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그럴것이, 깁스지회의 생존권 투쟁은 이번 직장폐쇄와 제2노조 설립의 빌미가 됐고, 제2노조가 즉각 ‘깁스 생존권 투쟁 철회’를 내걸면서 깁스지회는 그야말로 고립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가장 소수 조직이었던 깁스지회는, 이제 만도지부의 재건을 뒷받침해야 할 유일한 조직으로 남게 됐다. 조직의 혼란을 추스르고, 조합원 전체가 다시 한 번 투쟁을 결의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회에는 분노와 상처가 남아있다. 깁스코리아가 12년간 설비 투자를 전혀 하지 않은 채 이익금을 해외로 빼돌리고, 고의적으로 파산하면서 생존권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노조 와해까지 직면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직장폐쇄와 조합원 이탈과 노조 와해, 제2노조 설립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점들이 보인다. 이후 노조 재건 사업과 생존권 투쟁 역시 빨간불이 켜졌다. 지회로서는 혼란 수습과 더불어 이후 투쟁 계획까지 새로 구상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아직 만도의 직장폐쇄가 해제되기 전, 만도 문막 공장 중심에 위치한 깁스코리아 공장에서 홍기상 깁스지회장을 만났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그간 노조 와해과정과 깁스 생존권 투쟁, 12년간의 깁스 자본의 행태 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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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기 깁스 지회장 |
노조가 만도 측에 도의적인 책임을 묻는 이유는 뭔가
- 만도지부는 2사 1노조다. 만도지부 소속 네 개 지회 중, 한 개가 깁스지회다. 깁스지회에는 현재 100여명의 조합원들이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부 소속 지회가 생존권 투쟁을 하는데, 만도지부가 이들 조합원들의 생존권에 대해 거론 할 수밖에 없지 않나.
특히 깁스는 구 만도공장이고, 물량의 60%정도를 만도에 납품하는 회사다. 만도 문막 공장 가장 가운데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만도 문막 공장 전체 동력이 우리 지하실을 통해 나가고 있다. 10여년의 관계 속에서, 깁스가 만도 문막 공장의 관할 속에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회사는 달라도, 직간접적인 만도의 권한이 있었을 거다.
노조가 깁스 조합원의 생존권에 대해 회사 측에 어떻게 요구했나
- 만도지부가 고용안정위원회를 통해 깁스 재매각 문제에 대한 사측 입장을 요구 한거다. 단체협약과 임금교섭, 고용안정위원회가 지금까지 있었던 노사 교섭인데, 그 중 고용안정위원회에서 한 차례 깁스 재매각 문제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인수할 의사도 없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인데, 책임 있는 답변을 내 놓으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회사가 7월 초부터 갑자기 임금협상 속에서 깁스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깁스 매각 요구와 현재 투쟁을 철회하라며 이 두 가지만을 계속 이야기 했다. 임금협상에서도 임금 부분에 대해서는 접근하지 않고, 안건도 아닌 깁스 문제를 계속 거론했다. 매각과 파업투쟁을 철회하지 않으면 내용적 접근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파업은 정당한 절차 속에서 진행 됐기 때문에, 회사가 파업을 하지 말라고 할 권한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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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노조와 사측이 깁스 문제를 이용해 만도지부 와해, 복수노조 설립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있다.
- 만도지부의 공식적 회의기구는 만도지부 운영위원회다. 구성요건은 지부의 지부장 및 간부들이다. 따라서 4개 지회의 지회장과 수석부지회장이 운영위원회에 참석했다. 지금까지 활동에서의 기본 틀은, 한 개 지회장이 공식적으로 회의에 불참하게 되면 회의가 보류되는 게 관례다. 집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지회장들이 보장받고 있는 권한이 상당하다는 거다. 지회장이 문제제기하면, 지부장이 그 부분에 대해 단독적으로 결정하기 못했다. 네 개 지회를 지부장이 수시로 관장할 수 없기 때문에, 지회장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는 식이었다.
