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 노조와해, ‘깁스 생존권 투쟁’ 이용했나

“직장폐쇄, 제2노조 설립 과정 석연치 않아”

지난달 27일,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한 (주)만도가 지난 14일 직장폐쇄를 철회했다. 직장폐쇄가 이뤄진 그 17일 동안 공장 안팎에서 철저한 재편작업이 몰아쳤다.

만도에 몰아친 커다란 폭풍이 지나간 자리, 거기에는 제2노조와 90%에 달하는 조합원 이탈이 남았다. 그리고 회사 측이 최초 만도 사태의 빌미로 지목했던 ‘깁스 코리아’ 역시 여전히 만도 문막 공장 한 가운데에 남아 있다.

(주)만도와는 별개의 공간이라는 깁스 코리아, 하지만 만도의 직장폐쇄 원인이 됐다는 그 공장은 현재 150여 일째 멈춰 서 있다. 하지만 100여 명의 조합원들은 여전히 기계가 멈춘 공장을 매일 출퇴근하며 생존권 투쟁을 진행 중이다.


깁스 생존권 투쟁, 만도 직장폐쇄에 이용당했나

지난달 27일, (주)만도는 직장폐쇄 이유로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물량고갈, 그리고 깁스코리아 인수 문제를 꼽았다.

당시 회사 측 관계자는 “노조와의 임단협은 임금이나 근로조건 개선 논의가 되어야 하지만, 노조가 회사에 깁스를 인수할 것을 요구하고 잔업, 특근을 거부해 직장폐쇄까지 온 것”이라며 “노조가 깁스코리아 인수 요구를 철회하고 파업을 풀어야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 주장에 따르면, 만도노조가 임단협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회사 측이 파산한 깁스코리아 인수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회사는 깁스코리아는 ‘협력사’였을 뿐, 만도와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 측 주장은 다르다. 노조는 회사 측에 직접적으로 ‘깁스 인수’를 요구한 바가 없고, 다만 책임 있게 문제를 해결하자고 요구 한 것뿐인데 회사가 이를 왜곡해 깁스 문제를 빌미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홍기상 깁스지회장은 “임단협에서 깁스 문제를 제기한 것은 오히려 회사 측”이라고 주장했다.

홍 지회장은 “깁스 문제는 고용안정위원회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이지만, 지금까지 수차례 고용안정 위원회가 열리는 과정에서 단 한차례만 깁스 문제 언급이 이뤄졌다”며 “회사는 그 자리에서 깁스를 인수할 의사도 없고, 할 수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노조는 회사가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하지만 7월 초부터 임금 협상 과정에서 회사가 갑자기 깁스 문제를 거론했고, 임금 협상에서 깁스 인수와 파업투쟁 철회만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며 교섭을 해태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노조는 회사가 ‘직장폐쇄’와 ‘노조와해’를 위해 깁스 문제를 이용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노조가 깁스 인수를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 했다며 ‘불법파업’ 딱지를 붙이고, 이를 통한 여론전과 공격적 직장폐쇄, 노조 와해 작업을 이어나갔다는 것이다.

노조, 회사측에 깁스 ‘도의적’ 책임 요구한 이유는?

논란의 중심에 서있던 ‘깁스코리아’는 만도의 협력업체다. 현재 만도 문막공장 한 가운데 위치 해 있다. 지난 1999년 만도기계 업종별 분리매각 당시, 회사는 만도 원주사업본부 문박공장 D/C부문을 미국업체 깁스에 매각했다. 그리고 만도 공장 한 가운데 ‘깁스코리아’가 출범했다.


만도 문막지회 조합원이었던 100여 명의 조합원들은 이후 ‘깁스코리아지회’를 설립하고, 만도 문막지회, 평택지회, 익산지회와 함께 만도지부에 소속 됐다. 하지만 지난 5월, 깁스코리아가 파산하면서 깁스코리아 노동자들의 고용문제가 대두됐다.

깁스지회를 중심으로 만도지부는 깁스 생존권 투쟁에 나섰다. 노동조합 성격상, 지부가 지회문제에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원칙인 만큼, 지부장을 비롯한 지회장들 역시 깁스 투쟁에 힘을 실었다. 문제는 지부가 만도 회사 측에 깁스 파산과 매각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물었다는 점이다.

회사 측은 ‘깁스’문제는 회사와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회사는 깁스 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실제로 깁스코리아는 공장 인수 후 10여 년간 신규설비투자를 전혀 하지 않은 채, 이익금을 해외로 빼돌리고, 기술 유출을 시도하는 등 전형적인 ‘먹튀’자본의 모습을 드러내 왔다.

