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과 최강서 열사 유족 등은 5일째 한진중공업 공장 안에 발이 묶여 있다. 2일 민주노총 집중 결의대회 전후가 사태의 기점을 맞을 것이라 전망했지만, 사태 해결은 점점 더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전히 공장은 봉쇄 돼 있고, 지회와 연대단위들은 경찰과 사측의 침탈에 대비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회사 협상 거부 강경입장...사태 장기화 조짐
사태의 기점이 될 것이라 예상했던 결의대회 하루 뒤, 경찰은 공장 안에서 농성 중이던 조합원 등 11명을 연행했다. 회사 측은 2일, 30여 명 이상의 용역들을 공장에 투입해 충돌이 일어났다. 간간히 이어지던 공장 안팎의 충돌은 현재 소강상태다. 때문에 노조 측은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하며, 회사와 경찰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태 해결을 위한 결정적 방안인 노사 협상은 여전히 난망하다. 회사 측은 지회의 공장진입 이후 5일간, 어떠한 물밑 협상에도 나서지 않으며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와 유족 측은 회사 측의 책임 있는 인사가 최강서 열사 대책과 관련한 협상에 나서지 않는 한 공장 내부 투쟁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회사는 공장 점거를 풀어야만 유족과의 대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현재 공장으로 들어온 지회 조합원은 15명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회사와 관계없는 외부의 금속노조분들”이라며 “이는 엄연한 불법 행위로 회사는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분들이 공장을 나가지 않는 한 대화에 임하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이며, 만약 공장에서 나갈 경우 유족과의 대화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노조 측 관계자는 “우리가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간 것도 아니고, 공장을 나와도 연행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나올 수가 없는 것”이라며 “회사 측이 주장하는 생산차질은 말이 안 되며, 현재 특수선 작업은 계속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회사 측이 대화에 나선다고 해도, 대화 주체와 내용을 둘러싼 갈등도 불가피하다. 회사는 공장 점거를 풀 시, 유족을 상대로 ‘장례절차’만을 논의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유족 측으로부터 노조가 장례절차를 위임받은 만큼, 노조와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최강서 열사 유서에 따라, 장례절차를 포함한 손배소송, 민주노조 탄압 등의 현안문제까지 협상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조와 유족 측은 회사가 협상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전향적인 합의안을 도출하지 않으면 공장 내부 투쟁을 풀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 관계자는 “지금까지 회사가 계속 대화를 거부해 왔기 때문에, 유족들은 당할 만큼 당했다며 결과가 도출이 되기 전까지 공장 밖을 나오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편 경찰 측은 시신 압수 등 공권력 투입을 고민했지만 검찰에 의해 좌초된 상태다. 한진중공업 공장 앞에서 만난 한 경찰은 “정치권이 나서지 않는 한, 사태 해결은 힘들지 않겠나”고 전망했다. 현재 경찰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차해도 한진중공업 지회장 등에 5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