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탑에 오른 재능교육 노동자, “정면 돌파만 남았다”

[인터뷰] 재능교육지부 오수영, 여민희 조합원

서울에 한파가 불어닥쳤던 지난 6일,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 오수영, 여민희 조합원이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맞은편에 있는 혜화동 성당 종탑 위였다.

약 30M정도 돼 보이는 종탑 위에서, 두 조합원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왜 하필 이렇게 추운 날, 그것도 고공농성에 돌입했냐고 물으니 ‘절박함 때문’이라고 답했다. 햇수로는 6년째, 길고 긴 투쟁을 이어오며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끝장 투쟁’에 돌입한 셈이었다.

종탑 고공농성 3일째. 춥고 외로운 종탑 위에서, 재능교육 본사를 바라보며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두 조합원을 만났다.


설을 앞두고 고공농성에 올랐다. 가족들의 걱정이 클 것 같다.

오수영 조합원(이하 오수영) 6일 오전 8시 30분 쯤 종탑에 올랐다. 남편은 내가 고공농성에 돌입 하는지 몰랐다. 아이한테는 편지를 써 놓고 나왔다. 그래도 아빠 입으로 듣는 것 보다는 엄마한테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게 낫지 싶어서였다.

아이가 엄마 편지를 본 뒤부터, 문자가 폭주했다. ‘미워’라는 단어와 화난 표정의 이모티콘을 수십 개 보냈다. 그러다 어제 저녁에는 ‘엄마 전화하자’는 문자가 왔다. 그래서 ‘엄마가 울 것 같아서 전화를 못 받는다’고 문자로 이야기 하자고 보냈다. 진짜 전화하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였다.

여민희 조합원(이하 여민희) 가족들이 많이 속상해 했다. 안전한 곳인지, 언제 내려가게 되는지, 꼭 내가 올라왔어야 하는지 이런 저런 걱정을 한다. 하지만 이미 조합원들과 고공농성에 돌입하기로 결정한 상태에서, 못한다고 말하는 건 말이 안 되고 그 만큼 절박했기 때문에 이곳에 올라왔다.

이곳에서 보면 재능교육 본사가 바로 정면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도 똑같은 높이에서 저 사람들을 마주볼 수 있구나, 생각을 하다가도 저들은 따뜻한 건물 안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배가 아프다. (웃음)

고공농성을 택한 이유는 뭔가

오수영 작년에 회사와 교섭이 파행되면서 내부에서 정면 돌파를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청 앞 농성장을 혜화동 앞으로 다시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다가 올 초에 본격적으로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문제의식이 모아졌다. 재능교육 바로 뒷편에 있는 크레인도 생각을 해 봤는데, 너무 위험하고 사고가 날 가능성이 많아 이곳을 택했다.


한진중공업, 쌍용차, 유성기업, 현대자동차 등 전국적으로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이나 옥쇄투쟁 등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에는 비정규직 사업장 중 최장기 투쟁일수를 앞둔 재능교육지부까지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갑작스럽게 노동자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보나

오수영 사실 이명박 정권 내내 노동자들은 벼랑 끝으로 몰렸다. 그래서 작년부터 각 투쟁사업장들이 모여 공동의 투쟁을 전개하기도 했다.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고 보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극단적인 방식의 투쟁이 이어지는 것 같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너무 극단적으로 바닥에 몰려, 극단적인 투쟁이 나오는 것 아닐까 싶다. 2천일, 3천일을 주야장천 싸울 수는 없지 않나.

작년 8월부터 재능 노사 교섭이 시작됐지만 파행을 맞았다. 만약 이번에 교섭이 또 다시 열린다 해도 빠른 시일 내에 합의가 도출되기는 어렵지 않나

오수영 교섭이 시작된다 해도 회사가 기존처럼 교섭에서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면, 조합원들이 교섭 자리를 박차고 나올 것이라 본다. 지난해 마지막 교섭에서, 노조는 다음 교섭은 단체교섭을 논의하는 자리여야 한다고 못 박아 놨다. 만약 회사가 이번에도 교섭을 질질 끈다면, 우리는 더욱 극단적인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다.

회사는 ‘해직자 복귀 후 단체협약을 위한 테이블 구성’을 요구하고 있고, 노조 측은 ‘단체협약 체결 후 해고자 전원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회사 측 요구대로, 복직 후 교섭이 진행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여민희 그냥 현장에 들어가게 되면, 필연적으로 단체협약은 체결할 수 없게 된다.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차 등이 증명하고 있지 않나. 정부와의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 자본이, 노조와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재능교육의 행태를 봐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수영 재능교육지부에 조합원이 3,800명이었던 시절에도 회사는 교섭을 2년간 질질 끌었다. 그러다 노조가 파업을 하니 조합비와 조합 간부 임금을 가압류 했다. 위원장이 단식을 하고 CCTV탑 고공농성도 벌였다. 그래도 노조가 꺾이지 않으니 그제야 단협을 체결했다. 지금 우리가 노조 깃발 없이 개인으로 현장에 들어갈 경우 분명히 고립되고 조합원들은 망가진다.


