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소셜 유니온 출범 준비...예술인들의 ‘밥’ 될 수 있을까

“예술 공공성 회복해 문화예술인 권리 찾을 것”

지난 해 2월,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는 생활고와 지병에 시달리다 끝내 사망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보다 3개월 앞서 뇌출혈로 사망한 인디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이진원 씨도 생전의 어려운 경제상황과 음원료 미지급 사태 등이 밝혀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문화예술인들의 생활고와 노동착취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 ‘예술인 소셜유니온’이 “밥 먹고 예술하자”며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예술의 공공성을 지켜내고 문화예술인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예술인 소셜유니온은 9월 25일 홍대 앞에서 문화예술인들의 토크쇼를 겸한 준비위원회 발족식을 열고 소셜 유니온 설립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예술인 소셜 유니온에는 현재 꽃다지, 칼라TV, 프린지 네트워크, 시사만화가 협회, 세종문화회관 노동조합, 문화연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출처: 진보신당 문화예술위원회(준) 2012년 사업계획]

예술가 소셜 유니온은 당면한 문제인 문화예술인들의 정당한 노동권리 찾기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준비위원회의 공동준비위원장을 맡은 음악평론가 나도원 씨는 27일 아침 YTN 라디오 ‘김갑수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문화예술인들의 고용불안과 장시간 노동, 불공정한 노동관계 등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술인 소셜 유니온이) 예술인들의 정당한 노동권리 찾기를 위해 각족 문화예술 노동현황에 개입하고 정확한 실태조사와 관련 법 개정 등을 위한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향후 활동 방향을 밝혔다.

예술인 소셜 유니온의 공동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도 “미학과 예술의 상품화가 이루어지고 문화예술이 권력과 자본에 의해 동원이데올로기로 저하되는 사회에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야기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으며 “예술가 개개인의 권리 뿐 아니라 예술의 생산자와 이용자 모두의 권리를 찾고 예술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접근하는 유니온”이라고 예술가 소셜 유니온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원재 공동위원장은 <참세상>과의 인터뷰에서 “MBC의 ‘나는 가수다’나 MNET의 ‘슈퍼스타 K’가 높은 인기를 구가하지만 정작 그 뒤에 있는 300여 명의 문화예술인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곤 부당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며 문화예술인들의 노동권리 찾기가 시급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예술인 소셜 유니온이 문화예술인 개개인의 권리 찾기에만 주안점을 두고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화예술인에게 닥친 노동권리의 문제도 ‘예술의 공공성’ 차원에서 접근한다. 이원재 공동위원장은 “예술인의 노동권리 문제도 ‘예술과 자본의 관계 문제’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예술이 특정 자본에 의해 사유화 되면서 발생하는 착취구조가 문화예술인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구조로 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음원저작권협회와 롯데시네마와의 음원사용 갈등에 대해서도 그는 “거대 극장 체인자본과 음악저작권자들의 잇속 챙기기였을 뿐 정작 음악과 영화를 제작하는 현장의 문화예술인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예술인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지 못하는 것은 예술이 이미 상당부분 자본의 영역에 포섭돼있는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나도원, 이원재 두 준비위원장은 모두 “예술인 소셜 유니온은 노동조합의 성격을 비슷하게 갖지만 기성의 노동조합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원재 공동준비위원장은 “기존 조합원 중심, 정규직 중심의 배타적 조합주의와는 분명히 다른 활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원 공동준비위원장도 아직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는 전제하에 “(예술인 소셜 유니온이) 어느 상급단체에 가입하거나 임단협 중심의 활동을 하는 노동조합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결코 느슨한 형태의 모임이나 단체 수준은 아니”라며 “장르를 아우르는 예술인들의 단체를 만드는 일 자체가 의미 있는 활동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원 공동준비위원장은 27일 ‘김갑수의 출발 새아침’에서 “모두가 한 때 예술인을 꿈꾸지만, 대부분 그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재능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삶이 보장되지 않는 예술인의 꿈을 꾸는 이들의 꿈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와 인디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촉발됐던 문화예술인의 노동착취와 생활문제가 ‘밥먹고 예술하자’는 기치를 내건 예술인 소셜 유니온의 출범으로 해소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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