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 무엇이 문제인가?

[기고] "애플 vs 삼성 분쟁, 지적재산권 독점 위한 거대기업들의 경쟁일 뿐"

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을 취급하는 국내 언론보도를 보면 런던 올림픽이 연상된다. 이건 거의 국가 대항전이다. 종목별 메달 소식처럼, 삼성이 한국에서는 판정승, 미국에서는 완패, 일본에서는 역전승, 앞으로 있을 독일, 호주 등에서의 결과가 주목된단다. 가장 중요한 경기였던 미국에서의 완패에 대해 배심원들의 국수주의․애국주의 평결이라고 몰아세우기까지 한다. 똑같은 애국주의 코드를 가지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기사들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첨단제품을 놓고 전 세계에서 벌이는 이 법정 분쟁을 올림픽 관전하듯 응원만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없다. 애플과 삼성이 벌이는 분쟁은 독점을 위한 거대기업들의 경쟁일 뿐이다. 이들이 독점을 차지하려고 휘두르는 무기는 바로 지적재산권이다. 이런 점에서 지적재산권은 자본주의 독점 구조를 강화하는 제도적 틀이라 할 수 있다. 애플은 특허, 디자인, 상표[1]로 공세를 펴고, 삼성은 특허, 그것도 통신표준기술에 대한 특허로 애플을 공격한다. 이 중에서 가장 화력이 좋은 게 특허다. 왜냐하면 제품의 기능 그 자체를 독점할 수 있고, 기술을 모방하지 않은 경쟁자까지 배제할 수 있는 권리가 특허권이기 때문이다.

특허가 모방자만 배제하지 않는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모방 행위만 금지하는 저작권과 다른 이런 특성 때문에 특허권을 절대적 독점권이라 부른다[2]. 이처럼 특허권은 무임승차자의 모방 행위만 금지하지 않고 경쟁 혁신자의 독자적인 개발까지 차단하기 때문에, 오히려 혁신을 저해할 수 있고 특허권자의 사회적 기여 이상의 과도한 보상을 한다는 문제가 있다.

전화기 발명의 예를 들어보자. 1876년 2월 14일 벨(Bell)은 미국 특허청에 전화기 발명에 대한 특허 출원서를 제출했다. 이날 미국 특허청에 접수된 특허 출원서 중 벨의 출원서는 5번째로 접수되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그레이(Gray)도 전화기에 대한 특허 출원서를 제출했는데 그레이의 출원 서류는 벨 보다 몇 시간 늦어 39번째로 접수되었다. 결국 출원서를 먼저 접수한 벨이 특허권을 취득했고 그레이는 특허를 받지 못했다. 그럼 그레이는 자신이 발명한 전화기에 대해 어떤 권리를 가질 수 있을까? 아무런 권리도 없다. 권리는 고사하고 자기가 발명한 전화기를 생산하거나 판매하면 벨의 특허권 침해자가 된다. 특허법은 그레이를 모방자와 똑같이 취급하기 때문이다.

여러 명이 동시에 혁신을 한 사례는 전화기 외에도 많다. 전구(Edison, Swan), 집적회로(Kilby, Noyce), 전신(Morse, Henry, Cooke, Wheatstone), 망원경(Hans Lippershey, Drebbel, Fontana, Jansen, Metius, Galileo), 비행기(Wrights, Glenn Curtis), 레이저, 플라스틱 등 사회적으로 가치가 매우 높은 많은 혁신 기술들이 실제로는 여러 발명가에 의해 거의 동시에 발명되었다(이를 ‘발명의 집중 현상’이라 한다). 이들 혁신에 대해 승자독식 방식의 특허 제도를 적용하면, 독자 개발에 들인 정당한 투자가 사회적으로 사장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특허권을 먼저 취득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투자를 하는 ‘특허권 취득 경쟁’을 유발한다.

그리고 이 경쟁에서 패배한 자는 아무 것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위험 비용이 높아지고 특허권자로 하여금 그만큼 더 높은 독점 가격을 책정하게 만들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 유익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모방을 하지 않고 거의 동시에 혁신을 달성한 자에게 아무런 보상을 주지 않는 것은 정의의 관념에도 반한다.

특허 제도를 통한 기술혁신, 더구나 승자독식 방식에 기초한 독점을 향한 과당경쟁은 냉전시대의 군비경쟁에 견줄만하다. 애플-삼성의 특허 분쟁은, 이런 방식의 특허 제도를 우리 사회가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다른 대안은 무엇인지 진보적 성찰을 요구한다.


[1] ‘트레이드 드레스’는 디자인이 아니라 상표를 말한다. 상품의 외관 그 자체를 ‘아이폰’과 같은 상표로 취급하는 것이다. 여기서 관건은 상품의 외관 그 자체가 상표의 기능을 하느냐다. 소비자들이 어느 상품의 겉모양보고 이것이 누구의 상품이라고 인식하고, 비스한 모양의 다른 상품과 혼동하면, 상표의 기능을 한다고 보는데, 미국은 이를 넓게 인정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좁게 인정하여 웬만한 상품의 외관은 상표로 취급하지 않는다.

[2] 애플-삼성 분쟁에서는 이것이 쟁점으로 되지 않았다. 소송 과정에서 애플이 삼성을 모방자라고 공격한 것은 2가지 이유 때문이라 생각한다. 첫째, 특허나 디자인 침해에 대한 확신을 배심원에게 심어줄 수 있다. 둘째, 모방자는 의도적(willful) 침해자로 취급되기 때문에, 손해액이 최대 3배까지 증액된다. 미국 배심원은 삼성이 애플의 기술을 모방했다고 판단했으나, 이는 매우 드문 사례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소송에서 특허 모방자로 판정난 예는 5%를 넘지 않는다. 대부분의 특허 침해자들이 남의 특허를 모방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모방을 하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특허 제품과 동일하면 특허 침해가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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