 신 당권파 측에 자리해, 오전 까지만 해도 제명 의결 분위기가 점쳐졌다.

하지만 3시간 가량 진행된 오전 의총에 이어, 오후에 속개된 회의에서도 양 측은 대립각을 세우며 합의 도출에 난항을 겪었다. 결국 구 당권파 측 이상규 의원이 참석하지 않은 채 12명의 의원들은 표결을 진행했으며, 5명이 기권하고, 1명은 투표했으나 찬반에 기표하지 않아 무효, 6명이 찬성함에 따라 과반수 미달로 안건이 부결됐다.

특히 이번 표결 결과와 관련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김제남 의원이 구 당권파의 손을 들어주며 무효처리가 돼 부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제남 의원은 지금까지 두 의원의 제명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아 왔지만, 23일 의총을 중앙위 뒤로 연기하자는 구 당권파의 요구 관철에 힘을 실은 바 있다. 만약 당 혁신과 쇄신의 일차적 과제로 추진 해 왔던 두 의원 제명 여부가 김제남 의원의 ‘무효’표에 따라 좌절됐다면, 김 의원 역시 이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박원석 통합진보당 원내대변인은 오후 6시 45분, 브리핑을 통해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제명처리를 위해 표결을 거쳤지만 부결됐다”며 “부결 직후 심상정 원내대표, 강동원 원내수석부대표, 그리고 저 원내대변인은 의원 총회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쇄신’ 좌절된 2기 지도부...하반기 혼란 예견

2기 지도부의 당 쇄신이 첫 발도 내딛지 못한 채 좌절되면서, 통합진보당은 하반기 또 다른 혼란기를 맞이하게 될 조짐이다. 특히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대선 대응이나 야권연대 복원 등의 사업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무엇보다 당 지도부가 지도력을 상실하고, 또 다시 당의 주요 결정이 구당권파의 의지대로 움직이면서, 이에 반발한 참여계와 비당권파가 집단탈당 하는 등의 최악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분당과 탈당 과정을 거쳐 온 노회찬, 심상정, 유시민 등이 쉽게 분당을 추진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비주류 강경파를 중심으로 구당권파를 배제한 채 민주당과 야권연대를 성사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참여계 쪽 한 인사는 이번 의총 결정내용과 관련해 “완전히 최악의 상황”이라며 “당 내, 외적으로 하반기 전체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서 그는 “민주당의 분위기를 봐야 하겠지만 하반기 대선 등을 앞두고 혼란이 올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집단 탈당 등의 문제는 아직 섣부르게 판단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의원총회 결정이 최종 결정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대응은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배성인 한신대 교수는 “특별히 분당 등의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 않다”며 “강기갑 대표가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당선된 것이 아니고, 김제남 의원이 구 당권파 쪽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이면서 분당까지 가기에는 세력적으로 복잡하고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의총 결과와 관련해 “이번 사태의 원인은 구당권파들로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혁신파들 역시 혁신적인 진보정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반복하면서 사태가 악화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현재 두 의원과 관련한 국회 내의 자격심사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주요하게 작용하지 못할 것”이라며 “다만, 검찰수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검찰로 인해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조건부 지지철회’입장이 강고해지면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지지기반이 더욱 약화될 가능성도 크다.

민주노총은 지난 5월 16일,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통합진보당에 대한 ‘조건부 지지철회’를 결정하고, 혁신비대위의 쇄신안이 실현될 경우 다시 지지여부를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후 민주노총은 ‘제2 노동자 정치세력화 특별기구’인 ‘새정치특위’를 가동하고 새로운 정치세력화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최근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이 통합진보당에 탈당계를 제출했으며, 다수의 산별연맹 위원장들이 강기갑 체제를 지지하고 나선 바 있다. 하지만 혁신파가 지도력을 상실하고, 다시 구당권파의 실력행사가 예견될 경우 통합진보당과 민주노총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민주노총은 그동안 끊임없이 (당에게) 무시를 당해왔기 때문에 이번 결과도 새로울 것이 없다”며 “현재 민주노총 내부에서 새정치특위가 가동되고 있는 만큼, 이후에도 내부적으로 정치세력화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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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 통합진보당 , 김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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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

    잘들논다. 어차피 1회용 선거정당이었는데 뭘 기대하겠나. 주사꼴통들 날도더운데 푹푹 찌게 만드네. 민주노총 밍기적 거리지 말고 분명하게 갈 길 안가면 이번엔 민주노총 지도부를 갈아엎어야 한다. 거수기 역할 그만할 때 됐다. 멍청한 지도부들.

  • 조합원

    이정희,장원삼,,,,ㅋㅋㅋㅋ알지알어

  • 웃긴다

    김제남 뭐하는 사람이요, 그인간 정말로 웃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