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서 깔판마저 빼앗긴 쌍용차 노동자

“엄동설한에 사지 들어 인도로”... 국정조사, 해고자복직 요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이 상복을 입고 밤을 샌다. 농성 하루 만에 노동자들의 울분이 터져 나온다. 경찰이 농성을 방해하기 위해 하나 남은 깔판마저 빼앗아 갔다는 것이다.

엄동설한인데 이들은 비닐 하나 없이 밤을 꼬박 세웠다. 6일 아침에 만난 노동자들은 전날 밤에 내린 비로 온몸이 젖은 채 보리차로 추위를 달래고 있었다. 시민들이 연대물품으로 보내준 보리차와 빵이었다.

경찰은 5일 밤 10시경부터 해산 명령을 내렸다. 밤부터 아침까지 노동자와 경찰 사이에 대치가 이어졌다. 김정욱 쌍용차 해고자는 “우리가 주저앉아 농성하는데 경찰은 어젯밤 3차 해산 명령을 하기도 전에 막무가내로 농성 물품을 다 가져갔다. 오늘 아침에 우리 사지를 들어 인도로 내쫓고, 하나 남은 깔판마저 빼앗아갔다”고 말했다.

  [출처 : 쌍용차지부]

아침부터 노동자들은 경찰에 “비닐, 깔판, 침낭, 기름통 등 가져간 물품을 빨리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현장에 나와 있던 종로경찰서 관계자가 “기름통은 안 가져갔다”고 확인해주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발전기를 돌리기 위해 두었던 기름통만 온전히 남았고, 농성 물품은 온데간데없었다. 기자회견 때 사용하려던 플래카드만 돌려받았는데, 노동자들은 “플래카드를 걸레로 만들었다”며 분노했다.

하승수 녹색당 사무처장은 “인수위가 그렇게 대단하냐”고 호통쳤다. 하승수 사무처장은 “국회 앞에서도 침낭은 덮고 농성했는데, 최소한의 인권과 상식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태연 쌍용차 범국민대책위 상황실장도 “밤에 비닐 덮고 깔판으로 버티려고 했다. 비가 오는데 비옷도 빼앗아 가고, 오늘 아침에 노동자들의 사지를 들어 옮기는 이 상황이 분노스럽기 짝이 없다””고 호소했다.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김정우 지부장은 “쌍용차 노동자, 가족 24명이 소리 없이 죽었다”며 “사측이 회계조작, 기획파산으로 장난쳐서 더 이상 죽으면 안 된다고 요구하기 위해 우리가 이 자리에 온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정우 지부장은 이어 “추워서 비닐을 덮고 있는데 엄동설한에 비옷도 통째로 가져간다는 게 말이 되냐”며 “비가 오는데 물품 다 가져가고, 차 안에 앉아서 히터 틀고, 매연 내뿜는 경찰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쌍용차 범국민대책위는 6일 오전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화는커녕 기자회견까지 막아서는 막무가내 경찰은 물론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면담도 받아들이지 않는 인수위는 노동자에 대한 박근혜 당선자의 속내를 여봐란듯이 보여주고 있다”며 “발에 박힌 얼음을 깨가며 79일째 머리 위로 벼락처럼 내리꽂히는 15만4천 볼트 전류와 사투를 벌이는 철탑 노동자들의 심장엔 분노의 핏줄기가 역류하고 있다. 그동안 24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저승의 언강으로 건너갔지만 손 내미는 정부는 없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이어 “쌍용차 노동자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있는 사실 그대로 밝히자는 것이다. 시시비비가 있고 각각의 주장이 맞서고 있으니 국회가 나서 이 문제를 명명백백하게 근본적으로 확인하자는 것”이라며 “청문회를 통해 실마리를 찾았으니 이제 남은 건 조목조목 따지고 분류하고 목록을 찾아 정리하는 국정조사만 남았을 뿐이다”고 주장했다.

쌍용차 범대위는 재차 “국정조사라는 바른길을 두고 엉뚱하게 여야협의체라는 정쟁의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가지 말라”며 “박근혜 당선자와 18대 대통령직 인수위는 쌍용차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문제에 시급히 답하라”고 촉구했다.

이호동 전국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노동배제적 정책을 펴는 정부를 거쳐 심지어 노동적대적 정책을 펴는 MB정권을 거쳤다. 노동자들이 또 절망한다면 노동말살적 정권까지 맞닥뜨릴 것이다”며 “박근혜 정부가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으려면 쌍용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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