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부, 한미 FTA 1년 성과 수치 왜곡”

미국시장 “선점” 아닌 “상실” 효과 나타나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이 한미FTA 발효 1년을 맞아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행한 ‘한미 FTA발효 1년간 주요성과’ 자료가 수치조작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를 내면서 미국 수출시장의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FTA 발효 이후 다른 나라와 비교 없이 밝힌 한국의 대미 수출실적은 정부 주장과 달리 다른 국가에 비해 오히려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정부는 ‘1년간 주요성과 자료’에서 한미FTA로 인해 대미 수출은 2012년 3월 15일부터 올 2월 말까지 570억 불로 늘어나 1.4% 증가했고, 수입은 반대로 9.1%가 줄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근거로 한미FTA의 긍정적 효과가 상당했던 반면 우려했던 역효과는 크지 않다며 대미 수출 증대와 무역흑자가 확대된 것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이 자료는 심각하게 통계를 왜곡한 결과라는 게 심상정 의원 설명이다. 대미 시장의 여건변화나 한국의 대미 무역의 시간적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해석으로 사실은 한미FTA 효과는 없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

심 의원에 따르면 미국무역위원회(USITC) 자료를 토대로 한미FTA 발효 전인 2011년과 한미FTA가 발효된 2012년을 비교하면, 미국의 10대 무역국(상위 10개국)의 평균 수출 증가율은 4.85%(한국을 제외하고 평균 4.52%)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한국의 대미수출이 3.3% 증가에 그쳐 10개국 평균에 비해 오히려 1.55%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대 무역국 중 8위로 상대적으로 대미 수출증가가 저조했다는 반증이다.

심지어 미국 10대 무역국 중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7개 국가의 대미 수출이 2012년 평균 5.37% 가량 증가한 반면,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이들보다 2.07% 가량 낮아 정부가 주장한 ‘미국시장 선점 효과’는 없었다. 심 의원은 오히려 “‘미국시장 상실 효과’가 나타났다”고 비꼬았다.

심상정 의원은 “정부는 한미FTA 추진 당시부터 수치조작과 거짓홍보를 반복해 왔다”며, “이번에도 미국시장의 여건변화나 다른 국가의 수출증가를 고려하지 않고 한국의 대미무역의 절대적 변화만을 조합해 국민을 기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정부가 원산지 규정을 상대국 기준에 맞춰주는 등 원칙 없는 FTA 숫자 늘리기에 집착하는 동안 ‘스파게티 보울 효과’가 심화되고, 자동차세제의 탄소 배출 중심 개편 등 국가적 과제가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지연되는 등 정책 위축효과(chilling effect)가 발생하고 있다”며 “투자자 국가 제소 제도의 문제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철지난 시장주의 이념과 거짓 홍보에 집착을 버리고,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스파게티 보울(Spaghetti Bowl) 효과’: 여러 나라와 동시다발로 FTA를 체결했지만 국가마다 서로 다른 원산지규정, 통관절차, 표준 등이 스파게티처럼 서로 얽히면서 FTA 활용률이 저하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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