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문 열사 추모제, “추모보다 투쟁결의를”

조계종 노동위원회 10만배 기도 마무리...회향 호소문 발표

대선 직후 노동자들이 연이어 사망하고 있다. 한진중공업과 현대자동차에 이어 대학노조 외대지부에서도 2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른바 열사정국이다. 민주노총 등 사회각계는 비상시국을 선언하고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에 돌입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26일 저녁에는 대한문 앞에서 사망한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투쟁결의를 다짐하는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에는 200여 명의 노동운동 활동가와 시민들이 모여 세상을 등진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투쟁결의를 다짐했다. 이들은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요구하며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에 긴급히 대응할 수 있는 투쟁을 만들 것이라고 결의했다.

양동규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선거전에 국정조사를 그렇게 약속해 놓고 국회개원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는데 아무런 말이 없다”면서 “정치가 어찌 이리 모질 수 있냐”고 비판했다. 양 부위원장은 이어 “더이상 죽지 않도록 우리가 스스로 비상을 선포하자”고 말하며 “이제 추모가 아니라 비상시국의 투쟁을 결의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27일, 영남권 결의대회를 열고 한진중공업으로 행진을 진행하며 비상시국 투쟁의 포문을 열 계획이다.


한진중공업의 한상철 부지회장은 상복을 입고 추모제에 참석했다. 박 부지회장은 사망한 최강서 씨가 ‘죽어서라도 천막을 지키겠다’고 다짐한 유서를 언급하며 “동지들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함께 투쟁하다 떠난 강서의 의지를 받들겠다”고 말했다. 박 부지회장은 또 “91년 조중연과 노태우가 박창수를 죽였고, 조남호가 김주익, 곽재규에 이어 최강서까지 죽였다”면서 “대를 이은 악연과 죽음이 한진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지회장은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끝까지 함께 연대해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추모제에 앞서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조계종 노동위원회의 10만배 기도 회향식이 열렸다. 조계종 노동위원회의 10만배 기도는 매일 1천배씩 100일간 진행돼 25일부로 10만배를 모두 마쳤다. 26일에는 조계종 노동위원회 노동위원인 도철스님의 집전으로 10만배 기도회를 돌아보는 회향식이 열렸다.

회향식에서 노동위원회는 정치권과 기업주, 노동자들을 향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호소문은 “노동 현안은 최근 한국 사회의 중요한 화두”라고 강조하며 “노동문제의 해결은 화합, 평화, 상생의 상징”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위의 호소문은 정치권을 향해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려지는 데에는 노동현장을 외면해 온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호소문은 정치권이 “진심으로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하루라도 빨리 해결책을 내 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업주들을 향해서도 “회사의 이익을 따지기에 앞서 노동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헤아려 달라”고 요구했다. 호소문은 “노동자 없이는 회사도 있을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노동자들이 그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노동조합의 활동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호소문은 노동자들을 향해서도“노동자들의 고통은 곧 우리 모두의 고통”이라면서 “아무리 힘들더라도 많은 사람이 함께 하고 있다는 희망으로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호소문은 “결코 국민은 고통 받고 있는 노동자들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며 노동의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계종 노동위원장인 종호스님은 “100일간 기도를 계속하면서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종호스님은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쌍용차 사측과 23명의 희생자들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는데 또 4명의 노동자들이 유명을 달리했다”면서 “5년간 혹독한 시기가 될 수도 있지만 희망을 놓지말고 견디며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종호스님은 이어 “끝까지 희망을 놓지않고 정의롭게 살아간다면 끝내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법스님은 “정치권이 종교계와 약속한대로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법스님은 “5대종단이 함께 구성한 33인 원탁회의에서 정치권과 사측으로부터 국정조사와 노사대화 등의 약속을 받아냈다”고 밝히면서 “대선이 끝났으니 정치권이 이 약속을 이행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은 국정조사 실시를 위한 종교계의 지속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김 지부장은 “4명의 동지들의 죽음이 쌍용차 노동자들에게는 특히 더 무겁게 다가온다”고 강조하면서 “답보하고 악화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김정우 지부장은 “박근혜 당선인이 약속한 민생정치와 국민행복시대가 노동자와 서민에게도 해당될지 의문이지만, 대통령의 약속이니만큼 믿어보겠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정치권과 박 당선인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조계종 노동위원회를 비롯한 종교계가 지속적으로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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