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진주의료원 폐업, 무슨 근거로

폐업 반발 여론 확산...노조 ‘공공의료 사수’ 삭발

경남도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역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 폐업 입장을 밝혀 반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이 ‘공공병원 확충과 지역거점 공공병원 활성화’인데,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대통령 당선 다음 날 진주의료원 폐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8일 ‘경상남도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폐업을 강행하고 있다. 경남도는 개정안 입법예고뒤 27일까지 의견을 듣고, 다음 달 열리는 경남도의회에서 조례 개정이 끝나면 폐업 신고해 해산과 청산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경남도의회가 임시회를 마치는 14일 의회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요구할 예정으로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 지부 소속 3명은 12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삭발을 하며 진주의료원 폐업 저지와 공공의료 사수를 위해 총력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노조는 “폐업 강행은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절차조차 무시한 비민주적 결정이며, 공공의료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에서 비롯된 시대착오적 결정”이라며 “지방의료원 운영에 지나친 시장논리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 전국보건의료노조]

공공병원에 수익성 논리?...“공공병원 특성상 건강한 적자”

노조, 시민사회단체 등은 경남도가 ‘수익성’을 근거로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간병원과 달리 공공병원은 수익성이 존폐의 근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11일 성명서를 내고 “진주의료원이 폐업된다면 진료비가 비싼 민간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워 지방의료원을 찾은 저소득층은 더 깊은 빈곤의 수렁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공부문민영화반대․공공성강화국민행동(준)도 1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의료를 시장논리만으로 폐쇄하겠다는 것은 경상남도가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내팽개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며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촉구했다.

지역 공공병원은 전국 36개에 불과하다. 노조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공공의료기관 비중은 지역공공병원과 보건소, 국립대병원 등을 모두 합해 7%로 매우 낮다. 노조는 “진주의료원은 매년 20만 명의 환자들을 돌보며, 간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보호자 없는 병동 운영,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무료 진료, 의료급여환자와 저소득층 의료지원 사업, 지역사회 보건교육 등 매년 7억 원 가량의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수행해왔다”고 밝혔다. 수익성이 병원 운영의 중요한 근거인 민간병원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이유로 지역 공공병원에서 적자가 발생하는 일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공공병원 운영을 위한 ‘건강한 적자’라는 표현되기도 한다. 참여연대는 “지역거점 공공병원의 적자는 저수가와 공공병원이라는 특성상 비급여 진료가 거의 없이 공공의료를 수행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건강한 적자’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남도는 300억 원 가량의 누적 부채와 매년 40~60억 가량 발생하는 적자를 더 이상 도가 책임질 수 없다며 설립 100년이 넘은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하고 있다. 5년 내 자본금(330억 원) 잠식과 파산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경남도 경영위기설 유포 의혹...도민 65% “진주의료원 폐업 잘못”

경남도의 주장처럼 진주의료원이 과연 파산이 불가피할 만큼 경영이 어려운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는 11일 보고서를 내고 “부채 규모가 증가했고 부채비율 역시 증가한 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사실은 모두 빼놓고 300억 원이라는 액수만 내세운 것은 경영위기설을 유포하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경영안정성을 판단하는 일차 지표인 부채비율로 봤을 때 진주의료원은 63.9%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라는 것이다.

이들은 “2011년 말 현재 진주의료원 순자산은 396억 원인데, 모든 부채를 상환, 청산한다고 가정했을 때 396억 원이 남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태를 ‘폐업할 수밖에 없는 경영위기’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병원의 자산 규모 자체가 커졌기 때문에 부채비율 증가가 경영안정성이 떨어졌다고 볼 수 없다며 “현대차의 부채가 74조원에 달하고 부채비율이 154%이지만 현대차의 경영위기를 의미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2005년에 비해 2011년 부채가 170억원 증가했고 부채비율 역시 2배 가량 높아졌지만, 병원의 자산 규모 자체가 커졌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증가했다고 경영안정성이 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이들은 또 “6년간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을 평균하면 실제 현금 손실은 연평균 9억9천만 원에 불과해 40~60억 원의 장부상 손실과는 차이가 있다. 결론적으로 3~5년 안에 진주의료원이 파산할 것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과장”이라고 밝혔다.

진주의료원 부채 중 상당수가 지역개발기금 차입금이라는 사실도 눈에 띤다. 진주의료원 신축이전 사업비 534억850만 원 중 200억 원이 넘는 비용은 중앙정부에서 지원받았고, 경남도가 22억 원 가량의 부지와 92억 원 가령의 출연금을 지원했다. 현재 남아있는 지역개발기금 차입금은 117억 원 가량으로 2018년까지 연 10~20억 원 가량씩 상환해야 하는 비용이다. 갑작스런 폐업의 근거가 되기 어려운 대목이다.

국민행동(준)은 “진주의료원의 부채 중 33.6%로는 ‘지역개발기금’으로 병원 이전에 따른 신축공사․신축장비 구입비와 운영자금의 용도였다. 책임 당사자인 경남시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라며 “만일 매년 10억~20억 원씩 부담해야 할 지역개발기금 차입금을 경남도가 책임져왔다면 진주의료원의 경영은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이 사회동향연구소(STI)에 의뢰해 9일 19세 이상 경남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경남도민 65.4%가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쇄하기로 한 경남도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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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 보건의료노조 , 공공의료 , 진주의료원 , 경남도 , 공공병원 , 지역공공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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