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주년 여성의 날, 아직도 성폭력·차별 시달려

여성노동자 대다수가 ‘비정규직’...출산, 육아, 고용안정 보장 안 돼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이 제정된 지 105년이 지났지만, 한국의 여성노동자들은 아직도 성폭력과 열악한 근무환경, 차별 등에 시달리고 있다.

여성노동자들의 직장 내 성폭력 피해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으며, ‘비정규직’이라는 형태로 고용된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과 잦은 해고에 방치돼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직장내 성폭력 지속적 발생...성폭력 후 해고사례 여전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발표한 지난해 상담통계 및 상담 동향에 따르면, 직장 내 성폭력 건수는 전체 성폭력 건수(1321건) 중 18.8%(232건)이다.

이 중 고용주와 상사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은 경우는 158건으로, 63.7%에 달한다. 직장내 성폭력의 대다수가 고용상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가해자에 의해 이뤄지는 셈이다.

특히 피해자가 성폭력 사건을 회사에 알렸을 경우, 해고를 통보받는 일도 다수 존재한다. 2010년 현대차 아산공장 성희롱 사건은, 피해자가 성희롱 사건에 대응하고 나서자 회사가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피해자를 부당해고한 사례다. 지난해 9월에는 공기업인 ‘한국중부발전(주)’이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직원을 해임하려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법령상 해결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고객, 거래처, 기타 가해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경우도 약 12%를 차지했다.

현재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직장 내 성폭력 가해자는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로 명시돼 있다. ‘여성발전기본법’에도 가해자의 범위는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단체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로 제한돼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고객에 의한 성희롱이 인정되는 결정도 있었으나, ‘국가인권위원회법’ 상 성폭력 가해자는 ‘고용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로 명시 돼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작년 상담사례 중 거래처 관계자에 의한 성폭력 사건 이후, 피해자가 해고된 사례가 있었다”며 “이와 같은 사례를 통해 직장 내 성폭력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의 노동권을 보호하기보다 피해자의 책임을 묻거나 피해자 스스로 그만두는 식으로 해결되는 사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기업 또는 국가기관 및 공공단체에서 고객이나 거래처 사람에게 발생한 성폭력은 직장 내 성폭력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며 “고객이나 업무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거래처 관계 내 성폭력 피해를 구제하는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노동자 대다수가 ‘비정규직’
출산휴가는 남성보다 낮아...‘고용불안’도 심각


여성들의 고용형태나 임금 등의 근로조건 문제 역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월, OECD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비율은 27.7%로 OECD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여성노동자 중 약 70%가 비정규직이지만, 이들은 출산과 육아휴직에서조차 차별을 겪는다. 지난해 8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직장인 843명을 대상으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정규직 여성노동자 중 85.4%가 출산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중 출산휴가를 사용한 경우는 32%에 그쳤다. 이 같은 수치는, 정규직 남성 노동자와 비정규직 남성노동자의 출산휴가 사용 비율보다도 낮았다. 정규직 남성 노동자의 경우 74.7%가, 비정규직 남성 노동자의 경우 63.3%가 출산휴가를 사용했다.

고용불안과 낮은 임금 역시 여성노동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 초, 대다수가 여성노동자인 학교 도서관 사서, 행정직원, 방과후 교사, 급식 조리원 등 학교비정규직노동자 1만 여 명이 대량으로 해고됐다.

민주노총이 여성노동자 139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사회활동을 원만하게 하기 위한 우선과제’로 44.2%(다중응답)가 ‘출산 및 육아관련 대책’을 꼽았다. 35.3%는 ‘고용안정’이라고 답했다. 고용형태에 따라서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51.7%가 고용안정을 꼽았다.

민주노총은 “연령대와 결혼여부, 직종이나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대다수 여성들은 여전히 생계와 더불어 육아를 전담하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또한 고용안정에 대한 기대는 여성노동자 중 70% 가까이가 비정규직이라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태그

비정규직 , 여성노동자 , 여성의날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지연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