고 이지현 조합원의 원직복직 문제도 쟁점으로 남는다. 회사 측은 고 이지현 조합원의 복직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에서 고 이지현 조합원의 원직복직을 주장하는 이유는 뭔가

오수영 회사는 고 이지현 조합원의 죽음과 명예회복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 같다. 하지만 고 이지현 조합원은 2007년 12월, 첫 농성장 천막을 치던 날 사측 구사대로 인해 다리를 다쳐 4주 진단을 받고 6개월간 휴직을 했다. 그러다 현장에 복귀했는데 회사가 수업을 주지 않았고, 사실상 해고상태로 있다가 결국 암으로 사망했다. 노조가 같이 투쟁하다 다치고 해고당하고 결국 사망한 이지현 조합원에 대해 명예회복을 위한 복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회에서 ‘특수고용노동자 보호입법’논의가 교착상태다. 법안은 아직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어떻게 평가하나

여민희 정치권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문제를 이슈화 시키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대선 전 반짝 특수고용문제가 이야기 됐지만, 그 때 뿐이었다.

오수영 자본의 입장에서 특수고용노동자는 엄청난 이윤을 착취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때문에 건설회사 등 거대자본에서 법안을 막기 위한 국회의 로비가 전방위적으로 진행 될 수 밖에 없다. 정치권도 이들과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굳이 통과시키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6년째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비정규직 투쟁사업장 중 최장기 투쟁사업장으로 기록될 가능성도 많다. 많이 지칠 것 같은데, 싸움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은 어디에 있나

여민희 사실 오래 싸우다보니, 다른 동지들을 쳐다볼 여력이 없다. 하지만 조합원들 개개인의 자존심은 아직 강하다. 고참 교사들이 모여 노동조합을 만든 만큼, 프라이드도 강하고 노조 깃발을 들고 현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자존심도 강하다. 그것 때문에 지치고 힘든 마음을 조금씩 접는 것 같다.

오수영 지금 지치고 깨져서 심각하게 몸도 마음도 상해 있다. 하지만 무기력하게 보내는 시간이 오히려 자신을 갉아 먹게 된다는 것을 안다. 힘들지만 조합원들이 힘을 응축시켜야 조직도 살고 투쟁도 할 수 있다. 고공농성 3일 째에 접어들었는데 ‘반은 성공했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조합원들이 집중력을 가지고 최대의 노력과 희생을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종탑 고공농성 소식이 전해진 후, 밖에서 걱정이 많다. 지켜보고 있는 이들에게 한 말씀 해 달라

오수영 사고 치지 않고 조심히 있을 테니, 우리 걱정은 말고 투쟁 승리를 위해 힘을 모아줬으면 좋겠다. 여기 올라와 있으니 연락이 끊겼던 20년 전 친구한테까지 연락이 오더라. 사랑 많이 받고 있다. 다만, 우리가 고공농성 올라온다고 좋은 침낭 2개를 가지고 왔다. 조합원들도 밖에서 자는데 미안하다. 우리보다 밑에 있는 조합원들이 더 지치고 힘들 거다. 맛있는 것 많이들 사 주셨으면 좋겠다.

여민희 ‘빨리 내려와라’라는 말 보다, ‘잘했다’, ‘잘 버텨라’라는 말이 훨씬 힘이 된다. 재능 투쟁 승리를 목표로 우리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잘 버티겠다. 노사 합의안이 체결될 때 까지는 내려가지 않겠다. 노조 요구사항이 관철되고, 승리하는 날 같이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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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 , 재능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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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수영

    기사감사합니다. 기사내용중 이지현 조합원이 상해를 입은 날은 2008년이 아닌 2007년. 제가 잘못말했나~ 설명절잘보내세요.

  • 이남신

    승리를향한 두동지를 비롯한 학습지노조동지들의 간절한염원이 꼭이뤄지리라믿구요 힘껏연대하겠습니다. 넘잘했구요 힘내라힘!^^

  • 박현준

    종탑 올라가던 날 너무 추워서 걱정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들 걱정을 더 해주시는군요. 우리들 같은 사람이 있어서 세상이 아름답고 희망이 있는 것이겠죠^^. 잘 하셨어요! 건강 조심하시고 저희도 밑에서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 이선형

    굳은 의지와 절실함 절박함이 느껴집니다. 반드시 승리하셔서 참 스승의 참 교육이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도합니다.

  • 모든 대상이 투쟁에 장

    왜 하필 성당 종탑인가요.
    마치 성당(가톨릭사업장)이 재능노조 자본가처럼 보이잖아요. 이건 좀 무리인듯....여기에 주장이나 답변해주실 분 없나요. 따라서 현재능노조가 우리 성당 앞에 농성장 있다는 이유 뿐....그렇다고 전 재능조합원 정당한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이런 무리한 농성은 도움 안됩니다.

  • 전상진

    응원합니다 꼭 승리!!

  • 박엄선

    너무 추워서 어떡해요, 라는 말도 염치가 없습니다. 동지들의 투쟁! 힘차게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