홍기상 지회장은 “만도는 ‘먹튀’ 자본인 깁스에 공장을 매각한 후 지속적으로 납품 관계를 가져왔기 때문에, 깁스가 고의적 파산을 하고 해외로 도망간 것 역시 만도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특히 깁스 공장은 만도 공장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만도 문막 공장의 관할 속에 있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만도 문막공장 전체는 깁스공장 지하의 동력에 의해 가동되고 있다. 깁스공장 지하의 변전실은 만도가 임대계약을 맺은 곳으로, 문막공장 전체에 동력을 공급하고 있다. 만약 이 동력이 멈추면 문막공장 전체가 멈춰 서게 된다. 때문에 만도 회사 측은 현재 조합원들이 지하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가처분신청을 요청한 상태다.

홍기상 지회장은 “회사는 달라도, 깁스 공장에 대한 만도의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었기 때문에 노조 측에서는 고용안정위원회를 통해 깁스 재매각 문제에 대한 사측의 입장을 요구한 것 뿐”이라며 “하지만 사측은 고용안정위원회를 통해 한 차례, 깁스를 인수할 의사가 없다고 밝혀 놓고 임단협에서 깁스 인수 요구를 철회하라며 교섭을 해태했다”고 주장했다.

“직장폐쇄, 제2노조 설립 과정 석연치 않아”

특히 이 같은 과정은 회사와 제2노조 핵심 인물들의 공조를 통해 이뤄졌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제2노조로 옮겨간 김일수 전 문막지회장과 오진수 전 평택지회장은 지부 쟁대위 회의에서 주도적으로 ‘깁스인수’를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홍기상 깁스 지회장은 “두 전 지회장은 쟁대위에서 깁스 조합원 생존권은 자신들이 사수해야 한다며, 깁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이야기 해 왔다”며 “결국 회사에게 직장폐쇄와 용역투입의 조건을 제공해 주고, 바로 복수노조를 만들어 노조를 와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노조 관계자는 “직장폐쇄 전날부터 용역들의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지부장은 직장폐쇄가 단행된 27일 0시 30분, 전 조합원 정상근무 지침을 내리고 파업을 철회했다”며 “하지만 두 지회장이 동의하지 않으면서, 다시 오전 6시 이를 번복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결국 파업을 유도해 직장폐쇄를 강행한 후, 복수노조를 설립한다는 시나리오에 따라 행동한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이후, 파업 투쟁을 강력하게 요구했던 문막, 평택 지회장은 연이어 사퇴를 발표하고 제2노조로 옮겨갔다. 사퇴 이유로 ‘지부장의 독단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두 지회장은 현재 제2노조 문막 지부장, 평택 지부장을 그대로 승계한 상태다.

회사는 만도지부 측에 파업을 철회하지 않으면 직장폐쇄를 풀 수 없다며 17일간 직장폐쇄를 유지했다. 지부에서 파업 철회를 밝혔지만, 직장폐쇄는 이어졌고 그 기간 동안 복수노조 설립과 90%에 달하는 조합원 이탈 과정이 이어졌다.

깁스의 ‘먹튀’, 12년의 기록


깁스는 1999년, 구 만도기계의 캐스팅 사업부를 인수할 당시, 조합원들에게 “신규설비 투자와 기술투자를 비롯한 선진화된 미국 본사의 시스템을 도입해 사업을 성장시키겠다”는 장밋빛 전망을 약속했다.

하지만 인후 후 자동화된 설비를 수동으로 전환하고, 근무형태를 3조 2교대로 전환하는 등 노동강도를 강화시켰다. 인수 2년 뒤인 2003년에는 30여 명의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해고를 통보하기도 했다.

특히 깁스가 흑자를 기록할 당시부터 파산 까지, 회사는 기술투자 및 설비투자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네덜란드에 유령회사를 설립해, 깁스코리아에서 발생된 이익금을 빼돌렸으며, 중국에 깁스 차이나를 설립해 매년 창출된 이익금을 중국공장에 투하했다.

뿐만 아니라 깁스차이나와 깁스코리아는 법인이 다른데도, 중국공장에 납품대금을 미회수하는 방식으로 적자 폭을 키워왔으며, 과도한 기술이전료 책정, 미국 본사와의 특수관계를 이용한 기계장치비용의 책정, 과도한 감가상각을 통한 이익금 회수를 통해 적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운영해 왔다. 또한 은행대출을 통해 회사의 운영 자금을 충당해오면서, 적자 상태를 유지했다.

결국 작년 11월, 회사가 깁스코리아를 매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만도지부는 대표이사와의 면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회사는 일방적으로 K사를 매각 대상자로 통보했다. 노조에 따르면, K사는 계열사 간의 지급보증을 통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해 왔으며,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초과한 상태인 부실자본이었다.

노조의 반대에 따라, 매각이 진행되지 않자 깁스 자본은 올 3월 28일, 5월 1일부로 폐업 할 것이며 135명 전 직원에게 3월 30일부로 고용계약해지 통보서를 일괄적으로 발송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깁스지회는 기계가 멈춰진 공장 안에서 154일차 전면 총파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54일짜 생존권사수 천막투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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