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화력 교육원에 근무 중인 이 모(34) 씨는 지난해 9월, 3주간의 해외교육 출장 중 박 모 차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박 씨는 가해 이후, 사건 무마를 시도했으며, 다음날 성추행에 항의하는 피해자에게 “이제 너를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보기가 힘들 것 같다”는 업무상 위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내부에서 2차 가해도 이어졌다. 전 모 씨는 피해자에게 “해외교육가서 몇 명이나 따먹었냐”, “넌 정신병자야”, “자살은 하지마” 라는 등 인신공격을 가했다. 합의를 요구하는 가해자의 회유도 이어졌다.
이후 피해자는 10월 10일, 감사실을 통해 사건을 신고했다. 하지만 한국중부발전(주)는 11월, 1차 인사위에서 피해자를 문서 허위작성, 직무상 의무위반 및 근무지 무단이탈로 해임했다. 가해자 박 씨 역시 해임됐으며, 2차 가해자인 전 씨에게는 정직 처분이 이뤄졌다. 현재 회사 측의 인사위에 노조 측 인사는 포함돼 있지 않다.
회사 측은 피해자를 해임한 이유에 대해 “3주 과정의 해외교육을 직접 계획, 수립한 업무 담당자로서 1주 교육과정으로 견적을 받았음에도 3주로 진행된다고 문서를 허위로 작성 및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3주 교육과정 중 처음 3일간만 교육을 받은 후 교육과정을 임의로 종료시키고, 출발 전 계획한대로 교육과 무관하게 유럽 각지를 사적으로 여행하다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해자를 비롯한 노조 및 시민단체는 해외 교육 프로그램은 관례적으로 진행돼 온 것으로, 회사가 피해자의 입을 막기 위해 부당해임을 강행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지영 피해자 대리인은 “해외 교육프로그램이 이전부터 관례적으로 비슷하게 진행돼 왔다는 증거를 제시할 수 있다”며 “회사가 성추행 발생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고용상 불이익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회사는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사건 처리와 징계 과정을 피해자에게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의 징계 양형에 대한 근거조차 확실하지 않는 상황이다. 남녀고용평등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18조 2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고충신고의 처리결과를 해당 노동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공기업인 한국중부발전은 법 위반 역시 피해갈 수 없게 됐다.
또한 회사는 1차 징계위 이후 2달 여 만인 1월 10일, 2차 징계위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공대위는 피해자의 피해회복 및 성추행 사건의 선행해결이 우선돼야 한다며 징계위 연기를 요청했으나 회사 측은 징계위를 강행한 상태다.
때문에 공대위는 10일 오전, 삼성동 한국중부발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사건을 먼저 해결한 후 징계위를 개최해달라는 피해자의 연기요청을 거부하고 징계위를 강행하는 것은 성추행사건 해결의 의지가 없는 것에 다름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피해자는 현재까지 자신의 고충이 어떤 체계를 거쳐 어떤 방법으로 처리되고 있는지 단 한 차례도 통보받은 바 없다”며 “회사 측이 법과 각종 규정에 근거하여 절차에 따라 상식에 맞게 진행했다면 현재까지 피해자가 심각한 2차 가해와 따돌림, 근거 없는 악성소문에 노출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피해자인 이 씨는 “저와 저의 가족은 피해자임에도, 사실 왜곡과 동료들로부터의 왕따로 고통 받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모든 여성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로 해결될 때 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중부발전(주)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인사위원회 종료 후 회사 책임자가 피해자를 면담해 조치결과 및 향후계획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며 “(항고심 징계위원회는)성추행 사건과는 전혀 무관한 별개의 사안이므로, 예정대로 징계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