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박근혜-문재인 양자토론 성사시키고 사퇴

3차 토론 6시간 전 전격선언...야권지지자들에 큰 인상 남겨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통령 후보는 16일 오후 2시에 대선 후보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이정희 후보 선대본에 따르면 이 후보는 이날 오후 1시 선대본 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마지막 대선TV토론 6시간 전에 이루어진 이정희 후보의 극적인 사퇴 선언은 박근혜-문재인 양자토론을 원하던 야권 지지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애초 이정희 후보 쪽은 이날 저녁 8시로 예정된 3차 TV 토론 마무리 발언 등을 통해 사퇴하는 것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오히려 박근혜-문재인 양자토론에 성사에 힘을 싣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김미희 선본 대변인은 “이정희 후보가 토론회 참석하면서 국민들 선거관심이 높아졌고 야권지지층이 활기를 되찾았다”며 “그 동안 박근혜-문재인 양자토론이 안된 것은 이정희 후보의 선관위 토론 참여 때문이 아니라, 박근혜 후보가 방송사 주관 토론회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자토론에 박 후보가 응하지 않으니 이정희 후보가 만들어주는 것이라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정희 후보는 공식 사퇴 기자회견문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를 언급하지 않아 문재인 후보 쪽의 부담도 덜어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정희 후보 지지자들은 대부분 오랜 진보 성향의 지지층인데다 이미 후보 등록 전부터 진보적 정권교체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굳이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하지 않아도 문 후보 지지로 이동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이정희 후보도 기자회견에서 “저는 오늘 진보민주개혁세력이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실현하라는 국민의 열망을 이루어내기 위해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한다”며 “친일의 후예, 낡고 부패한 유신독재의 뿌리,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재집권은 국민에게 재앙이자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퇴행”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반대를 통한 사실상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이정희 후보는 또한 “노동자와 농어민 서민이 함께 사는 새로운 시대, 남과 북이 화해하고 단합하는 통일의 길로 가기 위해 우리는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고 정권교체를 강조했다.

김미희 대변인은 이 후보의 결단을 두고 “문재인 후보 쪽과 사전 얘기된 것은 없었다”며 “이정희 후보 스스로 결단했고, 정권교체를 위해 아무 조건도 합의도 없이 헌신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희 대변인은 “우리 입장에서 천 만 명이 동시 시청하는 TV토론에 참석하지 않겠다하는 것은 엄청난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커다란 헌신이고 희생적 결단이다. 정권교체에 헌신하겠다는 이정희 후보의 결단을 존중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정희 후보의 사퇴를 두고 야권지지자들은 소셜네트워크 등에 “이정희 후보사퇴. 그토록 국민들이 원하던 양자토론을 만들어주고 물러나네요. 정말 모두가 이리도 힘을 모아주니 그저 감동일 뿐입니다”, “TV토론 도중 문 지지하면서 사퇴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그랬더라면 그 토론의 모든 관심과 뉴스가 이정희 후보에게 몰릴테니 문재인 후보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기 위함이 아닐까” 라는 등의 고마움과 지지의 뜻을 보냈다.
태그

이정희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용욱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