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를 사랑하는 것이 혁명이었던 사람

[식물성 투쟁의지](50) 고마워, 미안해 운남아!

“형, 힘들 때마다 전화할께요
그래 자주 연락하며 살자”

너의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데
넌 마지막 잎새를 남기고 갔는데
난 또 다시 헐벗고 딱딱한 겨울나무로 살아남았네

미안해
운남아!

타고나기를 너무 선하게 태어난 사람
물푸레나무처럼 동지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사람
동지를 사랑하는 것이 혁명이었던 사람
너무 섬세하고 아름다워
이 자본주의에는 도저히 적응할 수 없었던 사람
“동지, 싸우자”
박일수 열사의 꿈을 쫓아 기꺼이 지프크레인에 올랐던 사람
현대중공업의 살인적인 폭력을 몸에 저장함으로써
자본가계급을 용서하지 않았던 사람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고통을
최강서 열사의 죽음을
자기 삶으로
마침내 받아들였던 사람
그렇게 시대를 앓았던 사람
물푸레나무처럼 사랑이 아니었으면 살 수 없었던 사람

그래 운남아!
더이상 미안해하지마
넌 이미 충분했어
네 젊은 꿈,
혁명가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후회 없는 삶이었잖아
넌 할 일을 다했잖아
넌 충분히 아름다웠잖아
네 탓이 아니잖아
운남아!

투쟁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을 드러낸 체력,
절망처럼 두려운 일이 또 있을까
긴장으로 딱딱해진 겨울나무 같은 우리 몸
네가 남긴 마지막 잎새의 다짐처럼
절망과 타협하지 않을거야
널 기억할거야
어디에도 의지하지 않고
싹을 품는 삶
스스로가 전망이 되는 삶
널 기억할거야
운남아!

고마워
미안해

잘가
운남아!

(2012년12월25일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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