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삼성전자 다발성경화증 피해노동자의 산재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결정은 산재 입증 책임을 완화한 대법원 판례를 적용하지 않은 채, 피해노동자들에게 ‘명백한 과학적, 의학적 증거’를 요구한 것으로 비판이 일고 있다.
노동부 산재 재심사위원회는 지난 22일, 삼성전자 다발성경화증 피해노동자 2명이 신청한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피해노동자 이 모 씨와 김 모 씨는 근로복지공단의 불승인 결정에 불복해 노동부 산재 재심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한 바 있다.
노동부는 재심사 결정문에서 “다발성경화증의 원인과 발병기전이 현재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결과가 없으며 유기용제 노출로 인한 발병가능성을 강하게 인정할 만한 일관된 연구결과가 부족하다”며 “피해자가 유기용제에 어느 기간 동안, 어느 정도 노출되었는지에 대한 충분한 자료가 없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정은 상병의 원인을 알 수 없으므로 산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으로, 피해노동자들이 ‘명백한 과학적, 의학적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는 취지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은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이 내부처리 지침에 따라 매우 협소하게 산재를 인정한 것을 비판해왔는데, 재심사위원회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또한 인과관계의 입증 정도에 관해서도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는 피해노동자들의 사라진 작업환경과 업무와의 관련성을 추단해 볼 수 있는 제반상황이 고려되지 않았다.
또한 반올림은 “재심사위원회는 피해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작업내용 증언은 판단에 반영하지 않고, 위원회가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역학조사 결과는 형편없이 부실했다”며 “추가로 피해노동자의 작업환경에 대한 연구나 노출수준을 추정할만한 연구자료는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피해노동자 이 모 씨는 삼성반도체 가공공정에 근무하며, 밀폐된 공간에서 감광용약을 기계에 직접 주입하며 높은 수준으로 노출됐다. 또한 개방형 기계를 상시적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감광용액이 가열되면서 발생하는 벤젠 등의 유기용제에도 노출됐다.
또 다른 피해노동자 김 모씨는 삼성LCD 판넬 조립부에서 수시로 12시간씩 주야 맞교대 등 연장, 교대근무를 했다. LCD판넬을 닦아내기 위해 IPA(이소프로필알코올)을 하루에 약 200cc씩 사용했다. LCD판넬을 꺼내기 위해 벤젠이 발생했을 기계 내부를 수시로 드나들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다발성경화증을 얻게 됐으며, 해당 질병은 자가면역성 질환의 일종으로 유기용제와 교대근무에 노출됐을 경우 관련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한편 다발성경화증은 인구 10만 명당 3명 정도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에서만 무려 3명의 다발성경화증 피해자가 확인됐다. 삼성전자 LCD천안사업장에서 일하다 다발성경화증을 얻은 이 모 씨는 2010년, 근로복지공단에서 불승인 처분을 받고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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