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파업 결의대회...“정치권에 기대 말라”

서울 결의대회에 3천명 운집, 부산 울산 등에서도 결의대회 진행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윤주형 씨의 사망으로 열사정국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속노조가 30일, 파업을 결의하고 서울, 부산, 울산, 광주 4개 지역에서 권역별 총력 결의대회를 열었다. 서울지역 결의대회에는 3천여 명의 금속노조 조합원이 운집해 정리해고 철폐와 불법파견 정규직화,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실시 등을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오후 4시부터 서울 남영동 한진중공업 본사 사옥 앞에서 결의대회를 시작했다. 금속노조는 한진중공업 사옥 앞에서 “최강서 열사는 자살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타살된 것”이라고 외쳤다. 이들은 “최강서 조합원은 사측의 158억 손배가압류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면서 “노조에 가입하고 파업했다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액수의 손배가압류를 압박하면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들의 권리를 어떻게 찾으란 말이냐”고 주장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남영동 한진중공업 사옥을 출발해 서울도심을 행진하며 정리해고 철폐와 손배가압류 철회, 불법파업 정규직화 등의 요구를 시민들에게 선전했다. 행진과정에서 행진차로를 두고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으나 물리적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도심 행진을 마친 이들은 5시께부터 세종로 삼성본관 앞에서 본대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본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쌍용차 국정조사 합의를 비롯한 노동현안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며 “정의와 상식을 짓밟고 최소한의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 새정부가 출범한다면 출범식은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석근 민주노총 비대위원장도 “경제민주화와 서민을 위한 정치를 말하던 박근혜 새정부가 소통불능의 먹통정치를 하고 있어 쌍용과 현대차, 유성의 노동자들은 아직도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석근 비대위원장은 “지난 한 달여 간 인수위원회를 숱하게 찾아 대화를 요구했으나 인수위는 대화요구에 답하지 않았다”면서 “대화조차 거부한다면 수많은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아픔은 누가 들어줄 것이냐”며 인수위의 소통부재를 힐난했다.

백석근 비대위원장은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를 반대하고 있는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뱉었다. 백 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을 ‘콩가루 집안’이라고 칭하며 “대통령 당선인이 국정조사를 공약으로 내걸었는데도 여당 원내대표라는 자는 가는 곳마다 국정조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면서 “콩가루 집안 같은 정부 여당과는 같은 땅을 밟고 살 수 없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유성아산지회 김순석 부지회장은 “법이 오히려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며 “현장노동자들의 단결로 이 난국을 싸워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지회장은 “노동자들의 권익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복수노조가 오히려 노동자들을 분열하고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복수노조로 인해 많은 동지들이 떠나간 한을 풀기 위해 이 자리에서 현장노동자들이 단결하자는 결의를 다지자”고 말했다.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도 정치권에 기대지 않는 노동자들의 단결을 강조했다. 박상철 위원장은 “국무총리 후보자와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비리로 낙마하는 정권을 서민들이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고 물으며 “정권에 기대하지 말고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동전선을 구축해서 노동자들의 힘으로 비정규직, 정리해고 때문에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5시 40분 경, 폭죽을 쏘아 올리는 상징의식을 끝으로 집회를 마치고 자진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