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규직화 방안, 원하청 공동투쟁 금갈까 두렵다”

정규직지부와 비정규직지회 공동투쟁 끝까지 가야

현대차 정규직노조인 현대차지부가 회사와의 임.단협 교섭에서 사내하청 3천 명 정규직화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인 가운데 비정규직지회는 전면파업을 벌이는 등 비상에 걸렸다. 회사가 지부에 제시한 안이 불법파견 철폐와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를 원하는 지회의 입장과 많은 차이가 있어서다.

  16일 오후 현대차지부가 임단협 교섭을 진행중인 가운데 전면파업중인 비정규직지회가 교섭장 앞에서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8월 9일 현대차는 정규직노조에 '사내협력업체 인원관련 별도 합의' 안을 제시했었다. 회사는 사내협력업체 인원에 대한 채용과 처우개선에 있어 '현재 사내협력업체 인원 중 당사 채용기준에 적합한 인원의 일부를 정년퇴직 소요와 신규소요 등을 포함하여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채용한다'는 내용과 '인원의 채용 시 원하청 공정 재배치를 실시'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비정규직지회는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며 이는 "회사 측이 불법파견으로 당연히 전환해야 할 노동자를 채용절차를 거쳐 신규채용 함으로써 불법파견을 은폐, 부정하려는 것”이고 “선별 채용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단결을 가로막으려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회는 이에 반발하며 4시간 파업에 들어갔다.

13일 비정규직지회 박현제 지회장이 포함된 교섭단인 불법파견 원.하청 특별교섭에서도 회사 측은 같은 안을 제시했으며, 지회의 반대로 교섭은 결렬됐다.

현대차지부는 이에 대해 "회사 측 안일 뿐"이라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16일 임.단협 교섭에 들어갔다. 지회는 지부에 불법파견 관련 교섭을 지부가 따로 하지 말고 '원하청 특별교섭' 창구로 단일화 하자고 제안했으나 지부는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관한 요구안이 지부에도 있으므로 독자적으로도 교섭을 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고, 회사는 교섭에서 ‘사내협력업체 인원 직영화 관련 별도 합의’라는 제목으로 수정안을 제시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사내협력업체 관련 직영화 방안'. 16일 현대차와 정규직지부 임단협 협상에서 회사가 제시한 안이다.

“현대차의 3000명 채용 계획이 불법파견 철폐인가”

현대차의 수정 제시안은 ‘2016년도까지 현재 사내협력업체 근무자 중 약 3천 명을 노사간 별도협의를 통해 당사 채용기준에 적합한 자를 채용’, ‘2012년에는 약 천 명(현 198명 채용한 인원 포함)을 우선 채용하고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는 2016년도까지 단계적으로 채용’, ‘사내협력업체 인원의 직영채용 등으로 자리 이동이 불가피할 시 원하청 공정 재배치를 실시’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지부의 독자적인 비정규직관련 합의를 우려하며 지부가 협상하는 시간에 교섭장인 현대차 본관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다가 수정제시안에 대한 파업참여 조합원 전체 토의를 가졌다.

  16일 저녁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회사측이 지부에 제시한 안에 대한 토의를 하고 있다. 오전부터 회사측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땀과 소나기가 뒤섞인 가운데 조합원들의 표정이 지쳐 있다.

비정규직지회 파업참여자들의 토의에서 조합원들은 회사가 제시한 안에 대해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안”이라는 의견들을 피력했다.

제시안에 대한 토의에서 진행을 맡은 김상록 정책국장은 “현대차의 제시안은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 근무자 중’이라는 문구는 2010년 정규직화쟁취를 위해 앞장서 투쟁하다 해고된 조합원은 제외된다는 뜻”이며, “울산에만 약 7천 명의 비정규직이 있는데 나머지 4천 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며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에 한 조합원은 “정규직화를 위해 앞장서 싸운 이들은 해고자를 포함해 바로 오늘 파업 농성장에 있는 사람들 아니겠냐”며, “그러나 회사는 대상 선정에 있어 파업참여자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파견 당사자인 최병승 조합원은 “회사가 서둘러 제시안을 내놓는 이유는 불법파견 사실을 3천명 정규직 채용이라는 말로 무마하고 언론을 통해 분위기를 호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으로 해 달라며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파업참여를 막기 위한 회사측(업체)의 문자 메시지를 보여 준다. 그는 파업 참여를 막기 위해 지휘는 현대차가 하고 업체는 지시만 따른다며 평소 안 하던 전체 아침미팅을 소집하는 부서도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 정규직이었다가 98년 정리해고된 비정규직 조합원은 “98년에 지부 집행부의 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수많은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 대한 회의를 느꼈고 자신은 비정규직이 됐다”며 “지부는 비정규직 문제로 지회를 흔들면 안 되고 우리는 회사측의 사탕발림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6대 요구안을 가지고 원하청 특별교섭으로 싸워야”

박현제 지회장은 “6대 요구안을 가지고 원하청특별교섭으로 싸워야 한다”며 조합원의 단결을 호소했다.

  비정규직지회 박현제 지회장이 힘들고 어려워도 불법파견을 반드시 막아 내고 정규직 쟁취하자며 조합원들에게 파업 사수를 호소하고 있다. 박현제 지회장은 비정규직 관련 지부가 지회와 충분히 소통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지회 관계자는 회사가 기관지 ‘함께 가는 길’에서 하반기 비상경영을 선포했다며, 회사는 금년은 어쩔 수 없이 정규직 채용하고 내년부터 힘드니 정규직 못 뽑는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계를 뽑아 보니 2016년까지 자연 감소 인원만 2558명이고 이는 지부의 단협 상 무조건 뽑아야 하는 인원인데 3천명 정규직 운운하는 건 지회를 기만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16일 지회는 4시간 파업을 벌일 계획이었으나 회사 측이 대체인력을 투입해 라인은 서지 않았고 전면파업을 선포했다. 대체인력 투입을 저지하러 현장으로 가려는 파업대오를 회사 측 버스와 관리자가 막아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회사 측은 소화기를 뿌리기도 했고 2공장 최윤석 조합원의 갈비뼈에 금이 가서 4주 진단이 나왔다. 지회에서 취합한 결과 1공장 구정득 조합원은 목을 다치고, 2공장 박종신 조합원은 발목을 다치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현대차 지부는 17일 오전 10시 임.단협 교섭이 예정돼 있으며 지회가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의 비정규직 문제에 접근하지 못한다면 지회와 지부의 대립도 예측되는 상황이다.

16일 밤 비정규직지회는 불법파견 당사자의 합의 없는 안은 수용하기 힘들며 불법파견관련 원하청특별교섭으로 가자는 의견을 현대차지부에 전했다.

지회는 “현대차가 지부 임단협 교섭으로 불법파견 문제를 신규채용으로 축소하여 합의하려는 것에 분명하게 반대하고, 불법파견 협의는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6대 요구를 중심으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17일 사측과 지부에 공문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현대차지부 문용문 지부장은 그간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에 어떤 집행부보다 강한 해결 의지를 보여 왔다. 지회와 지부는 어려운 가운데 원하청공동투쟁을 위해 불법파견특별교섭 6대 요구안을 만들기도 했다. 현대차가 불법파견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 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하청 공동투쟁으로 힘을 모아 비정규직철폐의 길을 틔울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사제휴=울산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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