운영위원회 당시, 문막, 평택 지회장은 깁스 문제를 마치 자신들의 노동운동 활동의 중심에 놓는다는 식으로 적극적이었다. 깁스 조합원들의 생존권은 우리가 사수해야 한다, 파업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주구장창 이야기했다. 수장들이 깁스문제 해결을 위해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공공연히 선언하는데, 당연히 지부장이 힘을 받지 않겠나.
지부 운영위원회에서도 공식 발언으로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나로서는 해당 지회장으로 얼마나 든든했겠나. 쟁의행위 결의가 가결되면서, 운영위는 쟁대위로 전환됐다. 쟁의 기간 대책을 논의할 때마다, 두 지회장은 투쟁하고 파업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깁스 지회장을 앞에 두고 자신들이 연대란 뭔가 보여주겠다고 강력하게 이야기했다. 심지어 지부장이 좀 더 고민하자고 할 정도로 펌프질을 했다. 결국 회사가 용역 투입과 직장폐쇄를 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고, 그리고 바로 복수노조를 띄웠다. 그 당시 문막, 평택 지회장들이 현재 제2노조 집행부를 그대로 세웠다.
직장폐쇄 이후, 노조 분위기와 와해 과정을 어땠나
27일, 용역이 투입되자마자 회사는 직장폐쇄 표지판을 붙이고 출입을 막아버렸다. 그 날 저녁 7시, 지부 긴급 쟁대위가 열렸다. 수장들이 모여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논의하는 자리였다. 거기서 문막, 평택 지회장이 지부 지도부 총사퇴를 거론했다. 지부장을 압박하면서 총사퇴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사퇴하겠다고 이야기 했다. 이 사태를 책임지는 것은 이 길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거기서 지부장이 하루 정도 기다려 주면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현 지도부가 7기인데, 사실상 사퇴 전에 예우차원에서 전직 지도부 모아놓고 설명하는 것이 도리 아닌가. 그래서 두 지회장에게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요구한 것인데, 두 지회장은 그 날 바로 총사퇴해버렸다. 조직의 구심이 무너지면서, 우리는 공황상태였다. 민주노조 무력화의 일등공신 이었다.
그리고 나서 바로 3일 뒤인 월요일, 복수노조가 떴다는 소식을 들었다. 문자메시지로 평택, 문막 지회장이 제2노조에 가담했다는 것을 알고 혈압이 올라서 공장 사무실동에서 한동안 나오지 못했다. 그동안 논의했던 것이 짜고 친 것이고, 내부의 적 때문에 민주노조가 무력화 됐다는 것에 울화통이 터졌고, 울분이 치솟았다. 노조의 한계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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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스지회 조합원들 역시 이번 사태로 흔들렸을 것 같다. 내부 안정을 위해 어떤 일을 했나
- 조합원 이탈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휴가 기간이었던 8월 3, 4, 5일에 간부들을 소집해 집중 토론을 진행했다. 엄청난 혼란이 닥쳤기 때문에 빠르게 조합원과 일련의 과정을 소통해야 한다고 의견 모았다. 그래서 6일 아침, 전체 조합원을 모아놓고 지회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사태 내용을 빠짐없이 그대로 브리핑했다. 문제점을 같이 파악해야 문제를 극복해 낼 수 있고 이탈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시간에 걸쳐 간담회를 진행했고, 조합원들 모두 민주노조 사수와 생존권 투쟁 승리를 위해 뭉쳐 있어야 한다는 부분에 공감했다.
다행히 이번 사태 이후로도 한 명의 조합원 이탈이 없었다. 마음을 많이 추스르셨던 것 같다. 휴가를 마친 첫 출근 날, 한 명의 이탈자 없이 전 조합원이 모였다. 사실, 지금까지 생존권 투쟁을 진행하면서 만도지부의 지원과 후원을 100%이상 받아왔다. 하지만 현재 만도지부가 무력화 상태로 충격에 휩싸면서, 조합원들이 희망의 끈이 잘려나갔다는 느낌을 받았을거다. 하지만 소통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의견과 지혜를 모으고, 빠르게 구심점을 잡을 수 있도록 대안책을 세워갈 예정이다.
