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저항하라”... 월스트리트 점령운동2.0 닻 올려

1주년 맞은 점령운동, 월가 점령시위 벌려.. 35명 연행

1주년을 맞은 점령운동 활동가들이 기업 정부를 비판하며 다시 월스트리트에 섰다. 경찰은 평화로운 시위에 나선 이들을 체포하며 금융가의 평화를 지키고자 했다. 월가점령운동 참여자들은 이후 빚을 거부하고 저항하는 ‘빚 파업’ 운동을 벌릴 방침이다.

17일(현지시간) 2백여 명의 월가점령 활동가들이 뉴욕 금융가에 모였다. 경찰은 뉴욕증권거래소를 봉쇄하고 검문하며 어큐파이 활동가들의 진입을 차단했다. 활동가들은 1주년을 기념해 월스트리트 직원으로 가장하고 뉴욕증권거래소에 모여 연좌시위를 통해 월스트리트에 대한 피플스 월(People´s Wall)이란 이름의 포위 시위를 벌이고자 했다.

[출처: @OccupyWallStNYC]

17일 AFP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적어도 35명을 체포했다. 20명이 월스트리트 입구에서 체포됐으며 다른 이들은 뉴욕증권거래소 입구에서 그리고 월가점령운동이 시작된 주코티 공원(자유 공원)에서 이동을 시작했을 때 연행됐다.

그러나 행진 참여자들은 이후 브로드웨이에 다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모두 4개 그룹으로 모여 시위를 벌였다. 여러 명의 활동가들은 “연방준비제도(FED)를 끝장내자”, “우리는 학생이지 소비자가 아니다”라는 푯말을 들었다. 또한 “정치에서 돈은 빠져라”와 “우리는 99%이다”는 피켓도 보였다.

“우리는 월가 은행가들이 그들 회사가 이 땅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 없이 매일 아침 일하러 갈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고 점령운동 대변인 마크 브레이는 17일 AFP에 말했다.

[출처: @OccupyWallStNYC]

활동가들은 월가점령운동 1주년을 기념해 15일부터 다양한 행사와 함께 시위 행동을 전개했다. 뉴욕 경찰은 주코티 광장을 폐쇄하고 15일 진행된 집회에 대해서도 삼엄하게 통제해 최소 15명의 참가자가 연행됐다.

99%의 커밍아웃

월가점령운동 참여자들은 지난 해 가을 기업정부와 자본주의에 반대하며 스스로를 1%에 맞선 99%라 부르고 자발적인 텐트촌을 형성하고 점령운동을 벌였다. 초기 논의는 캐나다 기반 문화운동 잡지 <애드버스터>가 제안했고 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가 지원했다.

이들은 또한 2011년 1월 튀니지에서 시작돼 주변 아랍국으로 확산된 민중들의 봉기, 그리스와 스페인에서 높은 실업과 긴축 반대를 위해 거리에 나선 분노한 사람들을 주목하고 이들과 스스로를 99%라고 부르며 각 지역에서의 대중적인 점령 시위를 통한 세계적인 반자본주의 대중운동을 벌였다.

이후 뉴욕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도시에서도 점령 운동에 동조하는 시위가 확산됐다. 최고점을 이룬 지난 해 10월 15일 국제 행동의 날에는 82개국 1500여 개 도시에서 점령 시위가 벌어졌고 서울에서도 한미 FTA 반대, 신자유주의 반대를 위한 점령 시위가 진행됐다.

지역사회, 일자리, 학교에서의 공공에 관한 토론, 연대 활성화

그러나 “점령운동은 바보 같다. 그들은 의제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로스엔젤레스타임스>에 17일 밝힌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로버트 니콜슨의 의견이 아니더라도 점령운동의 실질적인 성과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그 동안 뉴욕 뿐만 아니라 영국, 캐나다, 홍콩 등 점령운동의 캠프는 대다수 해체됐고 정치적이거나 제도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미국 대선에서도 점령운동 참여자 중 상당수가 오바마를 지지하거나 선거 자체에 회의적이다.

