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직선제 3년유예’ 결정...위원장 사퇴 가시화

“직선제 의지부족”...다음주 중 직무대행 체제 결정될 듯

민주노총이 대의원대회를 열고 2013년 시행 예정이었던 임원 직선제를 3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30일 오후 2시, 도봉구민회관에서 제55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직선제 유예에 관한 규약 개정의 건’을 단일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다. 민주노총 규약상 2013년부터 임원 직선제를 시행해야 하지만, 기술적 문제와 준비 미비로 당장 직선제 시행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07년 대의원대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의된 직선제 시행이, 9년간 유예되는 상황이어서 민주노총의 신뢰성에도 타격을 입게 됐다. 지난 6년간 ‘준비 부족’으로 5, 6기 지도부가 유예한 직선제를 또다시 차기 집행부가 떠안게 되는 꼴이어서, ‘폭탄돌리기’에 대한 비판 역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의원대회, 직선제 유예안 68.5% 찬성
김영훈 위원장 사퇴 가시화...다음주 중집 열어 ‘직무대행 체제’논의할 듯


민주노총은 이날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직선제 유예에 관한 규약 개정의 건’을 단일안건으로 상정했다. 규약 개정은 대의원들의 비밀, 무기명 투표를 거쳐 3/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노조는 직선제 유예에 관한 규약 개정의 건을 놓고 대의원 찬반투표를 실시했으며, 총 426명 중 찬성 292표(68.5%)로, 가결정족수인 284표를 넘겨 규약개정안을 가결했다.

민주노총 상집(상무집행위)이 제출한 규약개정안에 따라, 임원 직선제 관련 조항은 2016년 임원선거부터 적용된다. 아울러 2013년 제7기 임원은 대의원대회에서 선출하며, ‘선거관리통합규정 제2편 간선제’ 조항을 준용해 시행하게 된다. 위원장과 사무총장은 동반출마하며, 당선된 부위원장 중 1명을 위원장이 수석부위원장으로 지명하게 된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선의 방안은 아니지만 민주노총의 주객관적 현실 속에서 대의원 동지들에게 무거운 마음으로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며 “이 표결 결과는 민주노총이 보다 더 크게 단결하고, 강력하게 투쟁하라는 조합원들의 준엄한 요구”라고 밝혔다. 이어서 “이후 중집 간담회 등을 통해 후속조치를 통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원 직선제 유예안이 가결됨에 따라 김영훈 위원장 사퇴 여부도 가시화됐다. 김영훈 위원장은 앞서 상집과 중집(중앙집행위)을 통해 직선제 유예안이 가결되면 ‘가장 큰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를 언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늦어도 다음 주 중 사퇴를 공식화할 예정이며, 이후 정의헌 수석부위원장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김영훈 위원장은 대의원대회를 마무리하며 “그동안 저에게, 지도부에게 보내주셨던 성원에 대해서는 평생 갚아나가겠다”며 “어디에 있건 민주노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다음 주 수요일 중집회의를 개최하고, 후속조치와 함께 정의헌 수석의 직무대행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향후 7기 임원선거 일정도 중집을 통해 준비해 나갈 예정이다.

민주노총, 직선제 의지 있었나
2008년 의무금 100원 인상...현재까지 별도 기금 적립 안돼


민주노총 집행부는 임원 직선제를 앞두고 △선거권 부여기준의 불일치 △투표소별 선거관리위원 구성의 어려움 △선거인 명부 100% 취합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직선제 유예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준비기간 3년 동안 집행부의 의지부족으로 직선제가 시행되지 않은 만큼, 지도부 사퇴와 내년 상반기 직선제 실시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특히 지난 9월 19일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집행부가 직선제 유예안을 대대에 체출키로 결정하면서, ‘직선제’를 둘러싼 내부 의견그룹 간의 갈등이 증폭됐다.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도 집행부의 의지부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 대의원은 “대의원대회에서 2009년부터 직선제 실시를 위한 의무금 100원 인상을 결정했지만, 현재 직선제 별도 적립 기금은 0원”이라며 “집행부가 직선제 실시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지난 2008년 1월, 대의원대회를 통해 2009년부터 직선제 시행 기금을 위한 의무금 100원 인상을 결정했다. 하지만 2010년 10월 대의원대회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직선제 자금이 별도로 적립되지 않았다.

당시 감사보고서에서는 ‘집행부는 직선제에 대비한 자금의 별도 적립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고 지적했지만, 2012년 현재까지 직선제 시행을 위한 별도의 적립기금은 모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강승철 사무총장은 “중앙 사무처 임금도 1~3개월이나 미지급할 만큼 자금 사정 악화로 적립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의원은 “2011년 직선제 사업 예산으로 2억 원이 넘게 책정돼 있었지만 단 1원도 지출하지 않았고, 8.1%의 지출은 회의비뿐이었다”며 “집행부가 3년간 사업을 방기해 왔다는 것을 예산이 말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 대의원은 “직선제를 3년 유예한다고 해도, 3년 뒤에 뭐가 달라질지 잘 모르겠다”며 “한 번 더 미루자는 것은 무책임하며, 3년 유예할 것이 아니라 직선제를 시행하기 위한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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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

    없는게 도움되는 김영훈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

  • 너도 줄설꺼지?

    사퇴가 아니라 투쟁을 방기한 혐의로 불신임 시켜야한다.

  • 뻔뻔이

    땅에 떨어질때로 떨어진 신뢰, 희망이 절망으로, 타협주의와 대충주의가 난무하고, 금뺏지에 눈이멀어 여기저기 끼웃끼웃 거리고,노예가 안돼보겠다고 발버둥치는 비정규노조에 재갈을 물리고, 민주노총 다망쳐놓고 사퇴절차 밟는 모습을 보니 노예로 사는것보다 더 분통터지네요. 김영훈위원장은 아주명쾌하게 사퇴하라! 그것이노동자들이 신뢰와 희망과 미래를 만들어 갈것이다.

  • 소식통

    중집에서 산별위원장들이 만류하면 사퇴 안할지도 모른답니다. 나원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