지부 상황이 많이 어렵다. 문막, 평택, 익산지회가 모두 무력화되고 깁스지회만 남았다. 다소 고립됐다는 느낌도 받을 것 같다. 대책은 고민하고 있나
지부 정상화에 깁스지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다. 깁스 지회가 테두리를 넘어 문막, 평택, 익산 공장 조직화에 나서기는 어렵다. 때문에 우리가 현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깁스지회의 경우는 조직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고 해야 할 과제다. 우리가 버텨야 그것을 바탕으로 노조 재건사업을 할 수 있다.
현재 만도지부가 고립 돼 깁스지회도 고립됐다. 만도지부와 지혜를 모으고, 현장 활동가들과 지도부들이 현장에 복귀해 민주노조를 복원시키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사실 진정성을 가지고 만도지부를 이탈하는 동지들 보다는, 사측 탄압에 의해 굴복해 갈 수 밖에 없었던 동지들이 더 많다. 지부가 안정이 되면 다시금 조합원들이 만도지부를 선택 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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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스코리아가 ‘먹튀’ 자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떤 과정이 있었나
- 깁스코리아는 1999년부터 2011년까지 12년간 운영됐다. 그 과정에서 2006년, 중국에 깁스차이나 공장을 세우고, 깁스코리아의 모든 이익금과 기술 등을 깁스차이나 안정화에 투여했다. 깁스코리아는 내내 적자상태였다. 이런 부분이 없었다면, 현재 깁스 코리아는 정상적인 회계에 따라 약 250억 원 정도의 현금이 있어야 한다.
현재 노조는 검찰에 깁스코리아 경영진에 대해 배임, 횡령, 기술유출 등에 대해 고소고발해 놓은 상태다. 우선 이들은 중고 설비를 들여오면서 설비의 가격책정을 과하게 해 자본을 유출했고, 로열티 책정을 마음대로 해 수익이 나지 않게 조정했다. 이렇게 약 100억 정도를 빼 갔다. 그리고 설비 감가상각을 과하게 매겨 회사를 적자상태로 만들었다. 이렇게 빼간 돈만 해도 120~130억 정도 된다.
깁스차이나는 깁스USA와의 자회사지, 깁스코리아와는 관계가 없다. 하지만 회사는 깁스차이나 설립 자금으로 깁스코리아를 담보로 해 국내은행의 대출을 받았다. 그리고 깁스차이나에서 납품해야 될 물량을 깁스코리아에서 대신 납품해주고 돈을 받지 않았다. 2006년부터 그야말로 돈, 기술진 파견, 금형지원 등 깁스코리아의 모든 것을 깁스차이나의 안정을 위해 쏟아부었다. 그
렇게 회사는 깁스코리아의 적자를 확고히 했다. 2009년부터는 더욱 노골적으로 돈을 빼로, 로열티를 적용하고, 회계를 조작했다. 먹튀 자본과 똑같은 행태다. 결국 깁스코리아가 파산을 통해 해외로 도망간 것 역시, 깁스코리아를 이용의 목표치를 달성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깁스차이나를 설립하고 안정을 도모했기 때문에 가치가 끝난 거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어땠나
2003년도에 회사가 조합원 26명에 대해 노조와의 합의 없이 일방적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당시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던 때다. 그래서 구조조정의 정당성을 제기하지 못했고, 노동조합을 설득하지 못했다. 특히 26명 선발과정이 어처구니 없었다. 사장한테 인사를 하지 않거나, 서클 회장, 또는 노조 간부들과 친분관계 등 얼토당토 않게 선별했다. 노조의 현장 장악력을 치기 위해서였다. 결국 노조 투쟁으로 정리해고는 막아냈다.
산재사고율도 높다. 설비 투자를 하지 않으니 기계들이 모두 오래됐다. 대부분이 구 만도공장에 있던 기계들 그대로다. 때문에 사고도 많이 난다. 주로 손가락이 부러지거나 잘리며, 골절이 되는 사고다. 또 근골격계나 심혈관계질환 등 다양하다. 강원도 중 산재율 1위일 거다. 한 달에 두 번 꼴로 산재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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