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에선 구속뿐 아니라 감시와 채증, 강제추방과 같은 인권침해 사례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WCC 참석자들에게 강정마을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케이슨에 오른 활동가를 현장 인부들이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이 끌어내리는 위험천만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강정에서의 인권침해가 심각해지면서 인권단체연석회의와 인권위 공동행동 등 인권단체들은 지난 3월부터 강정인권침해조사단을 꾸려, 작년 9월부터 올 6월까지 총 10개월간 강정마을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례를 수집, 조사했다.
[출처: 강정인권침해조사단 제공] |
인권침해조사단은 19일 오전,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사보고서를 발표하며 “경찰과 해군은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하며 재발방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권침해조사단에 따르면 강정마을에선 사복경찰들이 곳곳에서 카메라를 소지하며 채증을 하는가하면 이에 항의하는 주민과 활동가들을 연행하기도 한다. 또 통화내역조회나 후원계좌 내사 등의 과도한 수사를 통해 활동가들과 주민의 활동 위축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는 주민과 활동가들에 대한 물리적 폭력도 심각한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쟁이나 해난구조 등 본연의 임무와는 상관없는 공사현장 경비를 맡고 있는 해군특수부대 SSU가 2011년 송강호 박사를 폭행하고 수중에서 오리발을 뺏거나 물을 먹이는 등 생명에 위협을 주는 수준의 폭력을 가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대로라면 군인이 자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보고서는 또 경찰이 ‘업무방해’ 혐의를 자의적으로 적용해 주민과 활동가들을 무차별 연행하거나 구속영장을 청구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강정마을에서 조사 기간에 청구된 구속영장은 총 31장이고 그 중 17명이 구속됐다. 45%의 영장청구가 기각된 것이다. 국내의 연간 영장청구 기각률이 23%남짓인 점을 감안한다면 강정마을의 경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경찰은 지난해 구럼비 바위에 부근에 펜스가 설치된 이후부터 구럼비 진입을 ‘무단침입’으로 간주하고 구럼비에 들어서는 이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연행하고 있다. 그러나 구럼비 일대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관리권한을 가진 곳으로 제주도에서 ‘출입금지’ 요청을 한 사실이 없는 곳이다.
▲ 구럼비바위 출입금지 사실이 없다는 것을 알리는 서귀포시의 공문 [출처: 강정인권침해조사보고서] |
조사보고서는 이밖에도 연행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성추행, 국제 평화활동가와 인권옹호자의 입국금지 및 강제추방, 기자폭행과 취재제한 등 언론의 자유 침해, 공항리무진 버스를 강정마을에 경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동의 자유 제한 등의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명숙 활동가는 “강정은 인권의 불모지”라고 성토했다. “모든 종류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명숙 활동가는 “경찰은 일단 연행하고 보자는 식의 무차별 구속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정마을에서 그동안 연행된 인원은 600명이 넘지만 그중 기소된 인원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조사단은 이 조사결과와 공개질의서를 김기용 경찰청장에게 전달하며 경찰의 대책마련과 사과를 요구했다. 조사단은 이어 육지 경찰력이 강정마을에서 철수할 것과 용역업체 직원에 의한 인권침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경찰과 해군이 저지른 인권침해 행위를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