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문제, 노조 관심 밖...“사회적 편견에 젖어”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52개 사업장 ‘성평등 단체협약’ 분석

민주노총 가맹산하조직에서조차 현행법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평등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의 출산과 육아에만 집중이 돼 있고, 차별 개선이나 고용보장 항목은 마련되지 않아 성평등 문제가 부차적인 노동의제로 치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가맹산하조직 52개 사업장에서 12월 현재 효력있는 단체협약을 제출받아 성평등 관련 내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성평등 단협이 법제도 조합을 적시하는 수준이며, 육아휴직과 배우자 출산휴가, 임신시술휴가와 같은 조항에서는 현행법을 하회하는 내용도 발견됐다.

조사에 따르면, 성평등 단협 비율 중 67%를 ‘여성의 건강권 및 모성보호’, ‘출산 및 육아 등 돌봄시간 보장’ 등의 영역이 차지하고 있었다. 대다수의 사업장이 여성의 출산과 육아에 중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반면 ‘차별개선 및 고용보장’과 ‘직장 내 성폭력 근절’ 영역에 해당하는 조항 비율은 각각 11.5%와 16.5%로 저조했다. 또한 대부분의 성평등 단체협약 조항이 법 조항 문구를 그대로 적시하고 있는 문제점도 발견됐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여성=엄마로서의 권리(모성권)로 이해되는 사회적 편견과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로 인한 결과”라며 “특히 차별개선 및 고용보장 항목의 경우 육아휴직, 배우자출산휴가 조항과 달리 구체성이 부재한 채 법조항만 적시되었을 경우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52개 사업장의 단체협약 중 장애여성, 이주여성, 성소수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조항은 전무했다. 임신출산에 따른 차별금지, 야간연장 금지, 대체인력 투입 등의 경우도 법제도 조항을 단협조항에 그대로 적시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현행법보다 후퇴한 내용의 단협을 체결한 사업장도 존재했다. 여성위원회는 “배우자 출산 휴가에서 현행법보다 후퇴하는 조항을 둔 사업장이 있다”며 “육아휴직의 경우에도 6세 이하로 규정하는 현행법을 따르는 조항이 대다수이나, 1세에서 3세 이하의 부모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사업장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가족돌봄휴가’ 조항은 7개 사업장에서만 단협으로 체결했다.

직장 내 성폭력 관련 조항 역시 현행법에 보장돼 있는 조항을 그대로 적시하고 있었다. 다만 1개의 사업장에서 성폭력 사건 발생 시 피해자의 회복시기까지 유급휴가 조항을 별도로 두는 조항을 마련했다.

한편 여성위원회는 “여성 문제, 성평등 문제를 출산, 육아로 이해하는 사회적 편견이 노동조합에도 그대로 투영됐다”며 “여성노동자의 불안정한 일자리, 저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장별 구체조항 미체결 시 체결된 출산, 육아 관련 조항도 실효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노동조합에서도 성평등 관련 단협의 이해도가 낮고, 법조항을 그대로 적시한 수준이어서 노동조합이 부재한 사업장의 경우 더욱 상황은 심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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