그러나 점령운동 활동가들은 이러한 견해는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15일 Znet에 기고한 마리나 시트린(Marina Sitrin)은 점령운동은 지역사회, 일자리와 학교에서 공공적인 토론이 뿌리 내리도록 했다고 평가한다. 그는 “뉴욕에서 우리는 몇몇의 경우 주택 몰수로부터 방어하고 알맞고 존엄한 주택에서 살 권리를 위한 투쟁을 지지하는 수많은 지역 총회의 등장을 봐왔다”고 밝힌다.

그는 또한 “점령총회는 긴축과 등록금 인상에 반대해 서로 연대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 의해 주도되고 협동되는 교육과 교육학의 새로운 형태를 위한 ‘자유 대학’을 만들려는 뉴욕의 공립대학에서도 벌어졌다”고 전한다.

이와 함께 시트린은 작업장 내에서 이 운동은 이어지고 있다며 노동운동과 점령운동의 관계는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디즈타임스>에 10일 기고한 레이첼 리어스(Rachel Lears)도 지역 노동운동에 대한 점령운동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음식업 체인인 더핫앤크러스티(the Hot & Crusty)의 새로운 독립노조 결성에 점령 운동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점령운동의 이주노동자정의워킹그룹(IWJ)은 독립노조 결성 운동에 대해 기업 소유자 마크 삼손의 사모펀드에 대한 일련의 시위, 사무실에 대한 항의 편지와 메이데이 대중 피켓 시위를 통해 지원했다. 독립노조의 조합원인 마오마 로페스(Mahoma López)는 “월스트리트 점령운동은 확실히 우리 운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한다.

리어스는 현재 “몇몇 그룹은 점령운동을 상징적이고 유토피아적인 비전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지역적인 승리에 기초한 방향으로 재정의하고 있다”고 본다. 그는 특히 “점령운동 활동가들은 담보 위기에 주목하고 있으며 노동자 가족의 유질 처분된 집을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되찾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http://occupywallst.org/]

이러한 월가점령운동 참여자들은 대중적인 반자본주의 운동 형성, 총회를 통한 직접민주주의 구현, 자율적인 투쟁공동체 실험, 인터넷 TV, SNS 등 뉴미디어에 기초한 소통 및 인터넷 기반 실시간 국제연대 등의 사례를 만들었다고 평가된다.

특히 점령운동은 2011년 봄 위스콘신 주정부의 반노조법 반대 투쟁, 2011년 11월 오클랜드 항구 점령을 위한 도시파업 그리고 최근 시카고 교육시장화 반대 교사 파업 등 신자유주의적 지역정부에 맞선 지역사회 연대와 투쟁 활성화에 기여한 것으로 주목되고 있다.

“빚에 저항하고 파업하라”

점령운동 활동가들은 이제 ‘빚 파업’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17일 점령운동 활동가들은 1주년을 계기로 ‘빚 저항가’들의 행동 매뉴얼을 담은 5천 권의 책을 무료로 배포했다. 이 책은 부채를 집중 분석하며, 주택, 학생 부채, 신용카드, 의료비 부채와 관련된 채무 딜레마로부터의 해결책을 제안한다. 월가점령운동 활동가들은 ‘빚’이 다음 주제라고 말한다.

월가점령운동의 ‘빚 파업’ 그룹이 주도하는 “빚에 파업하라” 운동은 책에서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매달 등록금 빚 이자로 수백 달러를 지불하는 최근 졸업생부터 의료비 때문에 파산한 일하는 가정들, 지역정부의 파산 때문에 임금 삭감이 강요된 교사와 소방관까지 모두가 빚의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인의 76%가 심각한 채무자이다. 적어도 7명 중 1명이 수금원에게 쫒기고 있다. 빚은 99%를 구속하는 족쇄다.

내부고발자들은 일부 대출 및 수금 기관의 광범위한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인 활동의 패턴을 드러냈다. 그러나 우리의 선출된 공무원들은 금융산업을 통제하거나 시민에게 빚을 경감해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빚 저항가들의 행동 매뉴얼은 그들의 삶으로부터 월스트리트를 퇴거하도록 채무자를 돕고 1%의 이윤이 아닌 민중에게 봉사하는 신용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을 내딪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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