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TV 토론회, ‘환경’주제만 빠진 까닭은

선거방송토론위, “박근혜 환경공약 아예 없어 비교 불가능”

지난 4일 진행된 대통령 후보자 TV 토론회에서 ‘환경’의제는 제외됐다. 10일에 열리는 2차 토론회와 16일 3차 토론회에도 ‘환경’주제는 찾을 수 없다. 22조 원이 투여된 현 정부의 4대강 사업과 잇따르는 원전사고에 국민적 관심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환경’을 배제했다.

각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이 대선 후보들의 환경정책을 비교 검토할 수 있는 기회마저 잃을 위기”라며 중앙선거방송토론위를 비판하고 나섰다.

[출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과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4대강조사위원회, 한국환경회의 등은 7일 오전,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TV 토론회에 환경분야 토론주제를 추가하라고 요구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TV 토론회 주제에서 환경분야가 빠진 이유에 대해 “지난 11월에 전국 158개 시민단체에게 토론주제에 대해 질의했는데 ‘환경’분야 회신이 거의 없었고 여론조사에서도 ‘환경’분야에 대한 비중이 적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질의를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어 “환경분야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면서 중앙선관위가 “질문지와 여론조사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경단체들은 지난 10월, 민주통합당 홍희락 의원실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국민들은 4대강 대국민사기극에 분노했으며 72.7%가 탈핵, 탈원전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의 대표적인 실정이 환경정책에 있는데 이를 TV 토론회에서 배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의 양이원영 사무국장은 “이명박 정부가 대표적으로 추진한게 4대강과 원전 사업인데, ‘환경 분야’가 제외되면서 국민들은 그 사업에 대한 평가를 박 후보를 통해 들을 기회를 잃어버리게 됐다”고 말했다.

[출처: 양이원영]

중앙선거방송토론회의 박세각 사무국장은 토론회 주제에서 ‘환경’을 뺀 근거로 경제, 복지, 노동, 환경의 4개 분야 중 토론회 주제로 적절한 것을 묻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 결과에는 환경이 4.9%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6.6%의 낮은 수치를 기록한 ‘통일’주제가 1차 토론회의 주제로 선정된 것은 “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박세각 사무국장은 또한 토론회 주제 선정에는 “여론조사 외에도 양쪽 후보자들이 논쟁할 수 있는 주제인지의 여부” 역시 고려됐다고 밝혔다. 박근혜 후보는 환경과 에너지정책에 대한 공약이 전혀 없기 때문에 비교가 불가능해 주제로 선정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환경단체들은 이를 “핑계거리”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후보는 현 이명박 정부에 이어서 정권을 잡으려는 새누리당 대선 후보기 때문에 입장을 발표하지 않는다면 현 이명박 정부나 새누리당과 암묵적으로 같은 입장임을 드러낸다고 추정하는 것이 상식”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측은 그간 환경단체들이 보낸 ‘원전과 에너지정책에 대한 정책질의서’와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입장요구 질의서’에 모두 답하지 않았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은 이들 질의서에 대해 ‘노후원전 폐쇄와 신규원전 중단’, ‘4대강 재자연화’를 답변했다.

환경단체들은 “경제민주화도 복지공약도 비슷한 두 유력 후보를 구분할 정책은 현재까지 '환경'뿐”이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이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양이원영]

한편 토론회 주제를 선정하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에는 새누리당뿐 아니라 민주통합당 위원들도 참석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일부 위원들에게 “토론회 주제에서 환경 이슈가 빠진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으나 위원들은 “비상근직이기 때문에 사무국이 준비한 의제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 환경단체 측 관계자는 “민주통합당 쪽에서도 ‘환경’의제가 빠지는 것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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