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싸타 노조, ‘용역 투입’ 제보부터 노사교섭 재개합의까지

[현장] 용역투입·설비이전 막기 위한 센싸타 노동자의 잠못 이룬 3일

센싸타테크놀로지스코리아(이하 센싸타) 노동자들은 주말 특근이 없는데 퇴근하지 않고 공장 앞으로 모였다. 회사가 약속을 어기고 중국으로 설비를 이전하려는 정황이 포착됐다. 여기에 진천에 오기 위해 용역 300~400명을 모으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언제 용역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지난 24일부터 3일간, 조합원들은 제대로 잠도 못자며 공장 앞을 지켰다.

모터프로텍터, 자동차용 센서 등을 생산하는 센싸타는 2008년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이 인수했다. 베인캐피탈은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밋 롬니가 창업한 회사로 미국에서도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베인캐피탈이 인수한 뒤 임금과 근로조건이 대폭 나빠졌다. 회사가 어렵다며 화장실 휴지를 없애고, 겨울에도 찬물로 씻어야 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매출이 2161억에 영업이익만 161억인 알짜배기 회사였다.

센싸타 글로벌은 올해 초, 공장장과 이사가 직접 고용안정과 설비투자를 약속했다. 노동자들은 회사를 철썩같이 믿었지만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고, 중국으로 라인이 옮겨갔다. 조합원들은 입 모아 “뒤통수 맞았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노조를 설립했다. 바로 다음 날, 회사는 희망퇴직 공고를 냈다.


이런 와중에 용역 투입 소식이 들렸다. 김은미 지회장은 “주말 특근을 다 빼라고 했다. 미국에서 기계설비 해체 전문가도 한국으로 들어왔다. 지금 대부분의 라인이 중국공장으로 갔고, 핵심 라인 몇 개만 한국에 남았는데, 이걸 빼려는 것 같다. 이 설비가 빠지면 공장 문 닫는 건 시간문제다”며 회사가 주말 중 설비를 빼내려 한다는 의심을 굳혔다. 금요일 오후에 설비해체 전문가가 현장을 방문했다. 회사는 ‘30일에 하자’며 교섭을 미뤘다. 30일 전,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되겠다고 직감했다.

  발언 중인 김은미 금속노조 센싸타지회장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는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용역투입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금요일 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와 인근 조합원들이 진천 센싸타 공장 앞으로 모였다.

설립한지 20일 밖에 되지 않은 신규지회인 센싸타 조합원들은 ‘투쟁’ ‘동지’라는 말이 아직 낯설었지만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공장을 찾아온 것은 금속노조 뿐만이 아니었다. 교사, 학교 비정규직, 공무원, 택시 노동자들이 공장을 방문해 지지의 말을 전했다. 진천군의회의 김상봉 의원, 김기형 의원도 함께 인간방패막이 되겠다며 찾아왔다. 경찰도 비상사태에 대비해 공장 주변에 상주했다.

  설립한지 20일된 신규지회. 가사가 적힌 종이를 보며 투쟁가를 부르는 조합원들

  새벽에도 순서를 정해 번갈아가며 정문 앞을 지키는 센싸타지회 조합원들

낮에는 더위와 밤에는 비와 싸우며 아침, 점심, 저녁 집회와 문화제를 이어갔다. 후원회에서 준비한 밥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가족이나 인근 노동자들이 잘 싸우라며 가져온 빵, 포도, 과자, 커피로 마음도 채웠다. 일요일엔 유성기업 해고자가 요리하는 희망식당 3호 청주점에서도 남은 수육을 싸들고 왔다. 금요일 밤에는 ‘선언’이, 일요일 밤에는 ‘노래하는 노동자’ 김성만이 센싸타를 찾았다.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이 전날 찍어 편집해 만든 영상을 틀자 아는 얼굴이 나온다며 킥킥 대다가도 숙연해졌다.

  밤 문화제 때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에서 제작한 영상 상영 중

조합원들은 새벽에도 돌아가며 공장 앞을 지켰다. 순서를 정해 자기로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는지 투쟁가요 가사를 프린트해 노래를 익히고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금, 토, 일 3일을 지내고 월요일이 밝았다. 조합원들의 표정에는 주말에 용역이 오지 않았다는 안도감, 앞으로의 싸움에 대한 긴장감, 3일간의 노숙농성으로 인한 피곤함이 감돌았다. 아침 집회 때의 조합원들은 3일 전 밤과 사뭇 달랐다. 이제 가사를 보지 않고도 투쟁가요를 부르고, 팔뚝질도 자연스러워졌다. 구호는 여전히 우렁차다.

30일부터는 정상적으로 근무가 시작된다. 오후에는 노동부 중재 하에 회사와 면담이 예정되어 있다. 조합원들은 3교대 근무에 맞춰 돌아가며 근무 후에 공장을 지킬 계획이다.

김성민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장은 “SJM 용역 폭력이 논란이 되는 이 시점에 용역투입은 말이 안된다. 용역이 투입된다면 29일 예정된 민주노총 총파업 지역 결의대회를 바로 이 곳 센싸타 공장 앞에서 진행 하겠다”고 밝혔다.

* 27일, 노동부의 중재로 만난 센싸타 사측과 노조는 3개월간 집중 교섭에 나서기로 합의하고, 사측은 그 기간 동안 용역경비의 투입과 설비반출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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