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딸, “사회주의 완성은 우리의 과제”

알레이다, 쿠바 사회주의가 주장하는 것은 “연대성”

쿠바 사회주의가 지속되는 이유는 쿠바 인민의 선택이라고 했다. 서구 언론이 말하는 ‘개혁’도 ‘사회주의 완성 과정의 시작’이라고 바꿔 말했다. 여기서 쿠바 사회주의가 주장하는 것은 연대성이다. 인간에 대한 존중, 연대, 건설적 비판과 사랑 그리고 인간적 존엄을 스스로 보인 점은 현재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체 게바라의 혁명정신이라고 그의 딸, 알레이다는 말했다.

한국을 방문한 알레이다 게바라는 30일 “나의 아버지 체 게바라” 강연에서 체 게바라의 혁명 정신과 쿠바 사회주의를 증언했다. 250석을 꽉 채운 사람들이 2시간 남짓 때로는 웅변하듯 때로는 시로, 노래로 체 게바라의 삶과 실천을 전한 알레이다의 강연을 경청했다.


체 게바라의 가장 큰 자질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

알레이다가 무엇보다 강조한 체 게바라의 혁명 정신은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었다. “우리는 서로 존중해야만 한다. 타인을 존중할 줄 알아야만 협력, 또 동맹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라고 알레이다는 체 게바라의 말을 반추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살 수 없었던 아빠, 체 게바라의 인간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알레이다는 체와 함께 했던 이들을 통해 전해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체가 콩고로 갔을 때 나는 4살 반이었다. 그 이후 나는 아빠와 함께 산 적이 없다. 이 때문에 나는 아빠라는 존재를 어머니, 그와 활동했던 분들을 통해서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쿠바 국민들을 통해서 아빠를 더욱 존중하게 됐다. 내가 첫딸을 낳고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내 옆에는 수술복 차림의 남자 두 명이 있었다. 내가 깨어나서 ‘여기에서 뭐하시는 거예요’라고 물으니 ‘너희 아빠가 여기 있을 수 없으니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이 사건을 통해서 ‘아빠와 그분들이 얼마나 깊은 정을 나누었으면 그 정을 유지하려 이렇게까지 노력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체 게바라의 인간에 대한 존중과 함께 알레이다는 “그의 가장 큰 자질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고 말했다. 진정한 혁명가라면 사랑을 할 수 있는 굉장히 로멘틱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렇지 않다면, 그리고 다른 이와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더 위대한 일을 위해서 나설 수 있겠는가”라고 알레이다는 체 게바라의 말을 전했다.

인간에 대한 체 게바라의 사랑은 알레이다가 전한 일화에서 잘 느낄 수 있었다. 체 게바라는 볼리비아에서 새로운 혁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신원을 밝히지 않고 가족과 만난다. 이때 동생들과 함께 놀고 있던 알레이다는 목 뒤를 심하게 다쳐 치료를 받는다.

“아빠는 아빠이기도 했지만 의사이기 때문에 저를 안고 치료했다. 굉장히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 나는 엄마에게 ‘이 남자가 나를 사랑하고 있나봐’라고 얘기했다. 저는 당시 그 사람이 우리 아빠다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그 사랑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밤은 평생 저를 유지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밤이 됐다. 체 게바라는 사랑을 할 줄 아는 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는 버려졌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 체 게바라의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게 됐다.”

체 게바라는 또한 삶에 대한 존엄성을 본인의 삶을 통해 보여주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는다고 알레이다는 말했다.

“체가 물려준 유산 중 하나가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네가 만약 어떠한 꿈을 꾼다고 한다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혁명가는 바로 이러한 분들이다. 본인이 스스로 이 삶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본인의 삶을 통해 드러내준다. 바로 이점 때문에 아빠를 사랑한다. 그 분을 사랑하는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체 게바라를 사랑하는 것은 삶에 대한 존엄성을 본인의 삶을 통해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연대성”

이러한 체 게바라의 영향과 쿠바 인민이 알레이다에게 보여준 사랑으로 인해 그는 봉사하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쿠바의 무상의료 제도가 만든 조건에서 알레이다의 ‘봉사하는 직업’은 의사였다.

