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영화노동자, 영화스튜디오 점거 시위

은행자본에 맞서 “치네치타 스튜디오를 구하라”

이탈리아 영화산업 노동자들이 로마의 유명 영화스튜디오인 치네치타(Cinecittà) 폐쇄와 사유화에 맞선 점거시위를 벌여 주목된다. 은행 투자자이기도 한 치네치타 소유주는 영화스튜디오 수익이 줄어들자 대형 테마파크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치네치타 점거를 집중 보도한 <libcom.org>와 <BBC>에 따르면 이탈리아 영화산업 노동자들은 3개월 전 치네치타의 테마파크 전환 계획이 알려진 후 현장을 점거하고 저항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잘못된 경영과 이탈리아 영화와 노동자에 대한 정부 지원 부족이 주요 문제다.

[출처: http://www.savecinecitta.org/]

영화산업 노동자들은 “치네치타를 구하라”는 구호 아래 치네치타 영화스튜디오의 입구와 주변을 점거 중이다. 조명기사, 무대설치가 등 영화노동자들은 대형 스피커를 설치하고 수시로 입구 너머 내부로 저항의 기록을 방송하고 있다. 시위 때마다 야유, 합창, 함성이 복합영화제작소로 울려 퍼지고 있다.

경영진은 치네치타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치네치타 소유주인 루이기 아베떼(Luigi Abete)는 치네치타에 온천, 레스토랑과 주차장을 가진 5성급 호텔과 함께 연간 4백만 명의 방문객 유치를 위한 테마파크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영화산업 노동자들은 아베떼의 치네치타 리모델링 계획은 영화스튜디오 폐쇄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한 영화산업 노동자에 대한 정리해고와 외주제작을 통한 비용 절감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치네치타 영화노동자들은 “치네치타에는 이탈리아의 역사와 영혼이 있다.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외국 영화 모두를 위해 이 공간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와 켄 로치 감독들은 영화노동자를 지지한다.

  지난 22일 발레 극장에서 지난 22일 "라이엇 스윙" 공연이 벌어지고 있다. [출처: teatrovalle.it]

1950년대와 60년대 전성기를 지나며 치네치타는 “티베르의 헐리우드”로 알려졌다.

1937년 설립된 이래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윌리엄 와일러의 <벤허>, 페데리코 펠리니의 <달콤한 인생>,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도 이곳에서 제작됐다. 우디 앨런의 <투 러브 위드 롬>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그러나 2011년 치네치타에서는 7편의 영화만 촬영되는 등 그 규모는 크게 축소되며 4백만 유로의 빚을 지게 된다. 영화노동자들은 홈비디오, 불법 다운로드 확산과 같은 산업 여건이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네치타가 블럭버스터 영화만을 고집한 데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1997년 민영화된 치네치타를 인수한 아베떼는 이탈리아 문화산업 그룹과 여러 개의 해외 기업을 소유하거나 거대기업의 소유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그는 또한 이탈리아 6대 은행 중 하나인 국민노동은행(Banca Nazionale di Lavoro)의 회장이다.

2010년 영화산업 투자자 감세 법안이 통과됐을 때, 아베떼는 은행 자본이 2년간 11편의 영화에 투자하도록 하며 은행에 대폭적인 면세 혜택을 제공했고 이 영화 중 9편이 치네치타에서 제작됐다.

노동자들은 아베떼가 은행을 위한 감세 법안을 개발하는 한편 스튜디오를 돈벌이로만 보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폐쇄 및 테마파크 전환 계획에 대한 저항 뿐 아니라 노동자들은 문화적 생산물로서의 영화에 대한 보다 나은 공적 지원을 주장한다. 노동자들은 토론과 문화 행사를 조직하고 연극 노동자들이 수 달 동안 점거 중인 로마의 발레 극장(Teatro Valle)과 같은 유사한 문화적 저항 거점의 지지를 얻으며 연대하고 있다. 로마의 발레 극장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에 맞서 극장을 점거하고 대중 포럼 및 즉석 연주와 공연 등 실험적인 공연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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