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차 노동자와 용산철거민 외면한 박근혜 후보

“용산참사 책임자 처벌하라” 외침 속에 유세

28일 오후 수도권 첫 유세를 시작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정리해고 사태로 몸살을 앓는 쌍용자동차의 도시 경기도 평택을 방문했다. 박 후보 측은 이날 충청지역 유세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오후 5시경부터 약 한 시간가량 평택역 앞 유세를 진행했다.

박 후보의 방문 소식에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은 박 후보에게 요구안을 전하려 했지만, 경찰에 의해 저지당했다. 결국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서맹섭 비정규직지회장과 강상원 평택민주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한 시간가량의 유세 시간 동안 무대에서 떨어진 버스정류장 지붕 위와 방송차량 위에서 요구안이 담긴 피켓을 들고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출처: 뉴스셀]


  버스정류장 위 강상원 집행위원장 [출처: 뉴스셀]


  차량 위에 오른 서맹섭 지회장 [출처: 뉴스셀]

버스정류장 지붕 위에 위태롭게 올랐던 강상원 집행위원장은 “유세가 시작되기 전 피켓을 들고 무대 가까이 가자 사복을 입은 경찰들이 다가와 ‘유세를 방해하지 말라’며 계속해서 나를 쫓아왔다. 어떻게든 박근혜 후보에게 우리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높은 곳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며 지붕에 오른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9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와 관련한 청문회가 국회에서 열린 뒤 야당 의원들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쌍용차 소위원회 구성과 국정감사 실시 등을 추진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에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게 면담을 요청하며 단식과 노숙농성 등을 벌여왔지만 여전히 새누리당의 대답은 듣지 못했다.

“용산참사 책임자 처벌하라”외침에 순간 멈칫

오후 5시 반 경 박근혜 후보가 유세차량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 박 후보는 “무엇보다도 중산층 재건이 절실한 과제”라며 연설을 시작했다.

차분하게 연설을 이어가던 찰나 무대 앞 군중 속에서 “용산참사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박 후보와 군중은 외침과 함께 순간 멈칫했으나 소리를 지른 이들은 곧바로 경찰에 의해 유세현장에서 밀려났으며 박 후보는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연설을 이어갔다.

  경찰에 둘러싸인 김영덕 씨와 정영신 씨
[출처: 뉴스셀]

박 후보에게 항의의 뜻을 전달한 이들은 지난 2009년 용산참사 희생자 고 양회성 씨의 부인 김영덕 씨와 고 이상림 씨의 며느리이자 구속수감 중인 이충연 씨의 부인 정영신 씨였다.

이들은 이날 오후 쌍용자동차 공장 앞 행진과 문화제에 참가했다가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를 타러 가는 길이었다. 김영덕 씨는 “그동안 새누리당에 사태해결을 요구하며 숱하게 면담도 요청하고 농성도 벌여왔는데, 철저하게 외면해놓고는 이렇게 길에서 민생을 운운하는 뻔뻔스러운 모습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유가족들은 박근혜 후보가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던 시절부터 박 후보에게 계속해서 면담을 요청해왔지만, 새누리당은 이를 거부해왔다. 유가족들은 현재 쌍용자동차 해고자들과, 강정마을회 등과 함께 서울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 옆 ‘함께 살자 농성촌’에서 농성을 이어가며 정부와 여당에 △용산참사 책임자 처벌 △진상규명 △구속자 석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약 한 시간가량 유세를 마친 박 후보 측은 오산과 수원 등 수도권 지역으로 자리를 옮겨 유세를 이어갔다. 경찰에 의해 유세현장 바깥으로 밀려나야 했던 쌍용차 해고자들과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박 후보의 뒷모습을 보며 쓸쓸히 발길을 돌려야 했다. (기사제휴=뉴스셀)

[출처: 뉴스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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