“쿠바에서 의료서비스는 완전 무료다. 그래서 쿠바에서 의사라는 직업은 봉사직이다. 체 게바라는 항상 ‘의사의 주인은 딱 한명이다. 그것은 인민이다’라고 얘기했다. 쿠바에서는 인민을 주인으로 삼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의사로서 봉사하고자 했다.”

최근 샌디로 인한 피해를 주민들의 연대로 복구한 것도 사회주의라는 체제가 인민에게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며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연대성”이라고 강조했다.

알레이다는 이러한 연대성에 체 게바라가 “가장 높은 가치를 두었다”고 전했다. 이는 또한 모두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되며 쿠바 사회주의를 지탱하고 전진시키는 문화적 가치로 이어진다고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이런 활동을 촉진시킨다. 그 때문에 우리는 도와주는 활동, 자선활동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연대성이라는 것은 내가 가진 것 중에 남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이다. 매우 중요한 점 중의 하나가 전 인류, 인간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을 통해 우리는 자연에 대해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중남미 지역에 원주민과 많은 활동을 펼친다. 아직도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워나가고 있고 실습하고 있다.”

사회주의 완성은 우리의 할 일

이러한 사회주의를 알레이다는 완성 과정에 있는 체제라고 말했다. 완성된 것이 아닌 드러난 결점을 고치고 수리해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알레이다는 이러한 사회주의를 완성해가야 하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사회주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 갈 것이다. 왜냐면 사회주의가 우리 쿠바 인민에게 유리하고 유익한 체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주의 결점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다. 결점을 보완해서 완벽한 체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전세계 언론은 쿠바에서 개혁이 시작됐다고 얘기한다. 우리 내부에서는 ‘완성의 과정이 시작됐다’고 얘기한다. 혁명을 지배했던 정신을 유지하면서 완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 언론은 이러한 사회주의 체제를 건설해온 쿠바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알레이다는 대표적인 사례로 피델 카스트로에 이어 2008년 제2대 국가평의회 의장에 선출된 라울 카스트로에 대해 얘기하며 라울이 ‘정권을 이어 받았다’는 표현을 경계했다.

“라울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은 그 사람의 능력 때문이다. 쿠바에서는 개인에 대한 숭배 관습이 없다. 우리의 현실이 매우 왜곡돼 있다. 쿠바에서는 매년 5년마다 대통령 선거를 한다. 그리고 2년 반마다 지방 선거가 이뤄진다. 쿠바 의회에는 609개의 의석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여러 곳의 자치행정 지역이 있는데, 산티아고 지방에서만 피델이나 라울을 임명할 수 있고 그 외 지역에서는 임명할 수 없다. 지난 선거 때 산티아고에서 라울은 99%를 득표했다. 바로 그 지방의 주민들이 라울을 존중하고,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통해 주민의 사랑을 얻은 것이다. (…) 모든 후보는 국민들에 의해 직접 선출된다. 95%가 사회주의를 지지했다. 이 때문에 어떠한 외부세력도 사회주의를 붕괴시킬 수 없다. 붕괴된다면 우리의 선택이다. (…) 우리는 사회주의를 완성해나가야만 한다.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이러한 사회주의 혁명이 시작된 지 반세기가 지난 현재 알레이다는 경제적으로 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지만 인간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돌아 봤다. 그리고 이 과정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바로 체 게바라와 그의 혁명정신이라고 되짚었다.

강연 후에는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 미국 빈민가 목사, 쿠바를 다녀온 경험이 있는 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질의응답 후에도 청중은 싸인을 받거나 기념 촬영하기 위해 줄을 서며 알레이다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체 게바라의 딸, 알레이다 게바라는 소아 알레르기학 전공의다. 2002년 ‘부재하는 현재’라는 제목의 체 게바라에 대한 기억을 다룬 다큐멘터리와 2권의 의학 관련 학술 서적 그리고 ‘그 곳을 걷는 사나이, 차베스’와 ‘희망의 씨앗’ 등의 책을 출간했다.

이날 알레이다 강연회는 (사)한쿠바교류협회와 쿠바국제우호협회(ICAP)가 한쿠바 민간교류 활성화를 위해 공동 주최했다. 3일에는 부산에서 2번째 강연회가 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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