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선 틈타 ‘인천공항 면세점 민영화’ 초고속 강행

대선 앞두고 ‘실적채우기’ 의혹....일주일만에 사업자 선정 완료 계획

정부가 대선정국을 틈타 인천공항 면세점 민영화를 강행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초고속 입찰을 통해 오는 13일 사업자 선정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공기업 민영화 실적 채우기를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앞선 6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내년 2월 말 계약이 만료되는 한국관광공사 면세점에 대한 운영권 입찰 공고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기획재정부가 인천공항공사에 관광공사의 후속사업자를 선정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공사는 12까지 입찰 등록을 받고, 하루 뒤인 13일 새로운 사업자 선정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불과 입찰 공고 일주일 만에 입찰 등록과 사업자 선정이 완료되는 셈이다.

[출처: 한국관광공사노조]

중소기업만 입찰? 대기업 독점구조 희석시키기 위한 ‘꼼수’

현재 정부는 입찰 대상자를 중소, 중견기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 법인 중 2011년도 자산 합계가 5조원 미만인 중소, 중견기업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그간 논란이 됐던 롯데, 신라 등 재벌 대기업의 면세점 독과점과 가격담합 등을 피해가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미 신라, 롯데 등 재벌 대기업의 독과점이 형성된 상황이어서, 이들의 독점화를 희석시키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자산 합계 5조에 해당하는 기업은 사실상 ‘대기업’으로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새로운 사업자로 선정된 중소기업이 재무구조 악화로 운영을 철수할 경우, 그 자리에 대기업이 다시 들어오게 될 가능성도 있어 결국 대기업 ‘길 터주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오현재 한국관광공사노조 위원장은 7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면세점 민영화 이후 대기업 위주의 면세점 독과점체제가 완전히 구축돼, 대한민국 면세시장 80%의 매출 비중을 신라, 롯데가 장악하고 있다”며 “기재부는 면세점 입찰에서 대기업 참가를 제한하는 모양새를 갖춰서 재벌 면세점들이 이제까지 만들어놓은 80% 독과점이라는 기득권을 가리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오 위원장은 “5조원이라는 기준이 과연 재벌과 중소기업을 구분하는 선인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산 5천억 원 미만을 기준으로 중소기업을 분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산 5조원 이상은 우리가 통상 생각하는 재벌, 자산 5조원 미만은 대기업, 자산 5천억 미만이 중소기업”이라며 “박재완 장관은 5조원 미만의 대기업이라고 말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국관광공사 면세점 민영화가, 이후 대기업이 운영권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길터주기’ 조치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앞서 중견기업 면세점으로 분류되는 AK면세점은 2008~2009년, 2년 간의 영업 끝에 적자 부담을 견디기 못하고 철수한 바 있다. AK면세점의 지분은 롯데면세점이 인수했다. 오 위원장은 “중소, 중견기업이 들어와서 1, 2년 뒤에 재무구조가 악화돼 나갔을 경우, 신라나 롯데가 지분 주워 먹기 형태로 장악할 수 있는 길을 미리 터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정부의 초고속 입찰 강행, ‘실적채우기’ 의혹
국회 문방위 압박 피해나가려 ‘대선 전’ 해치우나


대선을 불과 열흘 앞 둔 상황에서, 초고속으로 면세점 민영화를 강행하려는 정부의 행보 역시 석연치 않다. KTX와 인천공항 지분 매각 등 굵직한 민영화 사업이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민영화 사업을 추진하며 ‘실적채우기’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 위원장은 “기재부는 그동안 굵직한 민영화를 밀어붙여왔지만, 여론이 안 좋자 결국 차기정권에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이제 큰 것을 민영화 할 수 없다면 상대적으로 작은 것들만큼은 이명박 정부가 끝나기 전에 민영화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회의 반대여론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는 지난 10월 24일, ‘한국관광공사의 인천공항 면세점 지속 운영 등 촉구 결의안’을 여야의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문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채택한 결의안은 본회의 심의와 의결 절차만을 남겨 놓고 있다. 국회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회 차원에서 최초로 여야가 공공기관 민영화 반대 입장을 밝힌 만큼 정부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연맹은 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가 본격적인 공공부문 민영화 작업에 착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 때 KTX 민영화를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이명박 정부는 철도 민영화의 첫 단계인 관제권 회수를 추진하고 있고, 물 산업 또한 민영화 추진의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며 “온 국민이 대선에 관심이 쏠린 사이 여론의 눈치를 보며 저울질했던 공공부문 민영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를 위한 대중적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 등은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공공성 강화 공동행동’을 조직하고 범국민투쟁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오는 8일 서울역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캠페인과 법제도 개선, 국정조사 요구, 대규모 집회 등을 통해 민영화 저지 공동행동을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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